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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문 재벌오너 후예들
'금수저' 문 재벌오너 후예들
  • 강민성 기자
  • 승인 2015.12.0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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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뛰어 넘는 경영정신-이념 보이지 않아

 
올해 재계의 임원인사에서 그룹별로 오너 후계자들이 대거 승진하고 있다. 특히 30대 젊은 오너 후계자들이 전무에 올라 전진배치되고 있다.

부장에서 상무, 상무에서 전무, 전무에서 부사장,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재벌가의 3.4세들은 한 둘이 아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상무는 올 1월 상무로 승진하더니 12월에 전무로 한 단계 또 뛰었다. 허창수 GS그룹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과 허준홍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고, 4촌인 허서홍 GS에너지 부장도 상무로 영전했다.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도 상무 승진 1년 만에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외아들인 이규호 부장이 상무보로 올라서며 임원이 됐다.

밖에 박서원 두산 전무도 박용만 두산 회장이 장남이라는 이유로 이번에 신규로 진출한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 자리를 꿰찼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면세점업을 맡긴 것이다. 면세점은 흑자가 날 수밖에 없는 기업이다. 아들이 영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려는 박 회장의 배려가 작용한 것이다. 거의 모든 대기업들과 중견 기업들의 2세 또는 3~4세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후광에 힘입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2세였던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회사 경영에 참여한 뒤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로 승진했으며 현재는 부회장이다. 평균 28개월마다 승진했다.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6세였던 1995년 임원이 된 이후 1998년 상무, 200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가 2006년엔 두 직급이나 건너 뛰어 부회장에 올랐다. 가장 어린 나이에 임원이 된 총수 자녀는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으로 24세였던 1989년 이사가 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경영승계를 가속화하고 있는 점이 '타산지석'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이 부회장은 지난 해 갑작스럽게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재계에서 이를 지켜보면서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너 후계자의 초고속 승진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경영성과를 내 내부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재벌자녀들의 승진은 자칫 그들만의 승진잔치에 그칠 수도 있다

대기업 총수 자녀들은 평균 31.5세에 임원이 된다. 재벌가의 자녀들은 일반 직원들이 20년에서 25년 걸리는 기간을 5-6년 사이에 후다닥 해치운다. 그것도 실적이 좋은 알짜 자회사나 신수종 사업 등을 맡긴 뒤 경력을 세탁하는 수법으로 능력을 과시하도록 한다. 그 밑엔 우수한 직원들을 배치하는 방법도 쓴다. 그룹 계열사들이 전사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재벌 총수의 자녀인 만큼 자회사들끼리의 일감 몰아주기 등 그룹 차원의 특혜는 다 받고 경영을 한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도 그동안 책임졌던 사업 분야에서 그동안 내세울만한 성과를 낸 것이 별로 없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택에 승승장구하는 재벌 3, 4세들 대부분이 탄탄대로인 사업 위에 올라탄 채 후계자로서의 경영 수업을 받는다다른 회사에 가서 대리에서 과장, 부장, 상무까지 승진한 재벌가 3~4세들은 없다.문제는 새로운 재벌 후예들의 기업경영 철학과 자세이다. 재벌 1세대들은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사업을 일군 반면 3, 4세들 가운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뛰어 넘는 경영정신이나 이념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저변에는 재벌 후손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그들 중에서 마크 주커버그나 구글 창업자인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같은 인물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그런 혁신가들을 키워낼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대한민국이 지금 정주영, 이병철 전 회장 같은 걸출한 재계 인사가 여러 명 출현하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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