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의 주무대는 세계 금융시장이다. 무디스, 에스앤피(S&P), 피치 3대 회사가 세계 신용평가 시장을 과점한다. 이들 3사의 점유율이 95%가량 된다. 그 가운데서도 무디스와 에스앤피 비중이 80% 정도 된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는 가뭄속 단비와 같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저유가 쇼크, 중국발 경기 둔화 등 3대 악재에 신음해 왔다. 이번 소식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충격으로 급격하게 해외자금이 빠져 나갈 수 있다는 부담에대한 방어벽을 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속단하긴 이르다. 큰 파도가 밀려오면 이 정도 방어벽은 속절없다. 거꾸로 보면 정부 재정이 악화되거나 구조개혁이 후퇴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무디스는 구조개혁 후퇴 및 장기 성장전망 악화, 공기업 등 정부재정 악화, 지정학적 위험 고조 등은 신용등급의 하향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내년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 증가로 국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가신용등급은 역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높은 신용등급은 정부가 져야 할 빚을 가계와 기업에 이전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국가신용등급의 역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크게 의미를 둘 일은 못 된다는 지적도 있다. 3대 평가사에 대한 평판이 세계금융위기 이후 상당히 나빠진 탓이다. 많은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의 신용 상태를 엉터리로 평가, 최고 등급을 부여하는 등 잘못을 저질렀다. 금융위기를 낳는 데 한몫을 한 셈이다. 신용평가사의 등급조정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구조개혁을 차분히 하고, 도탄에 빠진 서민경제를 냉철하게 돌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