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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의 '역설'
통화정책의 '역설'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6.03.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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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금리인하보다 신중한 결정 내려야

 
경제주체의 자신감을 북돋우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이너스 금리정책(NRP)을 들고 나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딜레마에 빠졌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별로 효과가 없는 대신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탓이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로 저축한 돈에 노후를 맡긴 은퇴자들이 많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길 때 적용하는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것이 되레 이들이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은행이 예금에 이자를 주기는 커녕 수수료를 물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제 노인들은 아예 은행에서 돈을 찾아 현금으로 보관하기도 한다. 이른바 통화정책의 역설에 직면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금리인하의 역설에 처한 느낌이다. 대부업 금리 상한이 기존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아짐에 따라 최대 74만명 가량의 저신용자가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용도 7등급도 대출을 거절당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업계에서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는 대부업체에서 조차 돈을 빌릴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에 앞서 금리인하에 나섰던 일본도 각종 사회문제가 불거지며 되레 최고금리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최고금리 인하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자경감 혜택은 고신용자들이 받고 저신용자들은 아예 돈 조차 빌릴 수 없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딜레마에 빠졌다. 금리인하로 수익성이 하락한 만큼 대출심사를 강화해야 하는 반면 좀 더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에게만 대출을 진행해 부실위험률을 낮춰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최고 금리를 낮추자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불법 사금융시장이 커지는 등 정책의도와는 다른 사회적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줄어들고 받는 방법은 더 까다로워졌다. 업체들은 신용자들의 대출을 꺼리고 단기 소액 대출을 줄였다. 한쪽에선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돼 불법사금융 업체를 찾는 신용도 낮은 사람들이 늘어난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분 공무원, 대기업 종사자 등의 저리 대출은 더욱 쉬워졌다. 대부업체들이 줄어드는 이익을 메우기 위해 소액단기 대출은 줄이고 고액장기 대출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정책과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무슨 수단이든 동원하겠다는 다짐이 오히려 일본경제에 독이 되고 있다. 여론의 역풍으로 구로다 총재는 코너에 몰려있다. 특히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진 일부 예치 금리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시장에 보내는 적극적인 경기부양 신호는 대중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에 매우 시사적이다.  금리정책상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우리다라는 현재 상한금리 인하로 제도권 외 불법 사금융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에 따라 차등화된 금리상한을 적용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자율 상한을 시장금리와 연동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 서민의 금융 접근성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자들의 고심을 이해는 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 두는 대신 시중에 풀어 경기를 부양토록 한다는 입장은 같을 것이다. 하지만 흐름은 전연 딴판이다. 한국은행과 이주열 총재는 섣부른 금리인하 정책 대신 신중하고 입체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만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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