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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와 절차 민주주의
성과연봉제와 절차 민주주의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6.05.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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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은 ‘군사작전’과 달라..노사자율로 추진해야

 
24일 오전 산업은행에 방문단이 들이닥쳤다. 더불어민주당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단'이었다. 조사단은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박완주·이학영·김기준·남인순·김경협·홍익표 의원과 이용득·정재호·송옥주·조승래 당선인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산업은행 사측이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진상조사단은 먼저 산업은행 노조 사무실에 방문, 불법 및 인권유린 실태 사태를 보고 받고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이동걸 회장 등 사측 관련자들과 만나 입장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조사단은 산은에서 직원 동의서 작성 과정이 "강압이다" "아니다"를 두고 사측과 설전 공방을 벌였다. 조사단은 대통령 주재 성과연봉제 도입 점검회의가 있는 다음 달 9일 이전까지 금융공공기관 방문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들이 노조와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결의 만으로 성과연봉제도입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강력 반대로 공공기관의 노사갈등이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다. 산은에 이어 철도시설공단과 기업은행도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도입을 의결했다. 기업은행은 전날 오전을 기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에 찬성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아 오후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지역본부장이 각 지점에 동의서 징구를 요구했고, 지점장들이 조합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 노조는 물론이고 공공기관 노조들은 사측이 노조와 합의를 거치지 않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는 불법이라며 노조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불법인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공공기관들의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이 합법성 여부다. 노조와 합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탓이다. 
 
지금은 대부분 공공기관이 호봉제다. 그러니까 연조만 차면 직급이 올라가고, 연봉도 따라서 오르고 그런 구조다. 그런데 그게 예전엔 일리가 있었을지 몰라도 시대에 맞지 않는다, 일한 걸 평가를 해서 성적대로 돈을 나눠 갖는 게 맞지 않느냐고 정부가 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기본 취지에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합의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한 것도 이해를 한다.
 
하지만 노동개혁의 취지가 좋다고 해서 합의사항을 무시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위배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일부 공기업이 개별 동의서를 받아보니 70%가 넘게 성과연봉제에 찬성했고, 그래서 이사회를 열어 의결했다고 한다. 그런데 무기명 비밀투표를 보장한 과반수노조의 투표결과는 압도적으로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 사측이 직원들을 상대로 강압행위를 했다고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도 절차나 과정이 중요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우리는 총칼로 감시를 당하면서 강요된 국민투표를 하는 등 비정상적인 헌정질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성과연봉제는 노사정 합의기준에 따라 노사합의로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호봉제에 비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임금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한다면 정부의 태도가 이중적라고 할 수 밖에 없다노동개혁은 군사작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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