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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과 생보사 신뢰
자살보험금과 생보사 신뢰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6.06.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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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삶과 연결..대형 보험사들 '결자해지'해야

 
지구상에서 매일 약 1천명 씩 자살한다고 한다. 1년으로 따지면 50만 여명이 자살로 인생을 끝낼 정도다. '자살''섹스'라는 단어와 함께 인터넷에서 가장 빈번히 검색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1900년대 초반 프로이드가 주장한 리비도와 타나토스 즉 ()’죽음()’의 충동이 2000년대에 와서도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ING생명이 자살보험금 관련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은 한 생보사는 5개사로, ING생명이 이자포함 총 837억원으로 전체 생보사 중 지급해야 할 액수가 가장 컸다. 이어 신한생명(89억원), 메트라이프생명(50억원) DGB생명(27900만원), 하나생명(16700만원) 순으로 지급액이 많다.
 
ING생명과는 달리 우리나라 3’ 생보사(삼성·한화·교보)와 알리안츠생명 등 관련 생보사들은 지급을 유예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것이다. 3생보사 관계자는 “ING생명이 지급 결정을 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기존 입장대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생보사들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면 가입자의 자살을 불러올 수 있고, 특히 암 등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환자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이 인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자살보험금 지급이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 계약자에 대한 보호를 우선하고 있지만, 자칫 사회적으로 자살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염려한다 문제는 이를 지급하기로 한 생보사들이 약관내용이다. 생보사들은 이 대목이 실수로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금융기관의 약관은 가입자와의 약속이다. 신뢰를 먹고사는 금융기관들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보업계를 넘어서 전체 금융권의 대 국민 신뢰를 갉아먹는 엄청난 사태다. 어더한 경우에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로서 자살보험금 지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금감원이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보험사의 실수였다고 해도 재해특약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대법원이 보험사 편을 들 경우라도 어떠한 경우에도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자살 연구로 이름이 높은 사회학자 뒤르켕이 연구했던 자살의 세 종류, 즉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 자살 중에서 아노미적 자살이 많은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뒤르켕은 개인이 사회집단과의 결속에서 끊겨나온 결과 생기는 사회심리적 고립현상을 아노미라고 정의한다. 이 아노미현상이 자살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 정세의 변화라든지 사회환경의 차이 또는 도덕적 통제의 결여에 의한 자살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자살()은 삶()과도 연결돼 있다. 자살하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단지 죽으려고 자살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시도자는 자살자의 8배에 이른다. 자살은 스스로에 대한 절망감의 표현이다. 아울러 자살을 통해 타인을 조종하려는 대인관계상의 하나의 수단일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살은 죽음 뿐 아니라 결국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인간의 복잡한 행동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는 오늘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형 보험사들의 태도에 비판 여론이 없지 않은데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 사안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 대표들이 올 가을 국정감사에 소환되지 않고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면 금융인으로서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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