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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과 김정주의 '빗나간 우정'
진경준과 김정주의 '빗나간 우정'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6.07.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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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분 망각한 채 돈과 보상심리에 얽힌 '악의 꽃' 우려

 
국내 게임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오랜만에 '은둔의 그늘'에서 나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이미 형사피의자였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이 오너인 넥슨측으로부터 비상장 주식과 고급 차량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이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검찰에 의해서 구속됐다. 현직 검사장이 독직 등 범죄혐의로 구속된 것은 해방 후 검찰 창설 이래 처음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86학번 동기생으로 요즘 말로 이른바 절친이다. 진 검사장은 김정주 NXC 회장측으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 제네시스 차량 등을 뇌물로 건네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15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에서 "진 검사장이 검사라는 점을 고려해 주식대금을 건넨 것"이라는 취지로 특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동기생인 두 사람이 단순히 우정을 넘어서 검사와 기업인이란 특수관계로 만난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진 검사장은 2005년 김 회장으로부터 42500만원을 무상으로 넘겨받아 넥슨에 투자했고, 이후 넥슨재팬 주식까지 매입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대학 졸업 후 법조계와 게임업계로 각각 진출한 두 친구는 '뇌물죄'라는 불명예스러운 처벌을 함께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국내 게임산업 1세대를 대표해온 인물이다. 1994년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넥슨을 창업, '바람의 나라',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을 연속 히트시키며 넥슨을 연 2조원대 매출의 기업으로 키운 그에게 인생 최대의 고비가 닥친 셈이다.
 
반면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42,500만원에 사들였다가 이듬 해 이를 넥슨 측에 10억원을 받고 팔았다. 진 검사장은 그 돈으로 다시 넥슨 재팬 주식 8,537주를 샀고 일본 증시 상장 후인 지난해 처분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검찰은 이 돈에 대한 추징 보전도 검토 중이다. 진 검사장은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수사팀에 넥슨 주식을 매입할 때 쓰인 42,500만원이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이며, 제네시스를 받은 것도 시인한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우리나라에서 검사는 공익의 대변자이다. 정의를 수호하고, 이 사회의 악을 청소하며, 억울한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공권력의 수호자이다. 그렇지만 이 막강한 권한을 잘못 행사할 경우 엄청난 파장과 피해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을까. 검사장 진경준과 선망의 게임기업인 김정주-. 한명은 검사장에서 졸지에 피의자로 구속된 신세이고, 다른 한명은 '은둔의 경영자'에서 피의자로 인생 최대 고비에 직면해 있다.
 
두 사람은 직업과 본분을 망각하는 바람에 순수한 우정마저 산산조각으로 깨질 수도 있는 궁지에 몰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망받는 최고의 자리에 있던 그들의 돈과 보상심리에 얽힌 ‘빗나간 우정이 엄청난 부정부패와 사회적 물의를 잉태한 악(惡)의 꽃이었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깨닫고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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