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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16년판 '총체적 난국'
대한민국 2016년판 '총체적 난국'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6.07.3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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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변호인' 도입..낮은 자세서 국민들과 진솔한 대화 필요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지난 1987년 12월 대통령 직선제로 뽑힌 노태우 정부 때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이 나왔다. 총체적 난국은 당시 여당의 명대변인으로 불린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만든 정치조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0년 봄 정국은 지금처럼 시끄러웠다. 3당통합 후폭풍, 노사분규 확산, ·월세값 폭등, 주가 폭락으로 사회 전체가 혼란과 불안에 휩싸였다.

박희태 대변인은 처음에 총체적 위기로 표현하려다, 국민들이 정말로 위기감에 젖어들까봐 총체적 난국으로 순화시켰다고 나중에 술회했다. ‘난국은 당장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은 요즘 정치, 사회적으로 혼돈의 연속이다. 청와대와 여당, 정부마저 아무도 제대도 기능을 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다.도대체 우리 대한민국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현실이다.

최근 정계와 재계 그리고 법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극히 파행적이고 부도덕한 일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이른바 기득권층에 대해 갖는 느낌은 단순히 허탈감을 넘어서 배신감과 분노로 치닫고 있다. 교육부 고위 관료까지 술자리에서 국민을 '', '돼지'로 비유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진경준 검사장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으며, 공천과정에서 녹취된 녹음파일은 잘못된 공천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를 총체적 난국이 아닐까 싶다.
 

한국 정치 '집단적 기억상실증'?..시대정신 담은  국가설계와 어젠다 설정 없어 

 
여야 정치인들은 저마다 계파청산과 함께 대통합 정치실천을 선언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해방후 수십년동안 얼마나 신물나게 들어온 소리인가. 더 이상 듣고 싶지도, 믿고싶지도 낳으니 제발 좀 먹고사는 문제나 좀 해결해달라는 것이 민생현장의 목소리이다. 우리 정치는 확실히 집단적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렸는지 모를 정도다. 말로는 새정치를 한다고 해놓고서 실제로는 또 다시 계파정치 망령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고, 겉으로는 새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도 시대정신을 담거나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국가설계와 어젠다 설정이 보이지 않는다.
 
임기를 꼭 19개월 남겨둔 박근혜 정부는 3중고에 휩싸여 있다. 권력의 세 축인 당··청이 모두 휘청거린다. 새누리당에선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파문이 발생했다. 4·13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 핵심이 교통정리를 시도한 증거가 나옴에 따라 여당 내 대통령의 사람들이 궁지에 몰렸다정부에선 환경부(가습기 살균제), 교육부(·돼지 발언), 외교부(윤병세 장관의 사드 배치 발표 날 옷수선), 문화체육관광부(국가 브랜드 표절 논란), 미래창조과학부(소속 직원들의 잇단 비위와 갑질) 등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에선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들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고 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재임 당시 공천에 개입했음이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
 
여기선 문제는 당정청이 모두 비판과 견제 없이 정책 결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집단사고의 덫에 대한 우려다최근 교육부의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국민)은 개.돼지와 같다는 말을 해서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대학구조개혁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부의 주요한 보직 가운데 하나로서 2급이 맡는 고위직이다. '검사동일체'라는 상명하복 시스템에 익숙한 검찰만큼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조직도 없다.
 

집단사고 실패사례 쿠바 피그스만 침공..케네디 어떻게 그리 어리석었나 한탄

 
집단사고로 인한 실패 사례로 미국 역사상 가장 쓰라린 패배 중 하나인 1961년 케네디정부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등을 꼽았다. 집단사고는 1972년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에 의해 명명됐다. 그의 정의는 이렇다. “결속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의사결정 때 만장일치의 환상에 사로잡혀 다른 의견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짙다. 집단사고는 자신들의 결정이 옳다고 과신하는 무오류의 착각에 빠져 일을 그르칠 개연성이 크다.
 
피그스만침공이 실패한 직후, F 케네디 대통령은 어떻게 내가 그런 침략을 허락할 만큼 어리석었단 말인가고 한탄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자문단은 유례없이 노련하고 유능한 집단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작전이 실패하리라는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고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부는 개인적인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지만 동료들 눈에 유약하다고 낙인 찍힐 것이 두려워 전혀 내색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많은 조직에서 우수한 두뇌 집단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집단 실패의 사례가 발생한다. 굴지의 대기업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출시하거나, 관료들이 방향이 빗나간 규제를 고집하기도 한다개인의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을 이야기한 베스트셀러  '넛지'를 쓴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저서 '와이저'에서 집단 실패의 위험을 낮추는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리더가 말을 아끼고 다른 구성원이 먼저 이야기하도록 부추기기만 해도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집단 내부에 반론-이의 전문적 제기하는 악마의 변호사' 고정 배치 고려할 때

 
그는 내부의 비현실적 긍정주의에 대항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레드팀을 운영하면 기존 관행의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집단 의사와 상반된 입장을 드러낼 전담자를 공식적으로 지정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도입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집단이 구성원들에게 집단 의사에 반하는 정보라도 주저 없이 이야기하도록 장려하면 집단 실패의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얘기다집단사고의 폐해를 막을 대안도 내놓았다. 집단 내부에 반론과 이의를 전문적으로 제기하는 악마의 변호사'를 고정 배치하라는 것이다.
 
1990년 노태우 정부의 총체적 난국으로부터 무려 26년이 흘렀다. 세상도 많이 바뀌었다. 그때만 해도 민주화만 하면 세상의 모든 일이 물흐르듯 흐르고, 저절로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저마다 자유와 민주가 분출하면서 정치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지금 2016년의 총체적 난국은 박근혜 대통령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서 잘만 풀면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대통령은 새롭게 공약을 내걸기보다는 남은 1년반을 어떻게 무사히 마무리할 것인가를 '악마의 변호인'들을 불러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아쉽지만 지금 나라가 총체적 난국에 처했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가야 한다.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지양하고 낮은 자세로 내려와 국민들과 하는 진솔한 대화는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언론인/자유기고가(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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