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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행장과 '생처교숙(生處敎熟)'
권선주 행장과 '생처교숙(生處敎熟)'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6.08.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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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잔칫날 '공허한 약속'보다 '기본적인 금융사고' 방지해야

        권선주 행장
“올 상반기는 브렉시트 등과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동시에 부상해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은행권에는 자산을 늘려도 이익이 비례해 늘지 않는 '이익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타성에 젖지 않는 자세로 금융산업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1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조선·해운 구조조정 뒤에는 우리 주력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사회구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생소한 것에 당황하지 않고 익숙한 곳에서 타성에 젖지 않는다는 생처교숙(生處敎熟)의 자세로 업무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은 사실상 기업은행의 생일 잔칫날이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최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 공시 오류사건이 터지면서 행장의 권위가 손상되고 리더십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권 행장 주변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석과 함께 "이것이 기업은행의 '레임덕 현상'이 아니겠느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권행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결정타는 이날 터진 '뻥튀기 공시 파문'이 대표적이다. 지난 주 일임형 ISA 수익률을 모두 부풀려 공시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고의가 아니었더라도 집계 기준마저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엉터리 공시를 남발한 것이다. 여기에 약관 위반 사실도 드러나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기업은행의 올해 실적도 신통찮다. 자회사를 포함한 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4% 감소한 6673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순익은 전기 대비 23.3% 줄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지만, 다른 은행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체면을 구긴 셈이다.무엇보다 기업은행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한 도관은행으로 선정된 점이 부담이다. 하반기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상황에 따라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훼손될 수도 있다.
 
권 행장의 아킬레스 건은 또 있다. 남편회사 지원 '의혹'이 최근 또 불거진 것이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2006년과 2007년 권선주(60) 현 은행장의 남편이 대표로 근무하는 효성ITX에 총 12억여 원의 고객센터 업무위탁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됐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보다 더 큰 액수가 거래 됐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2006년부터 20155월까지 효성 ITX에 지급한 고객센터 업무위탁비 규모가 총 100억 원을 웃돈다고 한 매체가 보도한 적이 있다.이것이 사실이라면 권 행장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앞서 수신제가(修身齊家)’부터 해야 할 판이다
 
권 행장은 올 신년사에서 강조한 대로 '혁신'을 남은 임기의 경영 발판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날 창립 기념사에서도 비대면 채널 강화 등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저금리가 고착화한 금융권엔 지금 어느 때보다도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은행장이든 올 하반기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금융권에서는 권 행장이 과연 이러한 과제들을 임기 내에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권 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 끝난다. 기업은행장의 연임 전례가 드물다. 그래서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금융권에선  권행장이 '인천상륙작전' 등 대규모 영화 투자같은 비금융권 사업으로 승부를 하지 말고 '뻥튀기 공시'같은 기본적인 금융사고를 방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가 강조한 '생처교숙(生處敎熟)'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은행 내부에서부터 실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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