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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적자낸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사면초가’
2000억 적자낸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사면초가’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6.08.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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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악화로 ‘빅 배스’ 사실상 무의미"..농협중앙회도 흔들려

        김용환 회장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실채권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갔던 NH농협금융지주가 마침내 올 상반기 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올 하반기에 비용 대폭 절감, 50개 점포 통폐합, 리스크관리제도 정비를 통한 거액 부실 여신 사전 방지 등 강도 높은 내실경영을 추진해 왔으나 대규모 적자로 경영능력과 리더십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당기순손실 201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명칭사용료를 제외한 당기순손실 규모는 592억원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금융은 매년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를 지불한다.
 

'예견된 적자' 그러나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 2.15%로 너무 높아

 
농협금융의 상반기 대규모 적자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5월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보다 충당금 적립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번에 내가 빅배스(Big bath)를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적된 회계손실을 한번에 처리하는 빅배스를 시현해 부실을 털고 가겠다는 것이다.
 
김용환 회장은 지난 해 4월 취임 이후 부실여신 관리에 가장 신경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가져온 원인을 찾아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주 내 산업분석팀을 신설하고 분석대상 업종을 100여개 넘게 늘리는 등 시스템을 갖추는데 신경을 썼다. 신용감리부 인력을 증원하고 조기경보시스템, 편중여신 한도관리 등 기업 여신평가 시스템도 고도화했다.
 
그러나 농협금융의 주변환경이 너무나 열악했다. 3월 말 현재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2.15%로 은행 평균 부실채권비율이 1%대 안팎인 것에 비해 매우 비정상적이다. 여기에 최근 부실화한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 문제로 정부와 한은이 사로 신경전을 벌이면서 김 회장이 전임 수출입은행장으로서 경영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전현직 두 기관이 대기업 부실화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지난 2014년까지 수출입은행의 수장을 지냈고 현재는 농협금융에 신임 경영진으로 활동 중인 김 회장의 경영능력을 재평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량채권도 눈덩이..농협銀 부실로 농협금융지주,농협중앙회까지 흔들려 

 
 
여기에 농협은행은 불량채권이 많다. 조선과 해운업체 여신은 52,000억원 규모며 상당부분 부실 위험이 높다. 대손충당금만 무려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농협은행의 부실로 농협금융지주, 더 나아가 농협중앙회까지 흔들리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현재를 들여다보면 농협경제지주의 미래가 보인다.
 
2012년 설립된 농협금융지주와 경제지주. 문제는 농협개혁을 위한 수단으로 1990년대부터 범농업계가 요구해온 신용사업·경제사업의 분리(信經분리)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명분으로 금융부문을 금융지주로 분리하기 위한 방편이 된 점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셈이다. 금융지주 부실화는 이 순간부터 예견됐다.
 
지주체제 도입 이후 금융부문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은 20147,785억원에서 20154,023억원으로 줄었다. 농협중앙회의 당기순이익도 20144,460억원에서 2015년에는 2,8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 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 등 비은행 부문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개선된 실적을 보였으나 NH농협은행의 실적이 부진했다. 농협은행은 상반기에 총 1358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STX조선 4398, STX중공업 1138, 창명해운 2990억 등 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조선·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비용이 11200여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충당금은 부실 대출에 대비해 은행이 쌓아두는 돈이다. 충당금 규모가 커지면 당기순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경영난 빠진 수출입은행장 시절 '방만경영', 뒤늦게 김용환 회장 '발목' 잡아 

 
농협은행은 조선·해운 업종에 대해 5조원을 웃도는 규모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안고 있어 충당금 부담이 컸다. 이번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약 2배 많은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93.88%로 전년 말 대비 14.23%포인트 상승했다.
 
 
올 초 신년사에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뽑았던 키워드는 핀테크글로벌 진출이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진출은 금융과 유통의 결합이라는 농협금융의 차별화된 강점이 해외시장에서 기회가 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비록 상반기에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여파로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했다고 하더라도 하반기에 반드시 흑자로 돌아선다는 전적인 보장은 없는 편이다.
 
농협금융의 경영악화가 현실화함에 따라 금융권은 김 회장이 당초 목표한 빅 배스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협금융 안팎의 대규모 구조조정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2008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수출입은행의 경영책임론에까지 휩싸이면서 김 회장의 경영능력에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가 수출입은행장을 지낸 2011년부터 20142월까지의 방만경영이 최근에 와서 수은의 경영난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은은 국내은행중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까지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인 10%를 간신히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날 경우 10% 미만으로 떨어져 치명적인 경영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김 회장, 수출입은행장 시절  ‘실적내기 급급..위험에 전혀 대비 못해 평가

 
 
금융권 관계자들은 김용환 회장이 수출입은행장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의 여신을 공급해 무역 1조달러 달성이 기여하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으나 실적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위험에는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4년 벌어진 모뉴엘 사태는 수출입은행에서 자행돼 온 부정한 업무의 실상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종합가전회사인 모뉴엘은, 수출입은행의 우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 분식회계와 3조원의 대출사기를 저질렀는데, 6년여 간 3330회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수은 간부가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퇴임 이후였으나 책임론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20137월 홍기택 산업은행장이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개시를 했을 당시 김용환 행장이 결정에 관여한 점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당시의 결정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본인들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소극적인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면서 김 회장 등 당시 국책은행 최고경영진들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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