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일부 보험사가 ‘지진담보특약’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여진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지진이 잇따라 터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규모 지진은 한두 개 보험사로 피해를 담보할 수 없는 만큼 피해 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는 ‘경주 5·8 지진’ 발생 다음날인 지난 13일부터 내부 지침 등을 통해 지진담보특약 신규 가입을 전면 금지하도록 지시했다.
보험사들은 지진 발생 변수를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판매 중단이나 제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보험이 가장 절실할 때에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꺼리고 잇속만 챙긴다며 비난하고 있다.
경주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여진(餘震) 때문에 불안해서 지진 특약 가입 절차를 보험사에 문의했는데 더 이상 팔지 않는다고 퇴짜를 맞았다”며 “아무리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라지만 가입자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에 외면하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내엔 지진 피해를 보장하는 전용 상품 자체가 없어 피해 보상은 풍수해보험과 화재보험 특약에 의지해야 한다. 해당 보험 가입률은 각각 0.1% 수준인데, 이마저도 막혀 버린 셈이다.
감독 당국은 법적으로 문제 삼긴 어렵다는 견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진 리스크에 대비할 상품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진보험이 의무보험도 아닌 상황에서 민간 보험사가 특정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다만 중단 과정에 불공정한 부분이 없는지는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