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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관계 뒤흔든 트럼프의 도발
양안관계 뒤흔든 트럼프의 도발
  • 허영섭
  • 승인 2016.12.0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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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실장. 전경련 근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에서 논설위원 역임. 미국 인디애나대학 저널리즘스쿨 방문연구원.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영원한 도전자 정주영' 등의 저서가 있다.
<허영섭칼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주말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나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직접 대화를 주고받은 것이 양국 수교가 단절된 1979년 이래 37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이 주목 받을 만합니다. 대만 중앙통신이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할 만큼 대만 사회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습니다.

반면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취임 전부터 심각한 외교 마찰을 불러온 상황입니다. 대만을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중국 입장에서 분명한 내정 간섭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즈는 중국에 모욕을 주었다(In Affront to China)’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그동안 지속돼 온 대()중국 외교 정책의 분명한 일탈이라고 지적했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중국과 외교 마찰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그의 아시아정책 전환 방침을 은근히 반기던 입장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일 겁니다. 트럼프가 일찌감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한국과 일본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이 그것입니다. 대만에 대해서도 대만 기업들이 미국인들의 취업 기회를 도둑질한다고 맹렬히 비난했었지요. 그런데도 차이 총통과의 통화가 무려 10분 이상이나 지속됐다니, 단순한 축하 인사였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만이 1971년 유엔에서 축출되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중국에 넘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하나의 중국원칙이 작용했던 것입니다. 이듬해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과 회담을 가졌고, 1978년 카터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 방침을 발표한 것은 그 연장선이었습니다. 중국과의 수교에 따라 대만과의 외교관계도 당연히 끊어지게 됐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모르고 차이 총통과 통화를 했을까요. 나름대로는 중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일부러 통화를 시도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워낙 도발적인 성향인 데다 그의 주변에 포진한 인사들 가운데 친()대만 성향의 인물이 적지 않다는 것이지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나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그렇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트럼프의 측근으로 꼽히는 스티픈 예이츠가 최근 며칠 사이 타이베이를 방문해 차이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연달아 만났다고 합니다.
 
트럼프도 자신의 입장을 완곡하게 변호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만에 군사 무기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양국 지도자의 대화를 막는 것은 위선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논란이 확대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용입니다. 대만에 방위무기를 판매하며 대만해협 유사시에 군사개입을 허용하는 대만관계법을 거론한 것입니다. 미국이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 상황에서도 국내법으로 대만의 안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예외적인 경우라 하겠습니다.
 
이번 통화가 이뤄지기 직전 무렵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예방을 받았다는 사실도 상징적으로 느껴집니다. 닉슨 대통령 당시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맡아 중국과의 외교관계 초석을 마련한 주인공이 바로 키신저입니다. 올해 아흔세 살인 키신저가 베이징까지 날아가면서 최소한 트럼프의 메시지 정도는 지니고 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트럼프가 한편으로는 우호 제스처를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떠나 이번 통화에 있어서는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대통령 당선자의 신분으로서 미국 외교정책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것이지요. 이미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나 파키스탄 샤리프 총리, 영국 메이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외교적 혼선과 결례를 저지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현 대통령의 백악관이 미국 양안정책에 바뀐 것이 없다트럼프 당선인이 사전에 국무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야 할 것이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을 정도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사업 진출을 위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없지 않습니다. 트럼프 회사가 최근 대만에 호텔사업 의사를 타진했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현재 확장 계획이 진행 중인 타오위안(桃源) 공항 근처에 대규모 호텔을 짓겠다는 것이지요. 트럼프 회사의 고위 관계자가 최근 대만을 방문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트럼프 회사 측에서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트럼프와 차이 총통의 통화와 관련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대만 정책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대만과 관련해서는 거의 벙어리가 된 처지 말입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에 진출한 롯데가 세무조사를 받고 한류(韓流) 연예인들의 활동이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엔이 아무리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제 방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중국은 모르는 체해 왔습니다. 정상적인 관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의 도발적인 행보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면서도 그가 왜 중국을 자극하고 있는지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의 '허영섭 동서남북'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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