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코드 맞추기-출세 위한 무리수 없었는 지 성찰해야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평생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했고 공직에 있는 동안 부끄러운 일을 하거나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강만수) “정치게임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세력싸움인데, (나처럼) 세력없는 사람은 어디서든 불쏘시개로 활용될 뿐이다”(조원동)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구속기소)은 이명박 정부 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가 법정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살고 있는 아파트, 상속받은 시골 땅 외에는 주식 한 장, 땅 한 평 재산 없이 살아왔다"며 "통곡하고 싶고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조원동은 한 순간 ‘부역자’로 낙인찍히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민간기업(CJ) 오너의 퇴진을 압박하고, 또 다른 기업(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불구속 기소돼 법원의 판결로 운명이 갈리게 된다.
강만수와 조원동은 이른바 잘나가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 가운데서도 옛 재무부애서 한솥밥을 먹은 이른바 ‘모피아(재무부의 영문영 MOF+마피아)’ 군단이다. 두사람의 연쇄 추락을 보면서 얼핏 ‘모피아시대의 종언’을 느낀다. 불멸의 경제관료 집단의 신화가 내려앉는 것이 아닌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람들은 오죽하면 마피아에 빗댔을까. 배타적 조직 이기주의와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의리로 한국경제를 수십년 쥐락펴락한 그들이다. 국책은행, 금융기관,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까지 금융관련 요직은 모두 '모피아' 몫이다. 재무부 출신들이 금감위 고위직으로, 국책은행 총재로, 경제부처 장관으로, 청와대 경제참모로 돌고 돌아 영전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관직을 벗으면 대기업으로, 대형 로펌으로, 국회의원으로 속속 진출한다.
과거 관치경제의 틀에 익숙한 이들은 이들은 가계대출을 방치하고 금리를 낮춰 부동산 폭등을 조장했다. 공공부문 민영화를 주도했고 금융기관을 해외 투기자본에 팔아넘겼다. 금산분리 폐지를 이끌었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주창했다. 여기서 파생하는 문제점들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은 연방 고개를 숙였지만, 이들의 정책적 판단에는 언제나 '면죄부'가 부여됐다. "정권은 유한하고, 모피아는 영원하다"는 속설은 그래서 생겨났다.
내년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경제민주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될 전망이다. 야권의 대선후보들은 물론이고 누가 되든 새누리당 후보도 경제민주화 기선잡기에 나설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강만수-조원동 두 사람은 실제로 억울할 것이다. 다른 모피아 동료와 선후배들은 별 탈 없이 잘 나갔다. 그런데 자신들만 검찰과 법원에 불려다니며 고초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말이 맞다. 하지만 정치가 사람이 하는 일이듯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아무리 잘 나갔던 사람도 관운이 다하면 초라한 꼴이 되는 것이다.
무작정 ‘윗분’의 지시에 따르다가 '교도소 담장'을 걷는 사람들이 많은 이 때 모피아 전성기에 파워를 구가했던 그들도 혹시라도 정권코드 맞추기나 출세를 위한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는 지 곰곰이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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