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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미지급’ 해법은 없나 (上)눈물짓는 피해자들
‘자살보험금 미지급’ 해법은 없나 (上)눈물짓는 피해자들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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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교보생명 일부만 지급 '꼼수'..삼성생명은 여전히 '눈치작전'

 

이른바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새해에도 끝나지 않고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3대 생명보험사 중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했으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지급액 전체의 20%에 불과한 수준인 데다, 지급 명목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자살보험금 문제를 세 차례 특집으로 연재한다.  ===========================================================

 

최근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딸은 뒀던 한 부모는 딸 이름으로 2003년 가입한 보험상품의 재해사망보험금 2억 원을 신청했지만, 보험사는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자살 유가족은 "딸을 잃어서 가슴이 아프지만, 당연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갖다가 지급을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04월까지 팔린 거의 모든 보험 상품은 자살시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준다고 약관에 명시했으나 당연히 줘야 할 보험금을 보험사들이 약관이 잘못된 거라며 주지 않고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모두 2980, 2465억원(2014년 기준)으로 집계된다.
 
새해 들어 교보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이 최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그 지급방식과 규모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금 '일부 지급'에 이어 '위로금'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소멸시효를 둘러싼 자살보험금 공방은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또다시 불거진 자살보험금 논란에는 역시 대형 생보사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당초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조치 예고에 보험금 전액 지급을 공표하고 한발 뒤로 물러선 중·소형사들과 달리 지급금액이 1000억원을 넘는 대형사(삼성생명 1608억원 한화생명 1050억원 교보생명 1034억원)들은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한 한화생명은 예고했던 대로 2011124일 이후 청구분을 계약자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과 금융당국의 방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화-교보생명, 미지급 자살보험금 총액의 약 20% 수준만 '한정 지급' 계획

 
그러나 한화생명의 '소멸시효' 자살보험금 지급안은 여타의 중·소형사들과는 범위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이 마련한 이번 안은 금융당국이 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보험사를 제재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한 2011124일 이후 청구 건을 대상으로 한정했다.
 
3대 보험사 중 가장 먼저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결정한 교보생명은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해당 금액을 줄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기초서류(약관) 준수 위반' 규정이 법제화된 2011124일 이후 보험금 청구자를 대상으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던 것에서 후퇴했다.
 
교보생명이 이렇게 위로금 명목을 택한 것은 당국의 강력한 징계는 비껴가는 동시에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준용해 '배임' 소지를 무마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주지 않아도 되지만 도의적으로 일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인 위로금으로 자체 절충점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모두 이같은 방식을 통해 미지급 자살보험금 총액의 약 20% 수준인 200억원만 추가 지급하는 선에서 일단락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징계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또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보험금 아닌 '위로금' 형태로 지급..'업무상 배임' 논란 피하려는 듯 

 
또 다른 논란은 자살보험금의 지급 형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에 나서기로 한 교보생명이 보험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형태로 미지급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의 이번 조치는 감독당국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피함과 동시에 '보험금'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남으로써 대법 판결 등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자살보험금 지급에 따른 업무상 배임 관련 이사회 비판을 피해가겠다는 해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 형태로 지급 시 보험업법을 근거로 2011년 이후로 한정한 미지급 규정안이 큰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 등에서 또다시 막다른 길에 봉착하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생명은 현재 업계 내 추이를 살펴보며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아직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여전히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날 "합리적 범위 내에서 적정한 지급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에서 아직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일부 지급 등 지급 형태 전반과 관련해 당국이 어느 정도 수위에서 제재를 확정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행정소송 카드와 자살보험금 지급 두 카드를 손에 쥔 삼성생명이 어떤 카드를 내미느냐에 따라 업계 내 또다른 파장이 일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삼성생명도 교보와 한화생명 수준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높다.
 

미지급 규모 교보 1134, 한화 1050, 삼성 1608억원..80%는 그대로 남아

 
3대 보험사의 미지급 자살보험금 총 규모는 교보생명 1134, 한화생명 1050, 삼성생명은 1608억원 정도다. 이 중 교보와 한화가 일부 지급하는 금액은 2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미지급액의 20% 수준에 그친다. 80%는 그대로 지급되지 않는 채로 남는다.
 
이 때문에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일부 지급 결정은 금융당국이 내릴 제재의 수준을 낮추고 국민적 비판을 피해가려는 형식적 성의 표시 정도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보생명은 여기에 명목까지 위로금을 택하면서 '꼼수'라는 비판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삼성, 한화, 교보 생명보험 빅3사와 금감원의 줄다리기에서 금감원이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며, 결과적으로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강공에 두 손을 드는 듯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임시방편'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한 금융전문가는 한화와 교보생명 측에서는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위법이라고 명시된 2011년 이후로만 보험금 지급을 예고하면서 전체 미지급액의 약 20%만 책임질 요량이라며 삼성생명 역시 합리적인 범위에서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믿음과 신뢰로 먹고 살아야 하는 보험사들의 최근 행보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소송에 나섰던 생보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동부생명, 신한생명, 농협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알리안츠생명, ING생명 10곳이다. 회사별 미지급 금액은 ING생명(471·653억원)이 가장 많으며, 삼성생명(713·563억원) 교보생명(308·223억원) 알리안츠(152·150억원) 동부생명(98·108억원) 신한생명(163·103억원) 등의 순이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14개 생명보험사들 입장, 크게 3가지 그룹으로 갈려

 
애초 똑같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안고 출발했던 14개 생보사는 작년부터 크게 3가지 그룹으로 갈렸다
 
첫째는 ING생명 등 7개사는 대법원 판결 전부터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압박을 가해오자 작년 6전액 지급을 약속하며 먼저 꼬리를 내렸다이들은 지급할 보험금이 많지 않거나, 금감원의 ‘압력이 더 두려웠던 경우다.
 
특히 미지급 보험금 규모가 가장 커 금감원의 집중 타깃이 됐던 ING생명은 금감원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도 패하자 당국과 등을 져선 향후 매각에도 걸림돌이 되니 아예 문제를 털고 가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ING생명은 단일주주(MBK파트너스)여서 배임으로 시끄러울 소지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두번째 그룹은 대법 판결까진 버티다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를 받자 뒤늦게 전액 지급으로 급선회한 알리안츠생명 등 4개사다. 이들 역시 금감원의 종합검사 등 감독당국의 주먹을 두려워했다. 배임 시비는 불거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험금 규모가 크지 않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큰 문제는 없을 걸로 봤거나(동부현대라이프생명), 역시 매각 승인을 앞둬 당국의 눈치가 보이는(알리안츠생명) 약점이 있는 곳들이었다.
 
세번째 그룹은 현재까지 당국의 압박에 완전히 손을 들지 않은, 전체 미지급 자살보험금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생보사 '빅3'사들이다. 이들은 당국의 서슬에도 여전히 배임 소지가 크다는 논리로 입장 표명을 미루거나(삼성생명), 전액지급은 거부(교보한화생명)하고 있다.
 
3사들은 보험금 지급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주주 구성이 복잡한 점을 불가피한 버티기의 이유로 든다. 해외 주주(교보생명)와 소액주주(삼성생명) 비중이 높아 대법 판결을 거슬러 보험금을 주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금감원 행정권-대법원 사법권 충돌..지급 의무 다하되, 배임 문제 각자가 해결해야"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행정권과 대법원의 사법권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보사가 선뜻 전액 지급 결정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에 배치되는 결정을 할 수 없고 그럴 경우 배임죄를 물어야 한다. 다만 강력한 행정제재가 예고되는 만큼 삼성생명도 고민 중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생보사가 소멸시효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궤변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관계자는 사망보험은 원래 한 번 청구하며, 보험사가 자살이 사망원인인 가입자에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사망원인이 자살로 나왔으면 당연히 약관상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런데 보험금이 1/3에 불과한 일반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게 잘못”이라면서 이를 뒤늦게 알고 문제제기를 한 가입자에게 보험금 청구 시효가 소멸됐다고 우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결국 피해는 자살보험금 가입자 가족과 금융소비자들의 몫이란 지적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와 당국간 갈등으로 결국 같은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어느 회사냐에 따라 보험금을 받고 못 받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를 다하되, 배임 문제 등은 각자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해 기획> ‘자살보험금 미지급해법은 없나

  <차례>  ()눈물짓는 피해자들 ()휘둘리는 금감원 (하) 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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