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8개월만의 檢 출두..탄핵정국 속 붙통인사의 과제

지난 해 6월 참여연대 등에서 고발한 지 8개월 만이다. 홍 전 행장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있던 지난 해 6월 돌연 휴직계를 낸 뒤 ‘사실상’ 잠적했었다.
이날 검찰 등에 따르면 특별수사단은 최근 귀국한 홍 전 행장을 불러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직무유기와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조사했다. 지난 해 6월 참여연대 등은 홍 전 회장 등이 “여신 업무를 하면서 ‘재무 이상치 분석’ 등 기본적인 기업 재무상태 점검도 하지 않고 대우조선에 대출해 줘 산은에 2015년 6월까지 최소 2조728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고,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압력에 의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며 직무유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지난 2013년.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과 관련해 스스로 ‘나는 낙하산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에도 그의 튀는 행동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 해 늦여름, 그의 낙하산 행각은 산업은행을 지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로 향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국제금융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정부는 그를 AIIB 부총재직에 추천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발목을 잡힌 홍 전 부총재는 돌연 AIIB 부총재직을 휴직하더니 잠적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4조 3천억 원을 들여 겨우 마련한 AIIB의 주요 자리도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 애초에 홍 전 부총재가 AIIB에 가게 되었던 것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다. 30년의 세월동안 교수로 지냈던 그에게는 2년간의 산업은행장 자리조차 버거웠다.
산업은행장은 정부의 공적 자금으로 산업의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금융권의 칼잡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독하고 힘든 직책이다. 그어나 홍 행장은 나약한 교수에 지나지 않았다. 한 나라의 산업을 책임지는 국책은행의 장을 맡기에는 그는 ‘함량미달’이었고, 고스한히 한계를 드러냈다. 스스로도 늘 사석에서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안 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뱉고 다녔다고 한다.
문제는 산업은행장으로 능력과 실력이 모두 드러난 그를 박근혜 정부가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중책을 맡겼다는 점이다. 국제금융 부서의 관료는 그 분야의 잔뼈가 굵은 엘리트를 보내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정부는 AIIB 부총재 자리로 홍 전 산업은행장을 보냈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무능력자를 중책에 보낸 꼴이다.
AIIB도 바보가 아니었다. 그의 능력부족을 알아차리곤 애초에 약속되었던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아닌 최고위험책임자(CRO)로 그의 보직을 강등시켰다. 4조가 넘는 돈을 내놓고도 정부는 한마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정부가 자초한 낙하산 인사인 탓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불거지자 모든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아무런 능력도 없이 또 다시 낙하산으로 내로라하는 국제기구에 간 것도 그였다. 그런 인물이 AIIB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검찰 특별수사단이 홍 전 행장으로부터 이 같은 고발 내용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그가 과연 직무유기가 있었는지, 그리고 손실이 있는 데도 자금을 지원한 게 배임인지 등에 대해 정책적 부분도 따져 봐야 하고, 법리적으로도 제대로 추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홍 전 행장에 대한 수사에 이어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까지도 수사를 철저히 해아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6월 홍 전 행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 과정에서 들러리 역할만 했다”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 해 6월 이른바 서별관회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뒤 국회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채 잠적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있는 두 자녀의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해오다 최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홍 전 행장에 대한 수사에 이어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까지도 수사를 철저히 해아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6월 홍 전 행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 과정에서 들러리 역할만 했다”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 해 6월 이른바 서별관회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뒤 국회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채 잠적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있는 두 자녀의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해오다 최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무가 정지된 탄핵정국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4년 동안 전문성이나 능력은 생각도 하지 않고 수첩에 비밀스럽게 적혀있는 대로 결정한 인사가 많다고 한다. 이런 비상식적인 ‘수첩 인사’가 이뤄지는 동안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나라 경제는 결딴이 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 인사’는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다.
홍 전 행장은 지난 2007년부터 이른바 ‘5인 공부모임’ 일원으로 박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인수위원,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 은행장, 통합 산업은행의 초대 회장까지 최고 경제요직을 속속 맡았고 결국 4조 3천억 원짜리 AIIB 부총재 자리를 허공에 날린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서 권력자 한 사람이 결정하는 수첩인사가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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