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기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통계 오류를 낸 담당자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한은은 14일 금융통계팀장을 직위해제하고, 상급자인 금융통계부장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최상급자인 경제통계국장과 실무자인 담당 과장에게는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직위해제된 금융통계팀장은 경제통계국 내 팀원으로 직책 강등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임원회의에서 “한은이 지켜온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며 관련 부서를 질책하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등 '대로(大怒)'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은은 지난 9일 ‘1월 말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를 공표하며 저축은행의 1월 가계대출 증가폭(전월 대비)이 9775억원이라고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5083억원이라고 정정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기존에 가계대출에서 제외했던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일부 대출을 올해부터 가계대출로 재분류했다. 한은이 이 같은 사실을 각주 등을 통해 설명하지 않은 채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은은 가계대출 외에 국내총생산(GDP), 국제수지, 각종 물가지표, 기업·가계심리지표 등 굵직한 통계를 발표한다.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타를 잡아주는 그야말로 기초 중 기초인 통계다. 이런 지표가 틀렸으니, 어쩌면 한은의 존재이유까지 흔들릴 수 있는 사고였던 것이다.
한은이 이토록 강력하게 조치한 배경에는 통계청의 견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취임 이후 줄곧 국내총생산(GDP) 추계의 통계청 이관을 주장해 왔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선 GDP 추계를 놓고 이 총재와 유 청장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계 오류는 한은에 뼈아픈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통계에 관한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양대 산맥이자 라이벌 관계다. 통계청이 올해 말까지 ‘분배 기반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작성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한은이 독점해왔던 GDP 통계 추계 및 발표가 이원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이 ‘시너지(상승)효과)’를 낼 지 갈등관계를 빚을 지 주목된다.
통계청은 가계소득과 부채 등 분배 지표를 근거로 한 GDP 수치를 올해 말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통계청은 한은 통계를 기반으로 GRDP(광역지자체 국내총생산)만 생산했지만 내년부터는 전국 단위 GDP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통계청 GDP의 핵심은 ‘분배’다. 하지만 향후 발표될 통계청 GDP는 기존 한은 GDP의 한계를 보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분배측면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같은 행정기관인 국세청에서 국민소득과 관련된 자료를 받을 수 있어 강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통계청은 공유경제 등 기존 GDP에 포함되지 않은 영역을 실태조사를 한 후 GDP 계산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경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현대 사회에서 통계오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통계의 정확성이 흔들리면 국가신용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세계 10대 무역대국인 우리나라는 이제 주먹구구식 '엉터리 통계'는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