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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2)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2)
  • 조영철
  • 승인 2017.06.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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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영철 ·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전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 · 저서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의 진로〉, 후마니타스 〈미국식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당대 등   

<조영철칼럼> 한국경제가 돈은 많은데도 저성장 침체에 빠진 주요 이유는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 규모에 비해 투자를 적게 하고 소득분배 불평등으로 평균 소비성향이 낮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증대→내수확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통화신용정책을 통한 수요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감세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기에, 문재인정부에 남아 있는 거시경제정책 수단은 정부 지출 확대뿐이다.

적극적 재정정책,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의 수단

   2014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정부지출의 고용유발계수는 민간의 소비와 투자 지출의 고용유발계수보다 더 크다. 즉, 고용 없는 성장체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같은 돈 10억 원을 소비·투자로 지출할 때 민간이 정부보다 고용을 더 적게 창출하는 대한민국이 돼버린 것이다. 자영업자 취업까지 포함하는 최종수요 10억 원당 취업유발계수는 정부소비 15.1명, 정부투자 13.6명이다. 편의상 정부소비와 정부투자의 취업유발계수 단순 평균값으로 정부지출 취업유발계수를 구하면 14.3명이다. 이런 식으로 거칠게 계산하면 중앙정부 총지출 약 400조 원에 의해 창출된 일자리 수는 대략 570만 개 정도다. 570만 명의 취업자 중 중앙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비공무원 수가 75만 명이므로, 나머지 495만 개 일자리는 공기업과 민간부문에서 정부지출로 유발된 것이다. 570만 명은 총취업자 2,680만 명의 21%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 11조 원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2017년 정부지출은 411조 원으로 늘어나고 16만 개의 일자리가 더 생긴다. 신정부 계획대로 정부지출을 매년 7%씩 증가시킨다면 2018년 정부지출은 440조 원으로 지금보다 57만 개의 일자리를 더 창출할 수 있다. 물론 정부지출로 유발되는 간접 고용창출이 전부 실현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지출을 늘리려면 비과세 및 조세감면 축소와 재정 차입 등의 재원마련으로 인해 민간 투자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돈은 있는데 쓰지 않는 것이 문제인 시대이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구축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보건사회복지부문의 취업유발계수(19.2명)가 전체산업 취업유발계수(12.9명)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사회복지를 중시하는 신정부 재정정책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앞에서 추계한 수치보다 더 클 것이다.    이처럼 정부지출은 이미 강력한 일자리 창출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번 추경예산안 발표에서 그랬듯이 일자리를 위한 예산이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일자리 예산이든 아니든 간에, 국민이 꼭 필요로 하는 우선순위 재정사업을 집행하면 한국은행 취업유발계수에서 나타나듯이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정부지출 확대로 고용이 늘면 당연히 가구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 경제가 활성화된다. 따라서 적극적 재정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최저임금인상, 당장 부작용 있지만 넘어서야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이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은 월급여로 환산하면 200만 원이 넘는 소득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대상자의 소득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임금 전반에 영향을 미쳐 임금소득을 전체적으로 밀어 올리는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전경련과 경총이 최저임금 인상을 그렇게 반대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원래 임금주도성장정책으로 시작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주도성장을 위해 필수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인건비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의 퇴출이 발생해 실업이 늘어날 것이란 반대의견도 있다. 기존 실증연구를 보면 대부분 최저임금제가 고용 수준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을 줄이지도 늘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실업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노동생산성이 낮은 저임금 일자리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채용할 수 없으면 투자를 해서 노동생산성을 올리든지 아니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임금을 주고도 노동자 채용이 가능하면 사용자는 굳이 노동생산성을 올리려고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결국 저임금 온존이 한국경제의 생산성이 낮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자영업자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을 보면 음식·숙박업 29%, 도·소매업 36%에 불과했다. 그러니 자영업자의 창업·폐업 반복에 따른 자원의 낭비가 계속되고, 폐업자 중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자영업부문은 그야말로 레드오션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자영업자 폐업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일자리를 구조조정 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은 항상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한다.    568만 명의 자영업자 중 임금근로자를 채용하는 자영업자가 158만 명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낮은 좀비중소기업과 한계자영업의 몰락과 함께 고용도 축소시킬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도 지급할 수 없는 한계부문의 퇴출이 이뤄지면 살아남은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고용도 늘릴 것이다. 더욱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의 소득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파급효과로 전반적인 임금 상승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적으로 고용을 축소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구조조정 효과와 함께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근로시간단축, 저임금 노동자에겐 공허한 구호

   어떤 개혁도 개혁에 따른 단기 부작용의 골짜기를 넘어서야만 하는데, 최저임금 개혁의 골짜기는 적극적 재정정책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보완해줄 수 있다. 즉, 프랜차이즈 본사의 다양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근절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단기 충격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편의점의 야간 영업을 강제하는 것도 불공정거래 행위다. 야간 영업을 해봐야 손해만 보는 편의점은 야간 영업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활약을 기대한다.    신정부 정책 핵심 중 하나가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고용 창출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일자리 나누기와 ‘저녁 있는 삶’은 매력적인 정치 구호다. 그러나 ‘저녁 있는 삶’은 기본 생계가 보장된 이후 꿀 수 있는 이상이다. 초과근무를 하지 않고는 기본 생계도 꾸리기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저녁 있는 삶’이란 공허한 구호다. 근로시간 단축정책은 고임금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노사정간의 협의를 통해 장시간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고임금 사업장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신규고용으로 대체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고임금 부문에서 이뤄지는 근로시간 단축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재정지출을 매년 7% 늘리는 재정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저임금 정책의 단기 일자리 감소 부작용을 극복하려면 집권 초기에 재정정책의 강력한 일자리 창출효과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1, 2년 차에는 8~9%로 대폭 늘리고, 3~5년 차에는 5~6% 수준으로 5년 평균 7% 지출 계획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8년 예산요구액의 증가 규모가 6%에 불과해 대책이 필요하다.

공정위 활약, 고용서비스, 예비타당성 조사 등 필요

   재정지출 확대에 의한 일자리창출과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일자리파괴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실업자가 새로 생긴 일자리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일자리창출정책이 실효성을 갖는다. 따라서 직업간, 산업간 노동이동을 촉진하는 고용서비스사업이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신규사업은 법정지출이 아닌 한 대부분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복지사업같이 총사업비 개념이 없는 경우는 5년 재정지출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이면 조사 대상이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재정 투입액보다 사회적 편익이 더 큰지를 따지는 것이다. 신정부 공약에는 중소기업이 정규직으로 청년을 3명 채용하면 세 번째 직원의 급여를 정부가 3년 동안 한시 지원하는 정책도 있다. 이 정책은 임금보조금으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유인하려는 것이지만, 이 정책이 없어도 3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던 중소기업들이 주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정책의 실질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신정부는 재정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되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그 타당성과 경제성을 먼저 철저히 검증한 후 예산으로 편성해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쓴이 / 조영철

·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전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

· 저서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의 진로〉, 후마니타스
〈미국식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당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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