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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와 ‘넘모벽(넘을 수 없는 모피아의 벽)’
김상조와 ‘넘모벽(넘을 수 없는 모피아의 벽)’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7.07.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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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처판 '넘사벽'의 텃세..재야출신 공정위원장의 '한바탕 전쟁' 예고(?)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출범 이후 파격적인 개각을 단행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그가 최근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했는데 공정위가 욕은 더 먹었다”는 발언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직감적으로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재야 시절 항상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영문 합성어)에 비판적이던 시각이 여과없이 그대로 표출된 까닭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 후 세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책임자로 활동할 때 주로 금융위와 공정위, 두 부서 관련 일을 많이 했는데 솔직히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공정위원장 취임 후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이 공정위가 잘못에 비해 과도한 비판을 받는 측면도 있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만 장관급 공직자가 다른 부처를 공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제부처 주변에서는 이번 돌출발언이 모피아에 대한 김 위원장의 평소 불신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 위원장은 교수 시절에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모피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개개인을 놓고 보면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때는 조직폭력배나 진배없어지는 것이 한국의 모피아”라거나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모피아에게 넘어가는 순간 여지없이 실패한 정권이 된다”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이번 발언을 이른바 ‘모피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오랜 불신이 묻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저서(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통제 받지 않는 모피아는 개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표현하는 등 과거부터 모피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 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부처 돌아가는 걸 보니 결국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제이노닉스)의 성패는 결국 모피아와의 전쟁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금융위는 고위 채널을 통해 강력 항의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곧바로 금융위에 사과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확전을 피하는 분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김 위원장의 발언은) 다 같이 잘해 보자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에들러 말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양측의 갈등이 언젠가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경제검찰’의 권한을 금융권으로 확장하려는 공정위와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침해받지 않으려는 금융위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점에서다.

두 위원회가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건 조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게 관가의 해석이다. 공정위가 금융회사의 담합 등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것 자체가 금융위로선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받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감독권을 쥔 금융위와 담합 조사권을 쥔 공정위가 맞부딪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조직의 갈등을 영역다툼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는 금융위가 금융회사 입장을 대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영역인 금융 분야에 공정위가 개입하는 걸 반기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요즘 유행하는 넘사벽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줄임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힘으로는 격차를 줄이거나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신의 무력감을 표현하기 위해 잘난 상대방을 두드러지게 과장해 보이는 경우 사용한다.

쉽게 말하면 모피아는 '경제부처판 넘사벽'이다. 이에 재야학자 출신인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돌출'발언을 한 것은 혹시라도 ‘넘모벽(넘을 수 없는 모피아의 벽)’과의 한바탕 전쟁을 예고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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