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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바캉스' 기대와 우려
'체크바캉스' 기대와 우려
  • 홍윤정 기자
  • 승인 2017.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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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것이라고 그냥 따르기보다는 신중해야

[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휴가'라는 뜻으로 세계인이 공용어로 사용하는 단어 바캉스(vacance)가 프랑스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안다. 그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바캉스를 즐긴다. 또 바캉스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직장인들은 연간 5주일의 법정 유급휴가를 즐길 수 있다. 바캉스를 멋지게 보내기 위해 일년동안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해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시작돼 8월이 되면 직장인들은 물론 파리 시내의 많은 상점들도 '연중 정기휴가'라는 종이 쪽지 한 장 달랑 걸어 놓고 바캉스를 떠난다. 빵집, 담뱃가게, 어물전, 푸줏간, 카페, 식당, 복덕방 등 동네 가게는 거의 다 문을 닫는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장관들도 여름에 반드시 휴가를 즐긴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형 체크바캉스(Cheque Vacance) 도입과 관련, 내년부터 제도 설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체크바캉스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사안이다. 프랑스가 1982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여행장려제도를 본 딴 정책이다.

정부는 체크바캉스가 정착되면 국내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관광객이 줄면서 침체된 국내 관광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체부는 체크바캉스 예산 500억원을 기재부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요청대로 체크바캉스 예산이 모두 반영돼 정부가 10만원의 휴가비를 지원하면 근로자 5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문체부가 전망한 관광·소비 창출 효과는 3600~48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체크바캉스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가 '놀 돈'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정서적 반감이 적지 않다. 근로자만 지원하고 자영업자는 배제시킨다는 불만도 나온다. 주 적용대상인 중소기업 참여를 이끌어낼 방법 역시 마땅치 않다. 근로자 휴가비를 지원하는 업체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반면 근로자에게 휴가도 주지 못하는 기업에게 휴가비 지급은 '언감생심'이 아닐까. 지원 범위·금액 결정 또한 쉽지 않은 과제다.

결국 정부가 근로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이른바 '한국형 체크바캉스'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낳는다. 직장과 정부가 근로자 휴가비를 보태는 식이라며 휴가비를 정부가 대주는 방식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기업 참여가 제대로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박근혜정부에서 1년 동안 실시했다가 폐기된 정책을 재추진하는 데 따른 논란도 자칫 불거질 전망이다.

여행바우처(travel voucher)는 경제적, 신체적, 사회문화적 제약 등으로 국내 여행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기회를 제공해 여행참여 및 관광활동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자 시행되는 제도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여행기회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인 것이다. 관광분야의 바우처는 프랑스의 체크바캉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체크바캉스가 한번 폐기된 정책이란 점은 추진 동력을 떨어뜨린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중소·중견기업 180개를 대상으로 체크바캉스를 실시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공감대 형성 및 기업 참여 유인책 부족, 중소기업 도산과 잦은 이직률에 따른 근로자 참여율 저조 등이 원인이었다. 이런 점을 반영, 정부는 당초 체크바캉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정교한 제도설계가 먼저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외국에서 좋은 것이라고 체크바캉스 제도를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경제난과 현실성, 경제주체들의 호주머니 사정들 철저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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