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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이제 '역경매' 대출시스템 운영해 볼 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이제 '역경매' 대출시스템 운영해 볼 때
  • 권의종
  • 승인 2017.07.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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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富者) 은행, 빈자(貧者) 고객'의 금융 현실..소비자중심의 전자상거래 방식 도입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은행의 상반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다. 4대 주요 은행의 상반기 순수익이 무려 4조 3,444억 원이다. 은행당 평균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해 상반기에 비해서도 33.7%나 늘었다.

대박이다. 어찌됐든 실적 풍년은 축하할 일이나 그런 기색은 어디에도 없다. 1,40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 빚에 눌려 휘청거리는 개인도, 리스크관리를 내세워 대출조이기에 나섰던 은행 때문에 지난(至難)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기업도 속이 편할 리 없다.

은행도 내색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표정관리와 임직원 입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다. 빈자 고객을 상대로 은행만 배불린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리라. 손 놓고 있다 뒤늦게 원인분석에 나선 금융당국도 면피성 대응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은행 사상 최대 실적은 높은 예대마진 덕..높은 대출금리가 문제 

은행의 사상 최고 실적은 늘어난 예대마진(NIM)에 크게 기인한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은행의 예대마진은 1.84%였고, 금년 5월에는 1.97%까지 벌어졌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였는데 대출금리를 온갖 명목을 동원해 올려 온 것이다. 은행의 영업이익 중 이자수익 비중이 80%를 넘는 수익구조에서 예대마진의 확대가 폭발적 수익 증가로 이어진 결과다.

높은 대출금리가 문제다. 경제학의 수요공급 법칙에 의하면, 수요가 일정할 경우 공급이 늘면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시장에 다수의 공급자를 참여하여 경쟁이 심화될 경우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를 위한 유효한 수단의 하나가 역경매이다. 역경매란 다수의 공급자가 호가를 점점 낮춰가는 경쟁을 통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 받는 소비자중심의 전자상거래 방식이다. 다수의 수요자가 응찰해 가격을 점점 높여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매 방식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역경매 대출은 인터넷사이트에 제시된 일정한 대출수요에 대해 금융공급자가 경쟁적으로 좀 더 낮은 이자를 제시하다가 최저 금리를 제시한 자에게 낙찰됨으로써 금리가 떨어지게 하는 구조로 운용될 수 있다. 금융수요자는 금리 비교를 위해 여러 은행을 전전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최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공급자도 마케팅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앉아서 폭넓은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불공정·불평등 금융구조의 구원투수, ‘역경매 대출’..과거 대출금리 떨어뜨린 적도 

공급자가 주도하는 한국의 금융환경에서 역경매 대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보급은 공급자에 의한 일방적인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상호작용하는 양방향 시장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고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됨으로써 수요자의 협상력이나 시장에서의 지위가 이전에 비해 크게 향상된 덕분이다.

일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시장에 비해 금융시장, 특히 대출시장에서는 수요자·공급자 간의 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비대칭성과 소수의 공급자와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가 존재하는 특성 탓이다. 하지만 은행이 시장가격 즉 금리를 결정하는 일방적 구도만큼은 최소한 역경매 대출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

역경매 방식의 금융서비스로 대출금리를 떨어뜨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0년 1월 신용보증기금이 공적 보증이 연계된 역경매 방식의 ‘온라인 대출장터’를 통해서다. 은행의 높은 협상력으로 인해 이론적인 수준보다 대출금리가 높게 형성되는 것을 막아 금리를 인하시키려는 취지였다.

시장의 반응도 좋았고 금리인하 효과도 양호했다. 대출장터 도입으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이 은행들의 금리조건을 비교해 대출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가 적지 않았다. 강맹수 & 이군희(2012)의 연구에 의하면 대출장터 시행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금리인하 효과가 최대 73bps(0.73%)까지로 나왔다.

역경매대출 시스템, 금융공급자보다 금융소비자 유관기관서 담당하는게 바람직

대출장터는 최우수 금융상품으로 대한민국 금융대상에 선정되었고, 국내외 금융, 산업, 학계로부터 첨단의 혁신사례라는 극찬을 받았다. 호사다마였을까, 대출장터는 기업과 은행의 관심과 신보의 의지가 시들해지면서 3년을 넘기지 못한고 폐쇄되고 말았다.

폐지된 제도가 이제 와서 뜬금없이 리마인드되는 것은 당면의 금융환경과 무관치 않다. 금융공급자는 사상 최대의 ‘수익 잔치’를 즐기는데, 상당수 금융소비자는 영업수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키 어려운 빈곤의 늪을 헤맨다. 이러한 만성적인 불평등·불공정 구도를 타개할 구원투수로 역경매 대출에 거는 간절한 기대 때문이다.

역경매대출 시스템의 운영은 금융공급자보다 금융소비자 유관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대상 대출의 범위도 금융권 전체 대출로 확대하고, 개인대출과 기업대출을 특화시킴으로써 ‘규모와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거두는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최초로 상용화될 한국의 역경매 대출의 화려한 등장이 기다려진다. 벌써부터 일각이 여삼추 같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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