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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08.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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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남성 승계' 탈피?.."모든 건 족벌경영의 폐해 " 지적도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 기자] ‘세기의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심에서 5년 징역형이 확정된 25일 두가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선고공판장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가족은 참석하지 않았다.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전 관장이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의 경우 방청권 없이도 법정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홍 전 관장 등은 2월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바로 면회를 가지 않았다. 구속 약 한 달 만인 3월 16일에서야 처음으로 20분가량 면회를 했다. 이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에도 나온 일이 없다.

또 다른 광경은 증권시장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희비가 엇갈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관련주는 상승했다. 이 부회장의 공영공백이 길어질 경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경영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설이 시장이 퍼지면서 호텔신라 관련주가 상승했다.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와병중인 가운데 동생인 이부진 사장의 그룹 후계자 승계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비장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습니다. 오해를 꼭 풀어주십시오"라며 ‘모종의 결심’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사실상 '삼성 총수'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이 결심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내놓은 이같은'호소'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날 유죄 선고를 계기로 당분간 항소 절차에 집중하면서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해가 풀리지 않으면 삼성을 대표할 수 없다"고 말했듯이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직위를 모두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 경우 삼성그룹은 앞으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일시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이에 대해 오빠 이재용 부회장의 불행한 일에 이부진 사장이 자신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호텔신라 측의 전언이다.

문제는 ‘이재용 유죄확정’의 원초적 배경에 삼성의 ‘족벌경영’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날 판결로 이재용과 삼성에게 덧씌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다. 외신들은 이 부회장이 부패(corruption), 뇌물(bribery), 횡령(embezzlement)으로 5년 징역을 받았다며 재판 결과를 신속하게 전했다.

유죄판결로 오랜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다는 점에서 '분수령'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환경 속에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는 등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이 교차한다.

삼성그룹 총수의 장기 부재에 따른 우려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 결정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삼성그룹의 사업 구조조정, 신규 투자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단기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 복원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날 선고가 유죄판결문에서 나와있듯이 모든 게 정경유착과 기업의 도덕성 문제에서 출발됐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잘 하면 재벌들이 정경유착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자생적 성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삼성이 우리나라 재벌의 최대 리스크인 '총수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질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재벌개혁 입장에서 보면 삼성은 족벌경영이라는 최대의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이제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이 위기를 넘어 이번 기회에 선진기업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후진적인 지배구조에 머물지 지켜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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