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전당포, 그리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은행과 전당포, 그리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 정종석
  • 승인 2017.08.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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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도 하나의 산업.. 단순히 '금융 적폐'로 보는 태도 있다면 시정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은행(銀行)과 전당포(典當舖)의 다른 점이 뭘까.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곳이다. 반면 전당포는 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주어 이익을 취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은행과 전당포의 닮은 점은 뭘까. 현직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전당포식 영업행태를 질타한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달 취임 직후 은행권의 영업 관행을 질타하고 나섰다. 최 위원장은 먼저 “전당포식 영업 행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은행권이 지나치게 담보 대출 위주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나선 것은 가계·담보대출 쏠림 현상이 ‘생산적 금융’을 저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을 볼 때 여전히 담보·보증 위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오히려 더 심화하고 있다. 개별 은행이 수익확보를 위한 행위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느냐를 놓고 금융위원장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들, 산업쪽 대출보다 손쉽게 안정적인 담보대출에 '안주'

원론적으로 은행들이 스스로 선별기능을 키우고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신산업·혁신기업 등 생산성이 높은 분야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산업쪽 대출보다는 손쉽게 안정적인 담보대출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식 영업행태라는 비난은 여기서 나온다.

그 금융의 시초이자 중심이 은행이다. 오래 전부터 은행을 ‘1금융’이라 칭한다. 그만큼 은행은 중요한 기관이다. 은행을 향해 ‘사기꾼’이니 ‘도둑놈’이니 하는 비판이 종종 가해지곤 한다. 이는 단지 ‘편하게 앉아서 찾아오는 소비자에게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아먹는 듯한’ 겉모습 탓에 생긴 말일 듯 싶다.

실제로 은행의 예대마진 시스템은 사실상 ‘사기’에 가깝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도 은행들의 입장에선 이 방식이 사업의 근간이다. 은행의 주력 사업은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이 때 예금 이자율보다 대출 이자율이 높게 책정된다. 이 차액이 바로 예대마진이고, 은행의 핵심 수익원이다.

은행들은 지난 몇년간 꾸준히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고 담보·보증 대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09년 50.8% 수준이던 중소기업 담보·보증 대출 비중은 지난해 68.5%까지 상승했고, 지난 4월(69.2%)에는 7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여기서 아니러니한 대목은 실제로는 은행이 돈을 빌리는 것이면서 ‘예금’이라는 가면을 씌워놓은 것이다. 예금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자를 붙여 돌려준다. 그래서 빚과 성질이 똑같다. 금융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은행들이 손쉽게 돈을 버는 전당포식 영업행태를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서민들 최고 연 100% 이상 이자 내야..가난할수록 더 비싼 이자 내는 ‘사회적 착취’ 

지금 은행에서 신용이 좋은 사람이 돈을 빌리려면 대략 연 이자 2~4%만 내면 된다. 그러나 신용이 없는 서민들은 최고 연 100% 이상(불법 대부업체 포함) 이자를 내야 한다. 가난할수록 더 비싼 이자를 낸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착취’를 당하는 것이다. 여기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온다. 돈장사를 하는 은행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은행들에게 무작정 돈 떼이는 것 각오하고 돈만 대주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금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은 무려 1천4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인 것이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나 증가세가 성장을 제약할 수준으로 과다하다고 경고한 데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어깨를 항상 짓누르는 것도 바로 가계부채 해법이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분석한 책들에 빠져있다고 한다.얼마 전 어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장의 2015년 저서 '부채와 악마 사이(Between Debt and Devil): 돈, 신용, 그리고 국제금융 바로잡기'를 꺼내 들었던 그가 이번엔 아티프 미안(Atif Mian)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Amir Sufi) 시카코대학교 교수의 2014년 공동 저서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 싱크탱크 INET에 영입된 터너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대안을 연구한 결과물로 '부채와 악마사이'를 발표하기 한 해 전에 나온 이 책은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한 책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빚으로 지은 집'은 미안 교수와 수피 교수가 8년간 가계부채와 자산 가치, 부동산시장 가격 등의 통계를 바탕으로 금융위기의 원인을 은행의 파산이 아닌 가계부채에서 찾은 책이다.특히 미국 내 젊은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미안 교수는 미국 주택담보대출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빚 권하는 사회' 바꿔야 '대침체의 시기' 비켜갈 수 있다는게 석학들 조언

최 위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부채를 양산할 뿐이라고 단언했다. 가계부채는 한계 차주를 양산하는 사회적 문제인 만큼 그냥 봐 넘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머릿속에 온통 '가계부채'뿐인 그가 금융위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빚으로 지은 집'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터너의 책과 달리 이미 국내에서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책은 금융위 직원들 사이에서 필독서가 된 지 오래라고 한다.빚 권하는 사회를 바꿔야만 아직 오지 않은 대침체의 시기를 비켜갈 수 있다는 석학들의 조언이다.

원로 경제학자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연초 어느 언론인터뷰에서 “정부에서 서민들 만의 신용보증 기구를 만들자. 이건 절반을 떼일 각오를 정부가 하고, 떼인 건 재정으로 메워서 하고. 전당포 가는 서민들, 그 사람들을 위한 신용보증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여기서 보증을 해주면 4% 이자로 할 수 있지 않나. 그것을 하고 못 갚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건 사회 정책적으로 떠안자. 그것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 아니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얼마 전 출범 100일을 넘겼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금융정책도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서 ‘서민 및 중소기업 지원’으로 중심 축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금융분야에 있어서 새 정부가 아마추어적 접근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은행가의 지나친 탐욕이 문제였다. 동서를 막론하고 은행은 자신의 탐욕으로 일을 그르치고도 파산 위기에 몰리면 뻔뻔하게 공적자금을 요구하곤 한다. 그래도 정부는 계속 은행을 살려준다. 은행의 역할이 워낙 중대한 탓이다. 때로는 파산을 시키더라도 이내 곧 다른 은행을 만든다.

'은행가의 탐욕' 견제받지만 정부가 어느 정도 눈감아 주는 식으로 이어져 와

대신 은행 인허가 제도 확립, 금융감독 강화, 은행 지배구조 개선, 최고경영자(CEO)의 권한 축소,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 금지, 리스크관리 강화 요구 등 수많은 규제를 양산한다.비록 은행가의 탐욕이 정부의 견제를 받지만 정부가 어느 정도 눈을 감아주는 식으로 이어져온 것이 우리나라의 금융제도일 것이다. 

경제를 기계에 비유하면 금융은 기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에 해당한다. 산업이 몸체라면 금융은 심장이자 혈맥이다. 은행,증권,보험,카드는 룰론 핀테크까지 모든 금융은 기업-정보통신(IT) 등 다른 산업과 ‘동전의 양면’이나 다름이 없다. 금융이 없이는 기업 포함한 모든 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금융도 하나의 산업이다. 문재인 정부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제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 내실있게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지금 적지 않은 금융인들이 우려하듯이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금융홀대 수준을 넘어서 단순히 적폐청산 대상으로 보는 시각과 태도가 있다면 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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