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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석의 금융이야기] 관계형금융의 현주소(하) 서민-영세상공인 위한 '맞춤형 금융' 필요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관계형금융의 현주소(하) 서민-영세상공인 위한 '맞춤형 금융' 필요
  • 송인석
  • 승인 2017.08.3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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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만 자영업자-영세상공인-서민 취약계층 위한 금융서비스..지역금융기관들 절실한 생존방안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지난 해 자영업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이 732조원 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한국신용정보원이 분석한 '개인사업자의 금융거래 현황과 주요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거래가 있는 자영업자 중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존재하는 수는 약 258만8,200명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 대출 잔액은 평균 2억3,800만원으로, 전체 약 615조9,900억원으로 분석됐다.

이중 자영업자 234만2,300여명은 약 116조6,500억여원의 가계대출을 중복으로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영업자가 보유한 전체 대출 잔액은 732조640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1,344조원의 절반이 넘는 약 54%에 달하는 수준이다.

◇ 자영업자 대출 732조, 관계형금융 실적 2조3천억,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2014년11월부터 시행한 은행의 관계형금융은 취급대상 업종과 대출 인정범위를 확대하면서 취급 실적이 크게 증가하여 2016년 중 2조3,411억원(4,433건)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금감원 업무계획에 관계형금융을 포함하고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이 밝혔다.

관계형금융 취급 실적(정책자금 포함)을 업종 별로 살펴보면 도·소매업 33.3%(7,721억원), 제조업 32.3%(7,483억원), 서비스업 10.3%(2,396억원), 운수업 7.1%(1,64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비재무정보 수집과 활용 실태, 신용등급별 취급상황, 담보대출 비중 등 실태 점검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732조원과 비교하면 국내은행들이 취급한 관계형금융 취급실적은 2조3천억원으로 이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국내은행들의 관계형금융 실행 형태는 영업점 자율에 의해 관계형금융을 실시하고 기술금융부 등 관계부서가 업무지원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영업점 직원 관계형 금융 인지도 제고를 위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창업 초기 기업과 기술 중심 기업을 중심으로 장기여신 지원, 지분투자, 컨설팅을 지원하여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기여하기 위해 관계형 금융 지분투자 확대 방안으로 올 6월 영업점에 소액 CB투자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신설했다.

◇ “담보 없어도 신용도 낮아도 대출 OK”,은행권 관계형금융 상품 '속빈 강정'

KB국민은행은 담보력은 부족하나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는 유망분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KB유망분야 성장기업 우대대출’을 출시했다.‘우수기술력 보유기업’에 0.5%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등 금리 혜택 기준도 기존 담보 중심에서 기술력 보유 중심으로 바꿨다.  

KEB하나은행도 저금리·장기 대출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들을 위한 맞춤 상품 ‘브라보 소호론’을 내놨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상품으로 대출 금리와 한도, 기한 혜택을 강화했다. 대출한도는 총 3,000억원으로 최저 연 2.8%에 3년부터 15년까지 대출이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09조 4,049억원 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8%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제2금융권의 경우 80조7,997억원으로 32.7% 급증한 상태다. 재무정보 등 정량적수치 와 담보력에 의존한 여신심사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했던 중소기업들이 고금리 제2금융권에 의존할 수 밖 에 없었던 결과다.

이는 전국규모의 은행들은 서민 자영업자 와 영세상공인을 배제하고 기술력이 있는 유망중소기업 과 규모가 어느 정도 뒷받침 되는 중소기업들만 관계형금융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근거이다.현재 은행의 관계형금융 실태는 557만명 자영업자 와 서민에게는 겉치레만 화려한 속빈 강정 인 것이다.

은행의 관계형금융 문턱마저 넘지 못한 대다수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서민 취약계층 과 557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들은 제도권 금융회사의 맞춤형금융이 절실한 상황이다.

영세상공인 과 자영업자들은 대출 유형이나 업종, 지역, 금융업권에 따른 대출 규모의 차이가 있고, 연체율이나 부도비율도 다양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금융거래 특징을 반영한 맞춤형 신용평가 모형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영세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과 상권분석 등의 사업컨설팅, 재창업 지원 등의 정책 지원을 위해 지역밀착형 관계형금융을 실행해야 한다.

◇ 서민과 영세상공인 위한 맞춤형 금융 절실..지역밀착형 관계형 금융 통해 특화해야 

지역·서민금융 기관은 거래형 금융이 중심인 은행과 달리 특정지역, 직장, 단체를 대상으로 고객과 장기적인 거래관계 속에서 축적된 정성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기존의 스코어링 평가 모델이나 현금흐름 분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서민금융기관이 지역내 영세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을 지역밀착형 관계형금융을 통해 특화 전담하는 것이 지역금융기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8·2 부동산대책 이후 가계대출 둔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본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업권이나 회사가 생존하고 지속 발전하는 길은 자신만의 특화된 영업부문을 확보할 때 가능하며 저축은행이나 신협 등 지역금융기관이 특화할 수 있는 영업부문은 지역경제 또는 조합원과 연관된 지역밀착형 관계형금융이 가장 적합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섭외활동을 통해 취득한 정성적 정보와 지점장의 주관적 판단을 활용하는 관계형금융의 개념이 대폭 약화되면서 정량적 지표가 취약하면 금융권의 대출마저 어려워지게 되었다. 금융회사들이 객관성 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진리스크 관리 기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스코어링 모델(scoring model) 등 과거 및 최근 데이터에 기초한 정량적 평가 방식 중심으로 내부의 신용평가체제 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력이 약한 서민이 은행에서 대출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제3자 연대보증도 폐지되었다. 은행에서는 개인신용도, 담보, 은행거래내용 등을 고려해 대출한도와 적용금리가 자동 산출되도록 스코어링 모델로 시스템화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민에게 금융 이용 기회를 주지 않을 수는 없다. 서민들의 긴급 생계자금이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필요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일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금융회사의 존재 이유이며 사회복지후생 면에서도 그 타당성이 충분하다 할 것이다.

정량적 데이터에 기초한 리스크평가 방식은 객관성 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정성적 요소와 주관적 판단이 상당부분 배제되면서 정량적 요소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만들어냈다.

정량적·객관적 데이터가 충분치 못해 스코어링모델을 가지고는 평가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 과 자영업자들에게는 관계형금융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의 품성, 평판, 가족관계, 열정, 자영업자인 경우는 업종, 경험, 현금흐름, 현장방문을 통해 얻은 정성 정보 등을 종합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환 능력이나 재기 가능성을 판단한 후 대출한도 와 금리, 가부 결정을 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정성적 정보는 채무자 의 미래의 정량적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성적 정보는 채무자의 미래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채무자의 신용평가를 정량적이고 객관적 인 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되 채무자의 미래 가능성과 전망까지도 추정하기 위해 정성적 정보의 수집과 가공 및 이를 근거로 한 주관적 판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성적 정보의 중요성은 서민과 영세상공인이 주로 거래하는 지역금융기관의 경우에 필수적 요소로 부각된다. 서민 과 영세상공인에게 절실한 맞춤형금융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 지역밀착형 관계형 금융이 생존방안..선택의 문제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

지역·서민금융 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가계부채 및 자영업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지역금융기관의 최고의 생존 전략은 은행이 등한시하는 맞춤형금융이 절실한 서민 과 557만명의 자영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 관계형금융이라는 것임을 인식해야 된다.

지역금융기관(저축은행,새마을금고,신협 등)이 비대면 온라인 은행 서비스로 인터넷전문은행이나 P2P와 경쟁하기는 힘드나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지역 고객과 관계를 맺는 관계형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이나 P2P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관계형금융으로 영업을 특화하는 것이야 말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관계형금융에서 이용하는 비정형화된 정성적정보를 분석하는 방법을 핀테크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지역금융기관은 은행의 시장잠식으로 우량고객 이탈 등 고객기반이 취약해지고 있기는 하나 관계형금융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구조와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지역금융기관은 주어진 여건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여 IMF 외환위기 이전처럼 관계형금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관계형금융은 지역금융기관의 중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위해 요구되는 필연적인 조건으로서 선택의 문제(option)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must)이다.

관계형금융 영업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정보 수집이 가장 중요하다. 금융 이용자와의 초기 상담과정에서 유용한 정보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기법 등 상담 스킬을 갖춘 전문요원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상대방이 진솔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도록 유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금융상담 경험이 풍부한 세일즈Pro 로 직원들을 양성해야 한다. 빅데이터 활용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NICE 등 개인정보 보유기관의 정보도 개인정보보호 측면을 고려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은행의 관계형금융 실태 와 진주저축은행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프로세스를 충실히 준수한 건에 대해서는 비록 부실이 나더라도 고의 중과실이 없다면 취급자는 면책돼야 한다. 관계형 금융에 대한 건전성 분류 기준이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도 기존의 타 대출에 비해 완화돼야 한다. 이런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고는 금융회사에서 직원이 서민 과 영세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적극 취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관계형 금융은 당장 성과 안 나타나..지속적 추진 위해 주주-조합원 이해 요구

관계형금융은 관련 제도를 일부 개선한다고 당장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에 걸쳐 전반적인 영업 관행과 담당자의 행태 및 마인드까지 변화되어야 서서히 성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단기적 이익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주주와 조합원의 이해와 자세가 요구된다.

금융당국도 업계의 관계형금융 확산 유도 및 관련 규정 개선 등 정책적 뒷받침을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역 및 서민 금융의 취약성으로 인해 햇살론, 사잇돌 등 정책성 서민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지역금융 기관의 자생적 기능 회복은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의 생산적·포용적금융 정책에 지역 및 서민 금융의 시장기능을 살리는 정책을 반드시 병행·추진하여야 한다.

필자는 IMF 외환위기 이전 대출담당 책임자 시절 매일아침 은행 문 열기전 1시간30분전에 출근하여 1시간 가량 영업회의를 한 후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나면 가방에 상품 안내장, 카드신청서, 예금신청서, 대출신청서, 고객상담기록부, 현장답사용 소형카메라를 넣고 지역내 상가, 오피스, 재래시장, 아파트단지를 3개월마다 구두를 바꿔야 될 정도로 고객들을 찾아가서 상담하고 기록하며 점주조사표를 만들고 완성하였다.

한번이 아닌 3Ten(10번 방문,10번 전화, 10번 편지)을 시행하여 5Km 지역내 점주조사표 상 고객들의 정성적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에게 맞춘 여·수신 상품을 추천하는 관계형금융을 통해 사업자등록증도 없는 포장마차 주인까지 대출을 해주면서도 부실화되어 책임을 지게된 건이 1건도 없는 깨지지 않는 은행 최고의 여·수신 실적을 거뒀던 모습이 지역금융기관 임직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557만명의 자영업자 와 영세상공인,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대한 금융관행이 관계형금융으로 정착되어 서민 과 영세상공인, 자영업자 에게 절실한 맞춤형금융이 실행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송인석 (issong958@naver.com)

금융소비자뉴스 고문/논설위원

(전) 오케이저축은행 전무이사

(전) 하나저축은행 전무이사

(전)SC제일은행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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