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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미 FTA 개정, 전화위복의 계기로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미 FTA 개정, 전화위복의 계기로
  • 권의종
  • 승인 2017.10.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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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기다렸다는 듯 비난 일색..국민적 지혜와 통상외교 역량 총결집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다. 유례없이 긴 황금 추석연휴를 즐기는 사이 미국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 쓰나미가 한국 경제를 뒤덮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통상압력이 한국을 향해 연거푸 가해졌다.

지난 4일 미국에서 열린 제2차 한미FTA 공동위원회에서 FTA 개정협상 절차를 진행키로 합의했다는 뉴스다. 이튿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LG전자를 겨냥해 낸 긴급수입제한조치 즉 세이프가드 청원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세탁기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만장일치 판정이다. 후속 절차가 남아있긴 하나 삼성·LG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과 수입량 제한조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당장 내년 초부터 개정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한미FTA 경제적 효과를 먼저 따져보고 재협상 여부를 논의하자던 한국의 주장은 먹혀들지 않았다. ‘미치광이’를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를 당해낼 수 없었다. 거듭된 ‘FTA 폐기’ 언급을 협상 전술로 애써 폄하했던 한국 측의 대응도 안이했다.

FTA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해온 자동차, 철강업계의 피해가 걱정이다. 제1차 한미FTA 공동위원회에서 관세 즉시철폐를 요구했던 농업 분야에 미칠 파장도 심각하다. 미국의 제안대로 농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시기가 앞당겨질 경우 한국과 FTA를 맺은 다른 국가들 또한 비슷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법률, 금융 등 서비스시장에 대한 추가개방 요구도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은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시장의 추가 개방을 통해 상품부문 무역적자의 만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지분 투자허용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전망이다. 이 경우 서비스 분야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발 ‘FTA 개정’ 쓰나미 한국경제 덮쳐..문제점 지적 봇물 속 정작 해결책 없어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 비난 일색이다. 야당은 과거 한미FTA를 ‘불평등 협정’으로 매도했던 여당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재협상 입장이 바뀐 경위를 밝히라는 공세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 “한미 양국은 FTA 개정절차 추진에 합의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정부 측 설명은 무시되는 분위기다. 언론도 뒤질세라 연일 대서특필이다.

문제점 지적은 그리 잘하면서 정작 귀담아 들을만한 솔루션이 없는 게 흠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대고 있다. 비난은 이쯤으로 충분하다. 이미 결정 난 일에 왈가왈부할 여유도 실익도 없다. 주도면밀한 로드맵을 준비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북핵 위기로 인해 한미 양국의 공조가 다급한 시기에 통상 압박을 가해온 위기적 상황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무기수입국이다. 북핵과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미국산 첨단무기를 대량 구매해야 할 처지다. 무기구입을 내세워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셰일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 확대를 선제적으로 제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 미국의 통상압력 강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기선 제압을 위해서다.

미국의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부활 압박을 극복할 수 카드로 서비스 시장에서의 대미 적자 문제를 적극 부각시켜야 한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232억달러에 이른다. 서비스 수지 적자규모는 2011년 109억달러에서 2016년 143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서비스부문 적자를 자동차와 농산물 관세문제를 조율하는 무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사법주권 침해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개정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양국의 공조가 다급한 시기.. 전방위적 통상압박 위기를 기회로 되돌려야 

지식재산권 관광 교육 법률 의료 등의 서비스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오픈 마인드가 요구된다.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좌절되었던 서비스시장 개방을 FTA 개정협상을 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핀테크 분야 등의 개방을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 영화유통, 농산물시장 개방이 경쟁력 반전의 전기가 되었던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농산물 관세율 인하 문제에서도 전향적 자세가 긴요하다. 마냥 반대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무작정 답습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쌀 수입을 막아주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매가를 높여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없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궁극적으로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해치는 자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이익균형이 지켜져야 하는 점에서도 일정 부분의 양보를 감수해야 한다. 타격이 예상되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보호무역 장벽을 피해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다. 경쟁국 경제정책에 순응하면서 자사의 이익을 꾀하는 글로벌한 현실 인식에 눈을 떠야 한다.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마라, 일본은 일어선다 조선아 조심해라.” 해방 후 극심한 혼란기에 어른들은 민요조로 아이들은 동요조로 흥얼댔던 슬픈 노랫말이다. 힘들 때 믿고 의지할 곳은 결국 자신 뿐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 국민적 지혜와 통상외교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절박하고도 현실적인 이유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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