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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중단·재개는 한 편의 코미디
원전 중단·재개는 한 편의 코미디
  • 류동길
  • 승인 2017.10.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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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어이없는 일이었다. 이미 1조6000억 원이 투입됐고 공정률이 거의 30%에 이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켜놓고 법적 대표성이 없는 공론화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건설 계속과 중단을 결정하게 한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어설픈 코미디라면 웃고 말 일이지만 국가 중요정책이 그렇게 결정된다는 건 웃고 그만둘 일이 아니었다.

  공론화위의 조사결과는 건설 찬성 59.5%, 건설 중단 40.5%였다. 이런 결과로 공사를 계속하게 된 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공사 중단 조치로 협력사 피해액은 1000억 원, 공론조사에 투입한 예산도 46억 원에 이르렀다. 그동안 치른 사회적 갈등 비용은 헤아릴 수도 없다. 그걸 누가 보상할 것인가. 공사 중단을 지시한 당국과 최종 결정을 한 한수원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탈(脫)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강하게 나타나자 공약을 강행하는 대신 우회하는 방법을 택했다. 원자력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시민을 상대로 공론화과정을 거쳐 탈원전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어설픈 정책시도는 시민들의 이성적 판단에 막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위 조사 결과를 수용. “조속한 건설재개”를 천명하면서 "신규 원전 전면중단과 차질 없는 탈원전 지속추진"의 뜻을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재개 결정 후 신규 원전 6기(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등) 백지화와 노후 원전 조기 폐쇄 등 ‘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함에 따라 탈원전 에너지 정책은 오히려 강화됐다. 신규 원전 매몰비용 또한 천문학적이다.

  공론화위는 ‘원전 축소’(53.2%)의견이 ‘유지와 확대’( 35.5%+9.7%)보다 높게 나온 것을 근거로 원전축소를 권고했지만 이는 설치 목적을 위배한 공론화위의 월권적 행위다.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관한 찬반만을 도출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었다.

  공론화위 의견조사의 ‘건설 재개 이후 필요 조치사항’이라는 문항에서는 ‘향후 원전 안전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일 많았고 ‘탈원전 정책 유지’ 의견은 13.3%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런 통계는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고 했다. 어쨌든 공론화위의 조사결과와 권고에 따른다면 탈원전의 명분은 사라진다. ‘원전 축소’와 ‘탈원전’은 전혀 다른 개념이 아닌가.

  공약은 중요하다. 하지만 공약에 들어있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국민이 승인 또는 동의한 것은 아니다. 공약의 정책화에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굳이 원전정책을 공약대로 추진하고 싶다면 당연히 법적 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토를 거치고 국민의 뜻을 알고 싶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물어야한다. 어떻게 대통령 말 한마디로 에너지 백년대계가 백지화될 수 있는가.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 건설 중인 원전을 멈춰놓고 이를 폐쇄하려했는가 하는 점이다.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안전성 때문이라면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야지 일반 시민에게 물을 일은 아니다. 정부는 처음 원전은 위험하다고 했다가 탈원전을 해도 전기료가 오르지 않는다고 했고 원전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했다. LNG나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연구개발에 힘쓰겠다는 것을 누가 마다하는가.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탈원전에서 원전 재가동으로 회귀한 까닭을 살펴보라.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경우 우리의 원전생태계와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원전만큼 효율성을 내는 에너지는 없다. 한국 원전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은 세계가 인정한다. 한국은 원전수출 강국이다. 세계원전시장 규모는 엄청나다. 우리가 이를 외면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탈원전을 하면서 어떻게 원전수출을 하겠다고 할 수 있는가. 한국은 에너지 부족국가다. 원전은 전체전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원전에 의존해야할 필요성은 상존한다.

  원전과 에너지문제는 정치문제도 이념문제도 아니다. 전문가의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이고 경제와 안보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탈원전 에너지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적법한 절차와 국회논의를 거치고 민관 전문가에 맡겨 풀어가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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