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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와 이순우-'새옹지마'의 인생
이광구와 이순우-'새옹지마'의 인생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7.11.0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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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퇴진'..'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뜻 되새겨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기자] 지난 2014년 13월 당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돌연 연임포기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을 차기 행장에 내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행장이 스스로 물러선 것이다. 당시 때 마침 취임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관치 인사' 논란이 식기도 전에, 서금회(서강대출신 금융인모임)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이 사실상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선임하며 금융권에선 한동안 '관치 낙하산' 논란이 사라지지 않았다.

서금회 논란은 지난 2014년 12월부터 시작된다. 당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돌연 연임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을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이 한층 더 증폭됐다. 금융권에서는 애초 이 행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서금회 출신 인사가 행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돌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결국 이순우 행장이 하차하고 그 자리에는 이광구 행장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 지난 해 1월 이광구 우리은행장(왼쪽)이 이순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과 1월28일 연계사업 추진을 위한 포괄적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광구 행장은 지난 달 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혜채용' 의혹 문건이 공개된 뒤 불과 16일 만인 지난 2일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고강도 자체 감찰과 더불어 폭로가 이뤄진 국회를 직접 방문해 설명하는 등 사태 수습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최근 입장을 바꿨다는 평가다.

이 행장의 이 같은 심경변화의 배경이 아리송하다. 이 행장이 지난달 31일 특혜채용 논란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를 방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융위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 행장의 거취를 둘러싼 급격한 상황변화에 힘을 싣는 주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에 대한 '퇴진론'이 물 밑에서 제기돼 오다 특혜채용을 고리로 급격히 발화됐다고 평가한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서금회' 회원이다. '박근혜 정권'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데다 케이뱅크 인가 특혜 의혹에 시달렸다. 또 조직 내 계파 갈등 끝에 터져 나온끈테 특혜채용 논란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입지가 좁아졌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으로서는 점점 조여오는 유·무형의 압박을 느끼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많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번갈아 가며 행장에 올랐다. 그러나 상업은행 출신 이순우 전 행장 후임으로 또 다시 상업은행 출신이자 박근혜 정부와 가깝다고 알려진 서금회 출신인 이광구 행장이 수장에 올라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광구 행장의 사임배경에 투서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행장 인사에서 잇달아 소외된 한일은행 측에서 국회 등에 채용비리를 제보해 상업은행 출신 우리은행장을 낙마시켰다는 소문이다. 그래서 차기 우리은행장은 벌써부터 한일은행 출신이 맡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여기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생각난다. 메멘토모리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3년 전 이순우 행장은 울분을 삼키며 자신이 행장에서 밀려난 사실을 토로하는 일간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다시 3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는 이광구 행장이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아마도 그도 속으로는 분루를 삼키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은행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세상은 돌고도는 ‘새옹지마(塞翁之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금석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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