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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특수활동비가 도대체 뭐길래..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특수활동비가 도대체 뭐길래..
  • 권의종
  • 승인 2017.11.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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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특수활동비.. 이제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허물 벗을 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특수활동비가 말썽이다.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뢰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수령자가 서명만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눈먼 돈’으로 불리는 이유다.

특수활동비는 예외적 존재로 통해 왔다. 재정 당국과 국회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국회에 제출되는 예산안에도 부처별 총액만 편성하고 세부 명세는 밝히지 않아 용처를 알기 힘들다. 지출증빙도 필요 없어 사후검증도 불가하다. 더욱이 국가정보원 예산은 국정원법에 의해 총액으로 요구·편성되며 심의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만 비공개로 진행되고 예결위 심사는 면제된다.

특수활동비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도 모호하다. 이처럼 중대한 예외적 사안이 법률 규정이 아닌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라 여태까지 시행되어 온 게 기이하다. 국가예산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밖에서 집행되어 왔다는 얘기다.

운영 또한 엉망이다. 특수활동비의 검은 역사가 뿌리 깊다. 공직자들이 식대, 유흥비, 골프 접대, 직원이나 기자들의 격려비 등 쌈짓돈처럼 쓰다 적발된 사례가 즐비하다. 장관, 검찰총장, 차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면면이 힘깨나 쓰는 인사들이 장본인이다. 국회의원시절 특수활동비를 집에 생활비로 갖다 주었음을 고백한 정치인도 있다. 가히 현대판 ‘흥청망청’이다.

특수활동비, 재정당국과 국회 통제 밖 예외적 존재.. 현대판 ‘흥청망청’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하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로 보수 성향의 인터넷 언론을 설립해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정원이 2012년 대선 직전 민간인 여론조작팀에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이버사령부 530단이 국정원에 특수활동비를 받아 여론몰이를 위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오프라인 심리전을 위해서도 자금을 지원했는데 그 출처가 국정원 특수활동비였다. 급기야 지난 정부 시절에 국정원 간부들이 특수활동비 가운데 수십억 원을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갈 데까지 가고 올 때까지 온 느낌이다.

특수활동비는 원칙적으로 폐지되는 게 맞다. 국정원이나 경찰 등 대북 활동이나 기밀 업무와 상관이 없는 정부 부처와 국회 등의 특수활동비는 없애야 한다. 필요하면 업무추진비로 양성화시켜 떳떳이 사용하는 게 옳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규모를 과감히 줄이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특수활동비는 국정원은 올해와 동일한 4930억원 수준이며, 나머지 19개 기관은 금년보다 17.9% 줄어든 3289억원으로 편성된 상태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최대한 삭감하고 내년 이후에도 계속 줄여 빠른 시일 내에 제로화 시켜야 한다. 청와대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절감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예산으로 활용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 중에 없애는 게 정답이고 적기일 수 있다.

정보기관 예산, 비밀주의 기조는 유지하되 입법부 통제권은 인정해야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쇄신도 필요하다. 다른 나라들도 정보기관의 특성상 예산 비밀주의에 대한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입법부의 통제권은 인정하는 추세다. CIA 등 미국의 정보기관은 예산 승인 과정에서 상·하원 8개의 위원회 심사를 거친다. 정보기관이 활동 목적과 금액 등이 제시된 자료를 의회에 제출하면 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특정 사업이 폐지되거나 추가되는 등 조정을 거쳐 승인이 되는 구조다.

독일은 연방 의회의 정보기관 감독기구인 통제위원회 외에 정보기관의 예산 심의·승인을 전담하는 기밀위원회를 두고 있다. 기밀사항이나 안보에 관련됐다는 등의 단순한 사유만으로 구체적 이유 없이 입법부의 자료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국정원 예산의 경우 전체 금액을 뭉뚱그려 특수활동비로 편성되는 것은 다분히 억지다. 인건비 등 경상적인 경비는 제외하고 비밀활동비만을 계상하는 것이 정도라 할 수 있다. 인건비나 경상비용까지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한 확대 해석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기밀은 보호하되 인건비나 운영비 등의 일반 예산은 공개하고 있다. 국가 기밀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비밀주의의 특권은 국가 안보에 기여하기는커녕 도리어 부적절한 정치개입 등 부작용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이를 우리는 지금 뼈저리게 체험 중이다.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 구미(歐美) 국가에서는 영수증 없이 예산을 사용하는 일은 상상조차 힘들다. 그랬다가는 당장 파면감이고 형사 처분 대상이다. 이들 국가가 달리 선진국이 아니다.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의식이 앞서있기 때문이다. 특수활동비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21세기 민주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진부한 관행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올 들어 세계 수출순위 6위까지 뛰어오른 대한민국의 면모에 걸맞지 않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특수활동비의 낡은 허물쯤은 이제 벗을 때가 되었다. 하고자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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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동 2017-11-16 06:18:59
날카로운 논평,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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