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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위원장의 가벼운 언행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가벼운 언행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7.11.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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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인지 장관급 공직자인지 제대로 분별해야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개혁에 정통한 경제학자이자 시민운동가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석·박사 과정까지 밟은 이른바 ‘토종’ 경제학자다. 지난 1994년부터 한성대에서 교수로 활약했다. 1999년 참여연대가 만든 재벌개혁감시단장을 맡으면서 재벌개혁가로 이름을 알렸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며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이처럼 교수이면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한 김 위원장은 '재벌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는 지난 3월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하며 정치권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문 대통령 당선 후에는 공정거래위원장이 됐다. 그동안 외곽에서 비판과 견제역할을 하다가 이제 막강한 권한과 함께 책임을 지는 '재계 검찰'의 수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취임 후 반년이 다 되는 지금 김 위원장은 아직 자신이 시민운동가인지 공정거래위원장인지를 모를 언행들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숭실대에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다소 늦게 도착하며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 앞서 5대 그룹 전문 경영인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선 등 개혁을 촉구했던 상황이라 이 발언은 즉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논란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몇 차례 이어진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 중 공정위가 잘못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 게 아닌가"라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김 위원장은 이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 사과했다.

또 9월에는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인터뷰가 보도되자 '오만'이라며 또다시 논란이 됐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씨는 페이스북에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사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썼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정확하고 용기 있는 비판을 해주신데 감사드리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중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런데도 '사고'는 또 터졌다. 이번에도 그는 사과를 했다. "그날 기업들에 당부 말씀도 드렸지만 어려움도 듣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도 들었다"며 이날 기업과의 자리가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재벌들의 불공정 행위에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해 왔다. 그 가운데 삼성그룹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 왔다. 삼성 승계의 고비 때마다 벌어진 편법과 불공정 행위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와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논란이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승계를 위한 첫 단추였던 이 사건에서 그는 편법 승계 논란을 이끌어내며 주목을 받았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포괄적 뇌물죄 성립에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자문기구 등을 통해 삼성 등 재벌과 관련한 정책의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장관급 공직자이다. '무소불위'의 공정위를 이끄는 수장이다. 단순히 비리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학자나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그는 논란이 된 '재벌을 혼내줬다' 발언이 진의가 담긴 말이 아니라며 "오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또 다시 해명했다.

그러나 구설수가 일어날 때마다 사과와 해명 만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그는 "공식 회의를 끝내고 가볍게 던진 말이었다"며 "사회와 시장이 원하는 만큼 기업이 변하는 모습이 빨리 나타나지 않고 있어 분발을 당부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서둘러 자신의 발언에 따르는 파문을 진화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시민운동가인지 장관급 공직자인지를 제대로 분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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