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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와 '부금회'
'서금회'와 '부금회'
  • 정순애 기자
  • 승인 2017.11.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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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그룹 정권교체 후 몰락 조짐..과거를 교훈 삼아야
(왼쪽부터)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후보자,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금융소비자뉴스 정순애 기자]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권을 주도했던 것은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였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4대 천왕’ 같은 대통령 모교인 고려대 동문들이 금융실권을 장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제 반년이 지났다 .그런데 벌써 과거의 모습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김영주 전 산업부 장관이 무역협회장이 되고, 김용덕 전 금감원장이 손해보험협회장이 되면서 관료 출신 올드보이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요직에 관피아 배치 또는 금융권 인사가 관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부산 출신인 김태영(64)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가 내정되면서 부산 출신 금융인 전성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동문인 부산상고를 비롯해 부산 인맥들이 인사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금융권 인사가 특정 인맥이나 연줄에 좌지우지되는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부금회’는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부산연고 금융인의 연구모임이다. 지난 2016년 3월 50여명을 중심으로 발족한 이래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부산시의 목표에 맞춰 정책 세미나를 여는 한편, 부산시 지방세 확보를 위한 자문역할을 맡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현재 부금회 멤버 알려진 인물은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장(부산고)과 김교태 삼정KPMG 대표(배정고), 이재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동성고)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엄길청 경기대 교수(배정고)와 지난 9월 BNK금융지주 인사로 CIB(기업투자금융) 총괄을 맡게 된 정충교 부사장 등도 모임의 일원으로서 각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부금회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공교롭게도 최근들어 선임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등이 모두 부산 출신으로 알려져서다. 정지원 이사장의 경우 부산 대동고등학교를, 김지완 회장은 부산상고와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이동빈 행장은 강원도 원주고를 나왔으나 부산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부산 출신 금융인으로 분류된다.

새 정부 출범 후 ‘경기고’와 ‘참여정부’ 라인이 금융권 인사코드로 굳어지는 가운데 부금회를 중심으로 한 부산 출신 인사가 신흥세력으로 부상했다. 물론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특정 인맥과 학맥으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요직을 나눠가지면서 신(新)관치를 부추길 수 있고,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부 들어 부산출신 인사들이 중용되는 과정에서의 공통점은 기존 예상을 깬 ‘깜짝쇼’식 선임이라는 점이다. BNK금융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수차례 연기되며 최고경영자(CEO) 공백을 불러왔다. SH수협은행의 행장 공모는 세 번이나 불발되는 진통을 치른 끝에 선임됐다. 거래소 역시 당초 유력 인사가 갑작스레 지원을 포기하고 추가 공모과정을 거쳐 인선이 마무리됐다. 은행연합회장 또한 이사회에서 단 1시간 만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는 ‘밀실인사’가 단행됐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고려대 출신이 핵심 금융기관을 장악했다. 이른바 ‘고금회’다. 또 박근혜 정부 때는 서강대 출신으로 이뤄진 ‘서금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각종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특히 전 정부를 지원사격하던 서금회는 정권 교체와 함께 이미 몰락하는 조짐이다.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은 금품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앞두고 있으며,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채용비리에 휘말리면서 이달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역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에서 중도하차한 바 있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가 단독 후보로 추대되자 금융권에서는 ‘부금회’가 실세그룹으로 떠올랐다.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던 김 전 대표가 ‘올드보이’로 불리던 굵직한 관료 출신 인사를 제치고 은행연합회장으로 깜짝 발탁된 데는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의 이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권 교체와 맞물려 특정 집단이 금융권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기치로 개혁애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인사행태를 보면 뭔가 곱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역사는 항상 되풀이된다. 청와대와 정권담당자들, 그리고 권력실세들이 과거 사례를 교훈삼아 과오와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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