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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20년의 교훈과 반성
외환위기 20년의 교훈과 반성
  • 임성수 편집위원
  • 승인 2017.11.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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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체질 개선 흐지부지..금융시스템 안정 위해 혼신 다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임성수 편집위원] 1997년 외환위기 때 ‘현장반장’이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20년 만에 공개 석상에서 IMF 구제금융 당시를 회고하며, “다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선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29일 예금보험공사 주최로 열린 ‘외환위기 20년의 회고와 교훈’ 특별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많은 국민들이 커다란 아픔과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실패한 공직자’로서 그동안 외환위기에 관해 감히 입에 올리지 않았다”며 외환위기의 원인과 극복 과정, 교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이었던 그는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하루하루 외환보유액을 점검하면서 정부 대응을 지휘한 ‘야전군 사령관’ 역할을 했다.

그는 외환위기 원인에 대해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촉발된 통화위기라는 외부적인 요인에 더해 정부 지원 아래 외형성장에만 치중해온 재벌들의 중복 과잉 투자와 과도한 부채, 이를 제어할 만한 경제·금융시스템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요약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과 수출경쟁력이 (한국을 외환위기에서) 구한 거지, 아이엠에프 자금이 구한 게 아니었다”며 외환위기 극복 원동력을 국민 의지와 수출경쟁력, 재정건전성 등에서 찾았다.

1997년 말 몰아닥친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한보ㆍ기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쓰러지면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무너졌다. 정리해고 등 대규모 실직으로 평생직장 개념도 깨졌다. 조기ㆍ명예퇴직이 횡행하고 노숙자가 늘어나면서 실직자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

그러나 커진 덩치만큼 경제 체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이 7년째 2~3%대를 맴돌고 있다. 2011년 이후 단 한번도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을 넘지 못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고용불안이 상시화됐다. 1997년 5.7%였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9.8%로 치솟았다. 체감실업률은 21.7%로 청년 다섯 중 한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기업들의 낡은 경영 행태도 달라지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최우선 과제로 등장한 재벌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그 결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더 커졌고, 총수의 전횡 등 황제경영도 변함이 없다. 대기업은 정경유착과 갑질,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보호에 기대는 관행도 여전하다.

김 전위원장은 금융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위기의 뇌관인 금융부문의 과도한 규제와 높은 진입장벽은 혁신과 창의를 저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규제 완화와 혁신이 위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간과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야말로 금융혁신이 위기의 파급력을 확대한 대표적 사례”라고 짚었다.

20년 전 한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던 IMF가 최근 한국 정부에 구조개혁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구조개혁이란 곧 규제 및 노동시장 개혁을 일컫는다. 그나마 경제여건이 괜찮을 때 개혁을 추진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성과를 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진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시장을 개혁,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민관이 지혜를 모아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언제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덮쳤을 때 한국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2003년 담보인정비율(LTV), 2005년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의 선제 대응이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 금융당국이 경쟁을 통한 혁신을 유도하되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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