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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부는 대학입시서 손 떼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부는 대학입시서 손 떼라
  • 권의종
  • 승인 2017.12.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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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된 입시제도.. 국가의 통제·관리보다 공공성에 기초한 자율적 운영이 바람직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학입시철이다. 이때만 되면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입시제도이다. 대학입시만큼 자주 바뀐 것도 없다. 변천사를 일일이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신(神)만이 알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만하다. 따분한 일일지 모르지만, 대입제도의 지난날을 되짚어보면 난맥상이 적나라하다. 오싹 소름끼치는 한편의 파노라마다.

1946년부터 1953년까지는 대학별 단독시험제를 시행했다.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험을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1954년에는 대학별 고사와 병행해 대학입학연합고사가 시행되었다. 1955년부터 1961년까지는 다시 대학별 단독시험제를 시행했다. 이후 1962년부터 1963년까지는 1954년의 대학입학연합고사와 비슷하게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제를 두어 이를 통과한 학생만 대학별 시험을 볼 수 있었다.

1964년부터 1968년까지는 또 다시 대학별 단독시험제를 시행했다가 1969학년도부터 1981학년도까지 예비고사를 두었고 본고사가 폐지된 1981학년도를 제외하면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통과한 학생만 대학에 갈 수 있었다. 1982학년도부터 1993학년도까지는 학력고사와 대학별 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했다.

1994학년도부터는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었다. 1994학년도 대학입시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 고사를 함께 치르기도 했으나 이후 정부의 '본고사 금지' 정책에 따라 1997학년도부터는 논술고사 또는 면접고사를 치르고 이를 점수화하여 입시에 반영한다.

갈팡질팡, 오락가락이다.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 자율에 의한 선발방식과 국가 관리와 통제에 의한 선발방식 사이에서 변동을 거듭해 왔다. 임기응변적 보완이나 대증요법적 처방이 극심했다. 그 사이 입시제도는 누더기가 되었다. 문제가 생겨 한쪽을 바꾸면 생각지 못한 다른 쪽에서 부작용이 불거졌다. ‘두더지잡기 게임’의 양상이었다. 앞으로 제도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만족할만한 대안을 찾기 힘든 미로에 빠져있다.

대입제도의 역사, 갈팡질팡-오락가락-일관성 부재..정부가 관장할 일 안 돼

엄밀히 말하면 대학입시는 정부가 관장할 일이 아니다. 신입생을 선발하는 일은 대학 본연의 역할이자 배타적 고유 기능이다. 오랜 기간 정부가 입시를 진행하고 관리·감독을 해오다보니 다들 입시업무를 행정서비스로 착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부는 자신의 업무로, 대학은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서비스로 오인한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마저도 정부가 챙겨야 할 일로 잘못 알고 있다.

심각한 부작용은 정작 생각지도 못한데서 생겨났다. 입시의 주체가 되어야 할 대학의 신입생 선발능력이 감퇴된 현실이다. 당장 내년부터 대학에서 직접 학생들을 뽑으라고 해도 이를 제대로 해낼만한 대학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추측컨대 대다수 대학들이 손사래를 칠 게 분명하다. 70년 전 즉 1940년대의 대학이 해냈던 일을 지금의 대학이 해내기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의 간섭이 낳은 참담한 결과이자 값비싼 대가이다. 해마다 정부가 나서서 수능시험을 주관하고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의 성적자료를 대학에 공급해주다보니 초래된 현상이다. 그동안 대학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떤 커리큘럼으로 무슨 과목을 어느 정도 학습했는지를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조차 없었다.

어찌 보면 대학입장에서는 정부 주도의 입시제도가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정부가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과 시간을 투입해 수능시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대학에 무상으로 넘겨주는 현행 구조를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선발 능력 퇴화한 ‘불임’ 대학 방치는 곤란..“계란 깨지 않고 오믈렛 만들 수 없다"

대학입시는 국가가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방식보다는 학교가 공공성과 자율성에 입각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간의 시행착오와 변경을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안목에서 입시제도에 대한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는 대학입시에서 손을 떼는 게 맞다. 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고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넘겨주어야 한다. 여건상 당장 어려우면 단계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로드맵이라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가 대입 문제를 꿰차고, 심지어 수능 당일의 일기예보나 지진예측까지 해나갈 것인가. 그래서는 정부만 힘들고 대학은 쇠하고 수험생도 괴롭다.

입시문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대학을 믿고 맡길 때도 되었다. 이것이 시장, 경쟁, 자율의 시대정신이 대두되는 작금의 교육환경에 부합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OECD 회원국에 어울리는 정책이다.

환수의 대상은 전시작전통제권 뿐만이 아니다.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가 신입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는 일이다. 한국 대학을 더 이상 학생선발 능력이 퇴화된 ‘불임(不姙)’ 상태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못할 거라고 안 시키면 영원히 못하게 된다. 맡겨주면 더 잘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의 전환이 긴요하다. “계란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서양 속담이 새삼스럽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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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2017-12-04 12:20:44
필자 의견에 적극 공감. 이제는 맡겨두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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