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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비트코인 열풍-‘그라운드 제로’ 탈출법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비트코인 열풍-‘그라운드 제로’ 탈출법
  • 권의종
  • 승인 2017.12.1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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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정책 혼선은 절대 금물..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되, 광풍 잠재울 단기적 안정책 서두를 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 이 주제만큼은 칼럼으로 쓰고 싶지 않았다. 어쭙잖은 상식으로 미증유의 현상을 허투루 풀어낼 자신도 제대로 기술할 능력도 모자랐다. ‘선무당'식 훈수로 일을 그르칠 수 없었다. 혹시 모를 후폭풍에 대한 본능적인 몸 사림이었다. 어느 새 광풍으로 돌변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방치할 경우 엄청난 재앙으로 번질 상황에서 더 이상의 망설임은 의미를 잃었다. 이제야 ‘비트코인’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이유다.

비트코인 열풍은 예상 밖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존재조차 희미했던 가상화폐의 가치가 최근 들어 천정부지로 폭등했다. 그러다 일순 곤두박질치기 예사였다. 가격변동이 천당과 지옥을 오갈 정도로 급등락을 반복한다. 잘만 하면 일확천금도 가능하다는 일념에 무작정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묻지마 투자’가 창궐한다. 주식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고 실시간 체결이 가능하며 개·폐장시간 제한마저 없다보니 중독에 빠지기 십상이다.

가상화폐 투자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과열 조짐이다. 이걸로 갑자기 돈 번 사람이 늘면서 추종자가 가세하는 형국이다. 장기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처지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북핵 리스크,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혼돈을 겪으면서 국내 투자보다는 ‘무국적’ 개념의 가상화폐가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부상했다는 분석까지 등장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의 비트코인 열풍을 ‘그라운드 제로’로 소개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등의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을 일컫는 말이다. 핵폭탄이 상공에서 폭발했을 경우 폭발 지점 바로 아래의 지표를 의미한다. 당사국 입장에서는 듣기에 그리 유쾌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틀린 비유는 아닌 듯 싶다.

블룸버그, 한국 비트코인 열풍 ‘그라운드 제로’로 소개.. 유쾌하지 않지만, 틀린 비유 아닌 듯

정부는 이미 가상화폐를 투기 수단으로 단정지은 상태다.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모집(ICO)을 금지시킨 데 이어,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의 주무 부처를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바꾸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물을 건너기 직전에 말(馬)을 바꾸는’ 다급한 모양새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규제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해 보인다. 단지 정책 마련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로서는 고민이 크고 깊을 수 밖에 없다. 다양한 방안들이 심도 있게 검토되겠지만 손에 잡히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든 게 정부의 당면 딜레마다.

당장 가상화폐에 대한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고려된다는 소식이다. 그럴 경우 정부로서는 가상화폐 가격의 폭락 우려와 함께 투자자의 반발과 손해배상 소송 등을 각오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도박 결제나 무기 거래에 악용되는 등 음성 시장만 키우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게다가 가상화폐 거래를 국내에서만 금지한다 해서 투기 과열이 얼마나 잠재워질 수 있을 지도 의문점이다.

가상화폐 투자 금액이나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가제 도입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게 걸림돌이다. 일본처럼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할 경우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화하는 모양새가 되고, 거래소 난립으로 투기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난장판으로 변모한 투기 현실을 구두 경고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기도 어렵다. 정책 경시의 풍조와 더불어 시장 내성만 키울 따름이다.

정부의 규제의지 확고하나, 마땅한 대안 찾기 어려운 딜레마..'단고(短考)후 묘수' 나을 수도

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유사수신 행위로 규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원금 지급을 약정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곳이 아니라, 가상화폐라는 상품을 판매·중개하는 곳이라는 해석이 전문가들의 다수설이다.

과세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크다. 가상화폐도 부동산과 같은 일종의 자산이라며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세나 거래세 등을 과세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쪽도 엄존한다.

정작 신경 쓰이는 부분은 따로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가치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를 투기의 수단으로 단정하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집하는 행위는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갈라파고스적인 규제라는 항변이다. 오히려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서 앞선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월스트리트’로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든 게 흘려듣기에는 아까운 얘기들이다. 중국 러시아 등처럼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시키는 곳도 있지만,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안는 움직임도 정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어쨌든 정부는 가상화폐 분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법과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가상화폐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당장의 광풍을 잠재울 수 있는 단기적 안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 혼선은 절대 금물이다. ‘그라운드 제로’를 탈출할 수 있는 ‘바르고 빠른’ 위기대응 매뉴얼이 나와야 한다. 장고 끝에 악수보다는 '단고(短考)후 묘수'가 나을 수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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