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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보험사들, 걸핏하면 의료자문 핑계 삼아 보험금 안 줘
악덕 보험사들, 걸핏하면 의료자문 핑계 삼아 보험금 안 줘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2.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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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과 '자문료' 공생관계 "매년 수억 버는 교수도"..금감원, '의료분쟁 매뉴얼' 마련, 제재 나서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핑계삼아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고 버티는 악성관행이 성행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첫 진단서를 가장 권위 있는 '의학적 증거'로 삼는 게 핵심이다. 진단서가 위·변조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줘야 하는 게 원칙이다. 보험사들이 이를 악용해서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못된 습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최근 4∼5년 전부터 의료자문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건당 수천만∼수억원의 보험금을 아꼈다. 특히 경계성 종양, 기왕증 질병 등 의학적 쟁점이 첨예한 분쟁만 자문이 이뤄졌던 게 단순한 입원·치료 일수까지 확대됐다. 보험사기와 도덕적 해이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보험사들의 논리였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의료자문은 보험사의 고유 권리"라며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은 선량한 대다수 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을 객관적으로 검증한다는 보험사의 의료자문 취지는 갈수록 '거절을 위한 거절'로 변질했다.보험사는 자문 결과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지연하고 있다. 직접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를 서류만 본 의사의 자문서로 뒤집는 것이다.

2014년 5만4천399건(생보사 1만2천624건, 손보사 4만1천775건)이던 의료자문은 지난해 8만3천580건(생보사 2만9천797건, 손보사 5만3천783건)으로 53.6% 늘었다. 의료자문의 60∼70%는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생보사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의료자문 1만4천638건으로 보험금 지급 9천902건을 거절했다.자문료는 건당 30만∼100만원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155억원을 자문료로 썼다. 이 비용으로 수천만∼수억원의 보험금 지급 수만건을 거절한 것이다.

보험사들이 쓴 자문료는 2014년 91억원에서 지난해 155억원, 올해 상반기 98억원으로 늘었다.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100건 중 60∼70건꼴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건당 수천만∼수억원의 보험금이 매년 수만건씩 나가지 않은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험사 보상 파트는 보험금 부지급 건수와 금액이 주요 평가 지표"라며 "이 때문에 의료자문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에만 좋은 게 아니다. 자문 계약을 맺고 소견서를 써주는 의사에게도 쏠쏠한 수입원이다.139개 병원의 의사 820명이 생명보험사들과, 115개 병원의 의사 524명이 손해보험사들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있다.자문료는 건당 30만∼100만원이다.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지난해 소견서만 400건 썼다. 평균 50만∼60만원으로 잡아도 2억원 넘는 수입을 올린 셈이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의료분쟁 매뉴얼' 초안을 마련, 내년부터 보험회사가 '전문의 소견'을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행정 처분을 받는다. 구체적인 안은 내년 1분기에 확정될 예정이다.

핵심은 '의료자문' 남발 금지다. 보험사가 자문의로 위촉한 의사가 보험금 지급 청구에 대한 소견서를 써 주는 게 의료자문이다. 금감원은 진단서 등 계약자의 의학적 증거가 위·변조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무조건 주는 것을 의료분쟁의 '조정원칙'으로 삼았다.

보험사가 진단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의료자문을 할 경우 그 이유를 계약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자문 내용과 자문 병원도 알려야 한다.의료자문 결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시점부터 지연 이자를 법정 금리로 계산해 계약자에 얹어줘야 한다.현재 생보사들은 139개 의료법인의 의사 820명과, 손보사들은 115개 의료법인의 의사 524명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있다.

보험사는 앞으로 자문 의사가 속한 병원명과 전공과목, 자문 횟수를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자문이 잦은 보험사와 병원의 '블랙리스트'인 셈이다.금감원은 자문 병원, 전공과목과 의사 실명까지 법원행정처에 제공한다. 보험금 소송에서 신체 감정이 이뤄질 경우 해당 병원과 의사를 배제하려는 것이다.최신 수술기법이 등장했거나 질병 원인 등에 쟁점이 있는 경우 보험사가 위촉한 개인 의사가 아닌 해당 전문의학회 등에 금감원이 직접 자문한다.

생·손보협회는 이런 내용을 '보험금 지급업무 관련 모범규준'에 반영한다. 보험업 감독규정상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심사 때 이 규준을 따라야 한다. 교통사고 등에서 장해등급 판정에 관여하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교수들이 의료자문 1·2위다. 의사가 외부 자문에 업무 시간을 빼앗기는 게 문제라고 판단해 의료자문을 신고하도록 하는 병원도 생겨났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의료자문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동시에 병원명, 전공과목, 자문횟수 등 보험사의 의료자문 현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자문 계약을 맺은 병원과 의사에도 부담일 수 있다. 실제로 추진 과정에서 해당 의사들이 강력히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와 마찬가지로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도 법 위반"이라며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은 과태료 등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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