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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이주열 후임 한은총재 빨리 정하라
文 대통령, 이주열 후임 한은총재 빨리 정하라
  • 정종석
  • 승인 2017.12.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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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옐런 Fed의장 임기 3개월 앞두고 파월 지명..'예측가능한 경제' 구현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내년 2월3일 물러나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별명은 '세계의 금융대통령'이다. 그만큼 글로벌경제에 그가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대통령이라면 사실상 미국 중앙은행 총재인 연준의장은 국제경제의 질서와 풍향을 좌우하는 금융대통령이다. 

옐런이 다수의 미국 경제학자들로부터 'A 성적표'을 받았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경제학자들과 경제 전문가 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60%가 옐런 의장에게 A 점수를 줬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설문에 응한 경제학자들의 30%는 B, 8%는 C 점수를 매겼다. D 점수를 준 학자는 2%에 불과했다.이는 2014년 1월 벤 버냉키 전임 의장의 성과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 중 34%만이 A를 준 것과 비교하면 매우 좋은 성적이다.

옐런 의장의 임기 말 미국의 경제 지표는 상당히 양호한 상태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3.0%(연율 기준)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또 옐런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온 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시장과 소통하는데도 능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옐런 의장이 4년 만에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옐런 의장이 민주당원이지만 연준 의장이 4년 만에 교체되는 것은 그동안의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일반적이지 않다.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상대당 당적을 갖고 있는 연준 의장의 집권 2기를 보장했다. 최근 마지막으로 연임에 실패한 인물은 지미 카터 정부의 G.윌리엄 밀러 의장이었다.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옐런 의장 임기 중) 경제적 상황은 최상이었다"며 "옐런 의장은 충분한 신임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그의 의장 수명을 앞당겼다는 말인 듯 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며칠 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2월에 4년 임기를 마치는 옐런 의장 얘기를 꺼냈다. 이 총재는 옐런 의장의 ‘A학점’을 언급하며 “한은도 시장과 소통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내재돼 있는 어려움을 십분 이해해 달라”며 “저에 대한 소통능력 평가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점수를 매겨주길 바란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 총재의 위트있는 언급에 다소 짓궂은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내년 3월 말 임기를 마치기 전에 금리를 인상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사실 시장 일각에선 얼마 남지 않은 이 총재의 임기가 지난 달 말 금리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 역할 중요..이주열 총재, 옐런 의장 ‘A학점’ 언급은 퇴임 후 평가 의식했기 때문

세계 어느 나라이든 중앙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중앙은행에 더 확실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통화정책에 대한 명확한 소통을 원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을 둘러싼 정책여건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중앙은행도 앞으로 발생할 일을 미리 정확히 알기가 쉽지가 않다. 중앙은행이라고 해서 ‘만능 수퍼맨’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총재도 내년 3월말이면 4년 임기를 마친다. 새해를 앞두고 한은이 갖고 있는 고민을 얘기했다. 저출산·고령화, 부문간 불균형,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물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강조했다. 또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2014년 취임 때부터 줄곧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총재가 옐런 의장의 ‘A학점’을 언급한 것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당연히 퇴임 이후 평가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얼마전 정책금리를 올해 들어 3번째 인상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 강력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내년엔 빚이 많은 가계와 중소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로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점이 변수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1.5%다. 내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3회 올리면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금리가 역전돼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단기간에 자금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금융시장을 이탈할 유인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이주열 총재가 퇴임하는 내년 한은의 첫 금리 인상 시점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많다. 부진한 내수와 고용, 반도체 편중 현상 등을 감안했을 때 아직 국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북핵위기 속에 한반도 안보상황이 여전히 엄중하다.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내년 3월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자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유력한 후보였던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지난 8월 주미 대사로 전격 발탁되자 후임자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옐런 의장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제롬 파월 FRB 이사를 후임자로 지명한 것과 새삼 비교된다.

금융안정 위해 정부-금융당국 간 정책협조 긴요..한은 총재 인선발표 새해 1월 금통위 전후로 앞당겨야

이 총재 임기는 내년 3월말까지다. 그가 주재하는 통화정책회의는 내년 1월과 2월 두 번 남았다. 한은 총재 연임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4월부터 새로운 총재가 금리정책을 주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마땅한 후임자가 거론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로부터 의사봉을 넘겨 받을 인물이 누가 될 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후임 총재의 경기 판단과 정책 성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물론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시금석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관건은 인사청문회다. 2013년 말 한은법 개정으로 총재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로 바뀌면서 검증이 한층 강화됐다. 실제로 김중수 전 총재 후임자가 논의될 당시 이 총재는 유력한 1순위 후보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력 인사들이 청와대 내부 검증에서 잇따라 낙마한 여파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2014년 3월 인사청문회에서 이 총재는 개인 납세, 병역, 부동산 투기 등에 문제가 없어 이례적으로 당일 여야 합의로 보고서가 채택됐다.

한은총재는 우리나라에서 웬만한 장관급보다도 중요한 자리다. 실제로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수장이면서도 통화신용정책을 주관하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당연직 의장이다. 혹시라도 한은총재를 단순히 대통령 직속의 고급관료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무자본 특수법인인 중앙은행은 법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돼 있고 중립성, 자율성, 자주성이란 개념으로 특정지어진다.

한은독립은 정치권력이 훼손할 수 없는 중앙은행의 가치다.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한은은 결코 스스로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금융안정 역할과 기능이다. 따지고 보면 1997년 외환위기도 금융시스템이 안정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와 금융당국 간의 정책협조를 긴밀히 하는 데 중앙은행과 한은총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권 정부요직을 다른 부처보다도 몇달이나 늦게 임명해 왔다. 앞으로 인사청문회 준비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이 총재의 연임여부에 관계없이 내년 2월 27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후임이 지명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새 한은 총재 인선과 관련,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고 제대로 된 인물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인선발표를 새해 들어 1월 금통위 전후로 앞당길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싶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예측가능한 정치'와 함께 '예측가능한 경제'를 동시에 구현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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