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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소득세 과세주장에 아팠을 것"
"금융위,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소득세 과세주장에 아팠을 것"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12.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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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정부잘못 인정돼 적극적 태도 보여야..최종구, 혁신위안 고민하는 모습 없어"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혁신위 권고안 바로 다음날 간담회를 갖고 '권고안 내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민이 많다'며 난색을 표한 데 대해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 기자]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최근 발표한 최종 혁신위권고안에서 금융당국이 가장 아팠을 내용으로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문제를 꼽았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혁신안 발표 직전까지도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시정하기 위해 혁신위를 끈질기게 설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위원장은 지난 22일 인터뷰를 갖고 "금융위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아팠을 부분은 이건희 차명계좌 문제"라며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많이 지적됐고, 우리를 설득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그런데 결국 우리가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고 한 셈"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권고안에서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및 소득세 차등 과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금융당국 입장과 정면으로 대치된 결정을 내놓은 셈이다.

"이건희 차명계좌는 실명제의 근간을 흔든 것..그걸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윤 위원장은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문제에 대해 "물론 입법 정비가 먼저지만 정부의 잘못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국민들이 금융위에 원하는 것은 과거 복잡한 문제가 있었지만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앞장서서 나가달라는 것이다. 그게 금융을 책임지는 당국의 역할 아니냐"며 "우리가 그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다. 이건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선의의 차명계좌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건 당연히 인정해주자는 것"이라며 "이건희 차명계좌의 경우 실명제의 근간을 흔든 것이다. 그걸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초대형 IB(투자은행) 문제를 두고 금융위가 상업은행 여신의 일부라 괜찮다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각을 표했다.

그는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규모가 상업은행의 4~5%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최 위원장의 발표에 대해 "그건 가봐야 아는 일"이라고 각을 세웠다.

윤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은 어느 정도 발달했고 자본시장 중심의 직접금융은 부족해 그 부분을 키워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단기수신의 기능을 주는 것은 그야말로 은행 업무를 주겠다는 건데, 그건 직접금융이 아니라 간접금융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직접금융을 키우겠다면서 간접금융 떡을 달라고 하는 건데, 그게 본질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리고 상업은행 역할을 하려 하면 그만큼의 제한이나 감독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재벌은 '필요하면 도와 달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시장이 발전 못하는 것"

윤 위원장은 은행권의 입장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투자업계의 지적에 대해서도 "내가 은행 출신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데 난 은행 출신이 아니라 한국은행에서 잠깐 근무했던 것"이라며 "솔직히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못하는 건 재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 삼성, 한화 등 다 재벌이 가진 회사 아니냐"며 "재벌은 투자사들에게 '가만히 있다가 필요하면 도와 달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그 시장이 발전을 못하는 것이다. 그건 우리 경제에서 구조적인 문제인데 자꾸 뭘 줄려고 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 예외적으로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금융위의 방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윤 위원장은 "은산분리 완화의 경우 혁신위 내부에서 이견이 없었다. 거의 일치된 목소리가 나왔고 그 강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정도만 논의가 있었다"며 "당초 은산분리 완화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세게 얘기하면 금융위 입장과 정면 배치돼서 부담이 되니까 톤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므로 인가 취소 얘기도 나왔지만 그건 너무 세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 금융위가 잘못한 것이지 케이뱅크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제 와서 케이뱅크의 문을 닫게 할 순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은산분리 완화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키코(KIKO) 문제는 발표 전날까지도 격론이 있었던 부분이었다. 윤 위원장은 "이건 사실상 금융회사가 중소기업들에 사기를 친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적당히 은행 편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고객이 은행에서 상품을 샀고 그 상품 때문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사실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현실적으로 전면 재조사를 못한다는 것에 대해 아쉽다"고 강조했다.

최종구 위원장이 민간 노동이사제 도입 시기상조라고 한 데 대해 "서운하다"

금융위가 민간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를 두고 논의조차 시기상조라고 한 데 대해서는 "서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나도 사외이사를 해봐서 아는데 보통 이사회에는 어느 정도 조율된 안건이 올라온다. 그래서 '거수기 이사' 비판이 있는 것 아니냐"며 "반대하는 쪽에서는 노조 측의 의견을 들으면 판단이 늦어진다는 걸 이유로 드는데 사실 금융이 그리 급할 게 뭐가 있나. 그냥 싫다는 핑계"라고 판단했다.

그는 "최 위원장은 노사 합의를 전제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논의하자는 건데, 솔직히 그 합의가 언제 일어나겠느냐"며 "어쩌면 노사문제 합의 도출을 위해 그런 장치(노동이사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좀 더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사실 누가 더 회사를 많이 생각하겠나. 노조는 평생직장이고, 주주는 돈 좀 벌어보려고 투자한 사람"이라며 "좀 가진 사람들이 못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해야지 그 장조차 안 만들고 배척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 체계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는 "당초 혁신위가 감독 체계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기로 하고 출범해서 깊은 얘기를 하지 못했다"며 "사실 키코나 저축은행 사태 등 감독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금융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는데, 어떤 방향으로든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현행 체계로는 안 된다"며 "소비자보호 문제도, 조직을 분리해 아예 확실하게 권한을 심어줘서 제대로 챙길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행정혁신위는 과거에 한 번도 안 해봤던 일이다. 일단 했다는 것 자체로도 보람을 느낀다"며 "금융위, 금감원 실무자들도 고생 많이 했다. 그 사람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고민하는 모습 보이고 조금 뜸들인 다음에 어렵다고 얘기했어야"

한편 윤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혁신위 권고안 바로 다음날 간담회를 갖고 '권고안 내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민이 많다'며 난색을 표한 데 대해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최 위원장에 대해 "너무 반응이 빨랐다고 느꼈다"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금 뜸을 들인 다음에 어렵다고 얘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권고안 발표 바로 다음날 한마디로 너무 많이 나갔다고 한건데, 몇 달 동안 고생해서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당연히 아쉬움이 있었다"고 섭섭함을 표했다.

윤 위원장은 먼저 "반응이 너무 빨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최 위원장 쪽에서 이 이슈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권고안이 나왔으니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금 뜸을 들인 다음 의견을 피력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이런 이슈는 우리가 즉시 하기 좀 어렵다 정도나, 몇 가지는 쉽게 할 수 있고, 몇 가지는 어려우니까 시간을 갖겠다 그런 식으로 하면 좀 더 부드럽지 않았겠다. 한 마디로 너무 많이 나갔다고 그러니, 아쉬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또 "어쨌든 거기가 시행부서니까 당연히 어려운 부분은 있었겠지만, 근로자추천이사제 같은 것은 전부터 그렇게 얘기했는데, 부담된다는 투로 말했었다. 사실 우리도 논의할 때 그 부분은 감안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그런데 그렇게 전체적으로 부정적으로 말하면, 우리도 몇 달 고생한 건데 당연히 아쉽다. 우린 줄곧 그런 얘기도 했다. 차제에 우리를 이용하라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면 우리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리면서 정책을 끌어가면 좋지 않을까 그런 얘기도 많이 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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