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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석의 금융이야기] 파사현정(破邪顯正), 새해에도 진행형이어야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파사현정(破邪顯正), 새해에도 진행형이어야
  • 송인석
  • 승인 2017.12.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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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적 불평등구조 여전, 한꺼번에 변할 수 없어,…적폐청산-제도개혁 계속해야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엄동설한에도 주말이면 수십만 인파가 광화문에서 든 ‘정권퇴진’ 촛불, 촛불혁명으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과 구속수감, 장미대선을 통한 정권교체, 국정농단 세력의 단죄와 적폐청산 등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한해였던 2017 정유년(丁酉年)이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다.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매년 그 해를 돌아보는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해 온 ‘교수신문’이 최근 전국 대학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올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촉발된 대한민국 사회의 현재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주는 표현이다. ‘파사현정’을 후보로 추천한 최경봉 교수는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눌렀던 상황에 시민들이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으며,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줬다.”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파사현정’을 선정한 교수들은 최근 적폐청산의 움직임이 제대로 이뤄져 ‘파사(破邪)’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顯正)’으로까지 나아갔으면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좀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길 주문했다.

파사현정은 정치나 사회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파사현정은 나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국민 하나하나의 잘못된 견해가 결국은 바르지 못한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파사현정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삿됨의 본래 의미는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 잘못된 견해, 즉 전도몽상(顚倒夢想)을 말한다. 바르게 보지 못하고 뒤집어 보는 것, 이것이 바로 삿됨이며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지는 근원이다. 잘못된 견해를 버리면 옳고 바름은 그냥 드러나는 것이다.

세상은 거짓된 정의와 조작된 불의가 판을 치고 있다. 악어의 눈물로 후원금을 갈취했던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범죄 또한 포장된 정의에 속았기 때문이다. 이제 눈을 똑바로 뜨고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많아..서민들 불평등도 개선 안 돼

어느덧 2017년 한해도 끝자락에 와 닿았다. 주변에서는 많은 것이 변했다고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또한 많다. 바꿔도 달라진게 없다는 푸념도 심심찮게 들린다.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집단이 있고, 사회전반에 걸쳐 낡은 체제를 지키려는 보수회귀 조짐도 빈번하다. 경제사정이 나아진다지만 경제가 좋아지면 부자들은 돈방석에 앉고, 경제가 나빠지면 서민들은 허리띠부터 졸라매는 불평등 또한 여전히 진행형이다.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 열심히 살지만 이달의 생계를 고민하는 자영업자들, 몸은 바쁘고 마음은 힘들지만 설 자리를 잃어가는 워킹맘 등 여전히 팍팍한 어제를, 고달픈 오늘을, 벅찬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서민들 삶은 한꺼번에 변할 수 없는바 '파사현정'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그쳐서는 안 된다. 서민들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올해 못한 것은 2018년 새해에도 계속 진행해야 한다.

√ 각종 대책 발표에도 불평등구조 여전 …풀어야 할 숙제 산적

문재인 정부의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 성장을 이끌자는 소득주도 성장론은 화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더디다. 경제의 밑그림은 바꿔 놓았지만 여전히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최저임금 7,530원 인상을 두고 보수·경제신문들이 편의점 점주와 알바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상 최대의 흑자와 영업이익을 기록한 대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수천만원씩 지급하는 성과급 잔치를 열겠지만, 투자와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소식을 들리지 않는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경제 구조는 여전히 수출주도형 과거 적폐정권의 패러다임으로 굴러간다.

삼성을 위시한 수출 대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달성이 목전에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과 기업실적 지표만 본다면 정치 개혁과 더불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러나 소득의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니계수는 0.357로 전년도보다 0.003 증가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커진다는 의미로 소득주도 성장률을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통계가 아닐 수 없다.

가계부채도 여전히 폭증세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6.19 대책, 8.2 대책에 이어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내놓았지만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나 가구당 평균 부채 7천만 원을 넘었다. 더 나쁜 조짐은 가계의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과 자산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줄이고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줄 일자리와 임금은 뒷걸음치거나 답보 상태다. 특히 청년 실업은 1999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은 실업률 9.2%를 기록했다(11월 기준). 대통령조차 거시지표가 좋아지고 있으나 청년고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지경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빚은 자꾸 늘어나는데 벌어서 갚고 삶을 영위할 방법은 여전히 찾기 힘든 실정이다.

√ 청년문제 해결 시급…‘88만원 세대’ 아니라 ‘77만원 세대’로 전락

특히 청년들의 삶은 어떤 미래도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수준이다. ‘88만원 세대’가 아니라 ‘77만원 세대’로 전락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도 2018년 최저임금액을 둘러싸고 일부 경제지 등 언론은 연일 ‘최저임금 인상 경제위기론’을 선동한다. 대체 청년들에게 얼마의 임금을 지급해야만 경제가 나아지는지 묻고 싶다.

월 77만원을 받는 99%의 젊은이와 성과급으로 한번에 수천만원을 받는 1%의 젊은이가 하나의 공동체에 공존한다. 이런 극단적 불평등 구조를 방치하고서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한해였다고 말할 수 없다.

1%만을 위해 99%가 희생하는 불평등 구조, 넘어서지 않으면 청년들 미래뿐만 아니라 국민들 살림살이조차 내일을 꿈꾸기 어렵다. 이같은 불평등 구조는 적폐로 생존했던 정권이 강요한 경제패러다임이다. 저임금 구조는 바뀌어야 하고 손쉬운 해고는 철회돼야 한다. 노동이 대접받고 정당한 대우로 인간의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현장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통해 내년에는 청년들의 일자리,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 기존 금융 패러다임 벗어나지 못한 금융당국...새해엔 근본적 개혁 필요

정권 교체 파장이 전 산업계를 뒤흔든 올해 금융권에서도 여러 변화가 찾아왔다.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첫 선을 보였고 채용비리 의혹 속 일부 은행 수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살보험금 지급과 자본확충 및 실손보험 개편이 업계 최대 관심사였다. 증권가에서는 업권 전체 판세를 뒤집을 초대형 IB인가 이슈가 현재 진행형이다. 업계 전체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 및 비대면 확대와 핀테크 도입 활성화에 따른 새로운 금융환경 조성이 눈에 띈 한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비트코인(가상화폐) 정책 실패(실기), 인터넷은행의 금산분리 규제지속, 금융홀대·관치 논란 부활, 금융자율성 침해 등 기존의 금융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 채 파사현정 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이에 금융소비자원(대표 조남희, 이하 금소원)은 2017년의 금융소비자와 시장은 새 정부에 금융개혁과 소비자보호를 기대했으나 진전이 없었다면서 이제는 과거의 금융과 무엇이 다를까하는 일부 회의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현 정부의 금융산업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홀대론에 대해서는 깊이 새겨보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특히 금소원은 과거 정부의 국정농단과 관련된 금융관료와 일부 금융인의 일탈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금융당국이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나, 과거와 다르지 않은 측근, 선거참여 위주 인사 임명 등은 비판받기에 충분하다며 내년에는 정부차원의 금융개혁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여 새로운 정부가 추구하는 금융 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의 발전 아젠다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금융당국이 이전의 관행 과 악습을 깨뜨려 없애고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파사현정을 가장 잘 실천하는 부처가 되길 바란다.

◇ 유난히 길었던 지난 한 해..새해엔 국민 모두 희망 꿈꾸는 세상 만들어야

유통업계는 파사현정의 타겟이 된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며 프랜차이즈업계의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선 만큼 ‘프랜차이즈 갑질’ 이슈가 컸다.가정간편식의 활약, 평창 롱패딩과 같은 일도 있었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 등 먹거리 안전 문제, 프랜차이즈 갑질, 파리바게뜨 본사 제빵기사 직접고용 논란 등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지난 6월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본사 여직원을 강제로 호텔에 끌고 가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았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가맹점주 들을 대상으로 갑질한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2018년 무술(戊戌)년에는 ‘오너 리스크’ 나 ‘갑질 논란’이 뿌리 뽑히는 등 유통업계에 ‘파사(破邪)’와 ‘현정(顯正)’이 제대로 이루어져 국민의 바람대로 유통혁명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정유년 끝자락, 지나온 시간을 반성해 보고 또 다가올 내일에 대한 희망을 생각해 보는 시기다. 올해는 유난히도 길게 느껴진 한해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만들어냈고, 이후국민들의 새로운 기대감 속에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핵과 사드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마찰과 원전, 북한의 연이은 도발, 포항 지진, 제천 화재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어느 해보다 컸던 것 같다. 이런 긴장감이 피로감으로 바뀔 시기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破邪顯正)은 아직 우리 사회가 적폐청산과 제도개혁이 계속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신선한 자극제로 받아 들여진다.

지난 3년간의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를 이어보니 참 절묘하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무도하게 만든 세상(2015년 혼용무도 昏庸無道)을 국민들이 성난 파도가 되어 뒤집으니(2016년 군주민수 君舟民水),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냈다(2017년 파사현정 破邪顯正). 그래선지 긍정과 희망을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 파사현정(破邪顯正)은 마음에 더욱 와 닿는다.

2018년 무술(戊戌)년에는 국민의 바람대로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파사(破邪)’와 ‘현정(顯正)’이 제대로 이루어져 국민 모두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송인석 (issong958@naver.com)

금융소비자뉴스 고문/논설위원

(전) 오케이저축은행 전무이사

(전) 하나저축은행 전무이사

(전)SC제일은행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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