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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文 대통령, 망건 쓰다 장 파할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文 대통령, 망건 쓰다 장 파할라
  • 권의종
  • 승인 2018.01.2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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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9개월째인데 공공기관 인사 늑장..‘짜고 치는’ 인사는 지난 정부까지의 적폐로 끝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세월 참 빠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 새 9개월째다. 새 정부 들어 다방면에서 적폐 청산과 개혁 작업이 숨 가쁘다. 일련의 속전속결 흐름 속에서 유독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분야가 있다. 인사(人事) 부문이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진에 대한 인사는 더디기만 하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정부인 점을 감안해도 5년 임기의 15%가 지났는데도 공공기관의 인사 진척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임명을 끝으로 내각 구성을 완성하는 데도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195일이 걸렸다. 무려 6개월이 넘는 기간이다. 52일 만에 내각 구성을 마쳤던 박근혜 정부에 비해서도 3달 이상 길었다. 장관 임명이 지체된 데는 인사청문회 등에 기인된 부분도 있었다지만, 그런 절차가 필요 없는 공공기관장의 인사 지연에는 뚜렷한 이유마저 없어 보인다.

현재도 상당수 공공기관장 자리가 비어있다. 산업통상자원부만 하더라도 산하 총 41곳 중 17개 기관의 수장이 공석 중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도 새 정부 출범 후 CEO가 교체된 곳은 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단 2곳뿐이다. 한국감정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최장 10개월째 최고경영자가 공백 상태다.

임기가 만료되었으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영진도 수두룩하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안한 처지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만큼 타고난 관운도 없다. 늑장 정부를 만난 덕에 ‘보너스 임기’를 만끽 중이다. 책상 정리를 끝내고 집에 갈 준비를 마친 지 오래지만, 매월 초하루만 되면 또 한 달의 급여가 꼬박꼬박 입금된다. ‘지금 이대로!’가 이들이 즐기는 최고의 건배사일지 모른다.

공공기관 인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이 더 소요되리라는 전망이다. 최근 몇몇 기관장에 대한 인사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도 상당수 기관의 경우에는 선임절차에도 착수치 못한 형편이다. 기관장 인사가 끝나야 이루어지는 감사나 이사 등에 대한 인사는 더더욱 하대명년(何待明年)이다.

늦어지는 공공기관장 인사.. 의사결정 지연· 기강 해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금융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하나금융지주 회장 인사와 앞서 마무리된 KB금융지주 회장 인선과 관련된 주문인 듯하나, 대통령이 나서서 '관치금융'의 경계령을 내린 만큼 금융권 인사에 대한 정부의 비개입 기조는 일단 천명된 셈이다.

공공기관장 인사 역시 제도와 시스템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과거 정부들과는 달리 무리한 사퇴 압박은 없을 것이라는 시그널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실로 오랜만에 듣는 빅 뉴스다. 하지만 이미 실기(失機)하다시피 한 공공기관 인사에서 인사원칙에 대한 청와대의 레토릭 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부응하는 신속하고 구체적인 액션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우선 “지난 정권에서 선임된 공기업 CEO들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내려져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철저한 옥석구분은 필수적이다. 실적이 부진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기관장은 차제에 걸러내는 대신, 실적이 우수하고 유능한 경영자에 대해서는 남은 임기동안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재신임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현재 수장이 공석 중인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공모 일정을 서둘러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없는 기관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후임자가 부임할 때까지 중요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경상 업무 또한 현상유지, 복지부동으로 표류하기 쉽다. 업무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기강해이 또한  우려된다. 인사와 관련된 각종 소문과 설(說)이 난무하면서 유력 주자에 대한 ‘줄대기’의 폐해도 고개를 들 수 있다, 이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인사가 만사’.. 블라인드 면접, 심사위원에 소비자 참여, 심사과정 전면 공개 등도 필요

인사관리의 핵심은 적임자 선발에 있다. ‘캠코더’ 등의 한정된 풀에서 사람을 고른다는 오해를 자초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 대선공신, 정치인, 관료를 위한 노후안식처 제공이라는 빌미도 의당 경계해야 한다. 공공기관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이 선발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사전에 내정된 인사를 기관장추천위원회가 슬그머니 추인하는 식의 ‘짜고 치는’ 인사는 지난 정부까지의 적폐로 끝내야 한다. 

채용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인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가 못 된다. 엉뚱한 제안으로 들릴지 모르나, 지난해부터 공기업 신입직원 채용에 도입된 블라인드 면접방식을 기관장 인사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하다. 지원서나 면접 과정에서 직업, 이력, 출신지역 등 선입견이나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정보를 배제하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업무역량만으로 평가할 경우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남이 써주었을 가능성이 높은 직무계획서를 놓고 벌이는 형식적인 심사보다는, 응모자 각자의 의견발표, 질의응답, 상호토론 등을 통해 적임자를 골라내는 다면평가가 훨씬 유효할 게 분명하다. 심사위원단에 임직원과 소비자 대표의 참여를 늘리고, 심사과정을 전면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바람직해 보인다.

자고로 인사가 만사라 했다. 이를 뒤집어 표현하면, 만사가 잘 되려면 인사부터 바로서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적어도 인사문제에서 만큼은 현 정부가 지난 정권들과 다르다는 점을 국민 앞에 행동으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것만 잘해도 이미 절반의 성공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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