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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책임경영' 실종(?)..등기임원 되고도 이사회엔 불참
이재용의 '책임경영' 실종(?)..등기임원 되고도 이사회엔 불참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02.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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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후 첫 삼성전자 첫 공식 행사 모습 안보여..재계, "‘은둔의 경영자’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 기자] 우리나라 재벌총수들은 대체로 등기임원을 맡지 않는다. 등기임원을 맡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연봉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며, 골치아픈 경영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책임경영을 내세워 이 지난 2016년 10월 27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9기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등재는 지난 1991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25년 만이었다. 그는 이 때부터 등기이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등기이사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의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는 얘기다. 아울러 회사 경영과 관련된 민·형사상 책임도 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은 출소 후 처음 열린 23일 삼성전자 이사회에 불참했다. 대신 외국계기업 최고경영자와 여성이 처음으로 이사회에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석방 후 처음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결국 불참하고 말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이사회 불참 놓고 "출소 후에도 검찰수사가 계속되며 부담 느낀 듯" 해석 많아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이날 오전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월5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8일 만에 열리는 이사회에 모습을 드러낼 지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11월2일 딱 한 차례 이사회에 참석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사회 불참을 택했다. 결국 그의 출소 후 ‘화려한 외출’은 불발됐고 대중과 언론 앞에 나서는 장면도 볼 수가 없었다. 애초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이 부회장이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경영 복귀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재계와 언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지 18일이 지나도록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온다. 석방 이후에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와 다스 소송비용 대납건 등 삼성관련 의혹과 억측이 잇따라 불거지는 가운데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심리적인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수감 된 지 353일 만에 풀려난 이 부회장은 1년 가까이 옥살이를 하는 바람에 즉각 공개활동에 나서기에는 아직 마음정리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는 분석이 있다. 평소 내성적인 스타일로 미루어 곧바로 공식성삭에 나오기 보다는 마음을 추스려 심호흡을 한 다음 공식석상에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구속된 것도 대외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하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2016년 이미 책임경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등기이사가 된 그가 아직 자신의 막중한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는 점이다.

지금 삼성은 미국 중국 등과의 무역 마찰과 견제·사업구조 재편·미래 투자·글로벌 최고경영진과의 긴밀한 채널 복원 등 중대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런 중대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은 이 부회장의 대외 활동이 계속해서 위축되면 기회비용과 손실만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온다.

재계 ”등기임원답게 당당하게 전면 나서 기업경영과 사회이익과 조화시키는 자세 보여줘야“ 주문

지난 2016년 10월 당시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는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에서 이 부회장이 최고운영책임자로서 수년간 경영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지난 2년간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실적 반등과 사업재편을 이끄는 등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였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이사에 선임되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출소 후 처음으로 열린 2018년 2월의 삼성전자 이사회에 불참함으로써 명실공한 책임경영인의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오히려 과단성 있는 경영복귀보다는 뒷전에 숨는 과거의 ‘은둔의 경영인’ 이미지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재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직을 언제 승계하느냐는 큰 관심사이긴 하나 경영에 핵심 변수는 아닌 듯 하다”면서 “이미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한다고 보고 있어 회장이든 부회장이든, 의사 결정에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임원으로서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보수도 공개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일 때와 마찬가지로 베일 뒤에 숨어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리모콘 경영자’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등기임원답게 당당하게 전면에 나서 기업경영을 사회 이익과 조화시키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삼성전자 설립 이래 첫 주식 액면분할 안건이 논의됐다.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들 세 사람은 오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이상훈 사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새로운 사외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사내·외 이사를 각각 1명씩 늘려 이사회 정원을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한다. 이전 사업 부문장(권오현 회장, 윤부근·신종균 부회장) 대신 신임 부문장(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과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된 이상훈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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