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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CPTPP 가입, 더 이상 미룰 숙제 아니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CPTPP 가입, 더 이상 미룰 숙제 아니다
  • 권의종
  • 승인 2018.03.1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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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13% 묶는 단일시장 선택 문제..국익 극대화 차원서 가입여부 단안 내려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일본이 주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최종 서명이 이뤄졌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아우르는 '메가 무역협정' 이다. 일본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서명에 정식 참여했다. 미국이 빠지면서 앞에 CP, 즉 ‘포괄적이며 점진적(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이라는 명칭이 부가되었다.

11개 회원국의 역내 인구만도 5억 명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의 13.5%를 점하는 비중이다. 대략 10조 달러의 관세장벽 철폐 효과가 기대된다는 추산이다. 규모면에서 28%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31%의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미국이 참여할 경우 37%로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이 된다. 교역 물품의 95%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는 내용이 협정에 담겨 있다. 강력한 경제공동체라는 평가다.

미국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이 협상에 참여했을 때 요구했던 조항들이 협정문에 대부분 그대로 살아 있다. 지식재산권 등 일부 조항만 보류된 상태다. 미국은 이들 11개국과 함께 2015년 10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인 TPP를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전격 탈퇴한 상태다.

그랬던 미국의 태도가 최근 들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좋은 조건이 제시된다면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영국 또한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뒤 CPTPP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대만, 인도네시아 등도 가입을 고민 중이라는 외신들의 보도다. 

높아지는 美 보호무역 장벽.. CPTPP 등 다자간 협정을 통한 연합 대응 바람직

우리 정부는 올해 안에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뒤늦은 가입이라 참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후발 주자로 들어가려면 11개국과 일일이 개별 협상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기존 회원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참여에 따라 시장개방의 정도와 피해 규모가 나라별로 달라져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TPP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어쨌거나 우리로서는 현실을 정확히 간파하고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날로 심해지는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에 대응할 해법으로 다자간 무역협정이 급부상하는 최근의 통상흐름을 감안해야 한다. 그간 우리가 주력해온 FTA, 즉 국가 대 국가의 양자간 협상보다는 CPTPP와 같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다른 나라들과 연합군을 이뤄 대응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한미 FTA만 하더라도 미국이 개정을 요구하고, 이와는 별도로 한국산 제품에 보복성 관세를 물리면서 협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우리가 미국과 함께 CPTPP에 포함되면 한미 FTA라는 1대1이 아닌 1대12의 다자 구도로 바뀌게 된다. 혼자 외롭게 싸우지 않아도 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양자간 협정 때보다 다자간 협정에서는 상대할 국가들이 많아져 자국의 이익만 강요하기 힘들어진다.

환경이 새로워진 만큼 우리의 입장도 달라져야 한다. 지난 날 이 협정에 참여를 추진했다가 일본을 의식해 포기했던 기억 따위는 말끔히 지워야 한다. CPTPP에 가입하여 자동차와 기초소재, 부품 등 일본 제품이 낮은 관세로 들어올 경우 내수 시장의 상당부분 잠식될 수 있다는 막연한 피해의식도 과감히 떨쳐야 한다. CPTPP 11개 회원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9개국과 이미 양자 FTA를 체결해 관세가 상당 부분 철폐됐기 때문에 CPTPP가 발효되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단편적 사고 또한 버려야 한다.

CPTPP 미가입시 불리함까지 살피고..등거리 통상외교 위해 RCEP 연계 검토해야

CP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제반 불리함까지 내다보는 넓은 혜안이 오히려 정부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일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와 수출품목이 상당부분 중복된다. 한국과는 FTA를 맺었지만 일본과는 맺지 않은 국가들, 이를테면 캐나다와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일본은 캐나다에 우리나라보다 두 배나 많은 수출을 했다.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일본의 캐나다 수출량이 더 늘고 우리 몫까지 뺏기는 최악의 상황이 언제든 생겨날 수 있다. 이런 FTA의 선점 효과까지 정부는 염두에 둬야 한다.

차제에 CPTPP에 맞서 중국이 주도해온 RCEP에 대한 입장도 확실히 정리해 둘 필요가 크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입규제 유탄을 맞고 있는 우리로서는 RCEP로 중국과 묶이게 되면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한·미 FTA 개정협상 등에서 미국 측의 압박수위가 거세질 게 분명하다. 미·중간 무역전쟁에서 등거리 통상관계가 필요한 만큼 미국의 복귀가 임박한 CPTPP 가입은 RCEP와 연계시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미국의  CPTPP 참여 의도에는 중국 견제의 목적이 무겁게 실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TTP에 2013년 처음 관심을 보인 후 5년째 저울질만 해왔다. 관련국들 눈치를 살피며 우왕좌왕을 반복했다. 지금도 정부는 ‘연내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중이다. 충분한 검토야 의당 필요하겠지만 무작정 미룬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정책의 요체는 타이밍과 스피드다. CPTPP 발효와 관련된 제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가입 여부를 조속히 결정지어야 한다. 선택의 시점은 벌써 코앞에 당도해 있다. 시간은 언제까지나 우리 편이 아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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