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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와 법정통화
가상통화와 법정통화
  • 전창환
  • 승인 2018.03.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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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환 칼럼] 지난해 겨울, 가상통화(crypto currency)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의 열풍이 한국사회 전역을 뒤흔들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가상통화 강국에서도 가상통화 버블과 가상통화가격의 급등락이 커다란 화제 거리가 되었다.

사실 화폐가 우리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늘 따라다니지만 정작 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40~50년 전 한(F.Hahn)이라는 경제학 대가도 화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실토했을 정도였다. 21세기 들어와 화폐를 제대로 진지하게 연구해 왔던 학자들이 화폐에 대해 내린 결론-화폐는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그 무엇!-은 화폐가 무엇인가에 대한 과학적인 해명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하물며 가상통화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은 더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가상통화, 보증도 없고 통제도 없어

법정통화는 중앙의 통화당국에 의해 강제 통용성이 부여되어, 모두에게 보편적 수용성을 갖는 일종의 사회적 제도이다. 법정 통화는 지폐와 주화 등의 현금과 각종 예금 형태를 띠며 계산단위, 교환수단, 가치저장(축적) 수단 기능을 수행하는 결제시스템 그 자체이다.

이에 비해 가상통화는 지폐나 주화 등 눈에 띄는 형태의 물리적 실체를 갖지 않지만 전자적으로 거래 가능한 전자적 가치의 표장이다. 결정적으로는 가상통화가 법정통화의 지위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가상통화의 제공으로는 채권=채무관계가 최종적으로 청산되지 못한다. 끝으로 가상통화에는 정부나 중앙은행 등 특정한 관리주체와 발행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거래주체로 들어오는 모든 참여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거래하고 관리한다.

주식과 채권이 배당이나 이자와 같은 현금흐름(cash-flow)을 낳지만 가상통화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 가상통화에는 금리도 없고 중앙은행의 보증도 없다. 끝으로 가상통화에서는 법정 통화처럼 유동성 부족시 최종 대부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통화에 가치가 붙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원래 가치가 없었는데 언젠가 시장참여자들이 가상통화의 유용성에 대해 신뢰하기 시작하면 이 신뢰에 기반하여 가치가 형성될 수 있다. 이처럼 가상통화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형성되고 확장되면, 그 이후에는 가상통화의 가치가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된다. 특이한 것은 가상통화 특히 비트코인의 공급에는 최대상한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8년 3월 6일 현재, 가상통화의 수가 1,541개에 달한다. 이 모든 가상통화의 시가총액을 합친 금액은 약 4,600억 달러를 넘어선다. 가장 많이 알려진 주요 가상통화로는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eum), 리플(Ripple) 등이 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919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가상통화 전체시가총액의 41.6%를 차지한다. 비트코인 거래량은 일본, 미국, 한국,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청년과 주부를 중심으로 약 300만 명이 유빗, 빗섬 등의 가상통화거래소를 통해 가상통화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 12월 초 기준, 한국에서의 가상통화거래가 전 세계 거래의 1/4을 차지할 정도이다.

가상통화, 거품과 금융투기 위험을 야기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라는 닉네임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가 비트코인을 고안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10월 www.bitcion.org에 게재된 논문 「Bitcoin: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비트코인의 작동원리가 처음 소개되었다. 여기에는 중앙기관으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는 (가상)통화를 만들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사고가 깔려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중앙의 통제와 관리를 체질적으로 혐오하는 아나키스트적 정서가 혼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진행형’의 가상통화현상이 어느 정도 성장·발전할 지는 미지수다. 가상통화가 법정통화를 대체할 상황을 상정하긴 당분간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가상통화현상이 정부 당국들의 규제로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연기금, 뮤추얼펀드, 헤지 펀드 등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가상통화의 선물거래 나아가 가상통화 상장지수펀드(ETF)에 적극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상통화 가격의 급등락이 기존 금융시장의 동요뿐만 아니라 금융 투기 등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와 만반의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쓴이 / 전창환
·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 금융경제연구소(사) 연구기획전문위원
· 보건복지부/국민연금기금/성과평가보상위원회 전문위원

· 공·편저
〈현대자본주의의 미래와 조절이론〉 (문원, 1999)
〈미국식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 (당대, 2004)
〈사회민주주의의 경제학〉 (돌베개, 2013)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돌베개, 2016)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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