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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쓸쓸한 '귀거래사(歸去來辭)'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쓸쓸한 '귀거래사(歸去來辭)'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8.03.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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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자신을 위한 '리스크 관리' 나서야
                                    최흥식 전 금감원장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들의 말로가 재조명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 누구도 노년을 성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망명 또는 투옥, 심지어 총격사망과 자살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상기하면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어느 정도 고위직에 오르면 물러갈 때를 잘 골라야 한다. 우리는 가끔 노욕을 부리다가 자리와 명예를 모두 잃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문재인 정부가 이미 채용비리만큼은 반드시 척결한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공기업 등에서도 채용비리를 가려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누구라도 자칫 잘못하다가 채용비리 수사 결과로 문책을 당할 수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된 의혹으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전격 사퇴한 일을 놓고 금융권이 큰 충격을 받은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사 회장에게 금감원장이 당했다"는 말이 나온다. 금감원 창립 이래 수장이 없는 공백사태가 처음으로 벌어졌고, 취임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금감원장이 사퇴한 배경에는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려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에 대한 반격이라는 시각이 금감원 내에서 적지 않다.

금감원 노동조합도 15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의 채용청탁 의혹으로 물러난 데 대해 "임명 시점에 예고된 참사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하나금융 임원 출신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한 결정은 감독기구 독립성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며, 청와대가 강조하는 적폐청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최 전 원장의) 임명을 반대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처럼 최 전 원장의 낙마를 초래한 채용 특혜 의혹은 하나금융 내부에서 흘러나왔다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했다. 노조는 "누군가 최 원장의 약점을 이용해 상투를 쥐고 흔드는 사태가 초래됐다""새로운 원장은 '주인이 불명확한 지배구조를 이용해 대리인이 사익을 추구하려는 금융회사'에 경종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인이 불명확한 지배구조'는 지배적 대주주가 없는 하나금융을, '사익을 추구하려는 대리인'3연임 확정을 앞둔 김 회장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새 원장은 금융산업정책을 관장하는 금융위의 규제 완화 압력도 견뎌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금융산업 지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충실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요직을 지낸 인사들은 물러날 때가 중요하다.'귀거래사(歸去來辭)'는 중국 진()나라의 도연명이 마지막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가는 소회를 운문으로 쓴 작품이다. 반면 '출사표(出師表)'는 중국 삼국 시대 , ()나라 의 재상 제갈량(諸葛亮)이 선주(先主) 유비(劉備)의 사후에 출진할 때 후주(後主), 유선(劉禪)에게 적어 올린 글이다.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 친구 아들을 추천했다는 2013년 자료가 유출됐는데, 하나은행 측이 이 자료를 흘렸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금감원의 상위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조차 이런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회의에서 "알려진 제보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경영진들도 제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졸지에 유탄을 맞고 6개월 만에 하차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지금 매우 억울할 지도 모른다그 자신도 비리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자신의 추천행위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서운해도 지금 용퇴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이미 화려한 현역생활에 이어 막강한 금감원장을 역임했다.

지금 금융당국과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간의 벌어지는 대결과 반복은 거의 금융전쟁상황이다. 앞으로 누가 또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다. 인생은 길흉화복이 돌고 도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지 않았던가. 마냥  버티다가 더 큰 화를 입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조금 서운해도 이제라도 자신을 위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차분히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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