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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인사의 완고한 연고주의
금융권 인사의 완고한 연고주의
  • 임종건
  • 승인 2018.03.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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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칼럼]정권이 바뀌면 민간, 공공을 가릴 것 없이 경영진들은 안팎으로 새 정권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나선다. 민간 기업의 입장에선 대 정부 로비창구의 확보차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기업의 경우는 경영진의 자리보전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와 관련될 수도 있다.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연고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고, 핵심에 가까운 실세라면 효용가치는 비례해서 커질 것이다. 이 때 유용한 연결고리가 지연과 학연이다. 이처럼 정권 줄 대기에 가장 능란하다고 평가되는 분야 중의 하나가 돈을 다루는 금융권이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내리 3명의 대통령이 상고 출신이었다. 김 대통령이 목포상고,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상고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포항의 동지상고를 각각 나왔다. 상고 출신 중에는 훌륭한 정치인도 군인도 기업인도 있지만, 학교의 특성상 금융인 배출이 가장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200712월 농협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후보자 가운데 동지상고 출신이 어렵게 당선됐다. 이 대통령 임기 중이던 2011년 그가 재선에 성공한 것으로 비추어 조직 내의 신망도 있었다고 하겠으나 대통령 당선자의 고교동문을 회장으로 만드는 농협조직의 정치적 후각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인 2008년 초 금융권에서 화제가 됐던 또 다른 인사가 신한은행에서 있었다. 당시 신한은행 경영진은 동지상고 출신을 물색한 끝에, 퇴직을 앞두고 계열사로 나가 있던 임원을 찾아냈다. 그는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이 대통령 임기 내내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들의 금융권 진출이 많아 이를 일컬어 서금회 인사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것을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라고 했다. 현 문재인 정부에서도 60여명의 회원을 둔 부금회라는 부산출신 금융인 그룹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에 따라붙는 가장 오래되고 불명예스런 수식어가 관치이다. 관치금융은 정부가 금융의 수익구조는 물론 인사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따라서 어느 산업분야보다 로비 수요가 많은 업종이다.로비에는 수수 쌍방 간에 충성심과 비밀이 요구된다. 거기에서 비밀과 충성의 담보물로 지연과 학연이 끼어들게 된다.

정치가 지역으로 갈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연고에 대한 집착은 줄어들지 않는다.그 점에서 연고주의는 불신사회의 병폐라고 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믿는 사람을 쓰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에 해당된다.

그러나 그런 믿음을 너무 좁은 연고에서 찾으면 유능한 인재를 저버리는 결과가 된다. 폐단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파벌주의를 조장해서 조직의 화합을 깨뜨려 발전을 저해한다. 한국의 금융업이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가상화폐까지 등장하는 등 금융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해 가는데 은행은 예대마진에 안주한 채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담보대출 관행에서 벗지 못하고 있다.

결제기간의 장기화를 초래해 중소기업을 부도 위기로 내모는 속어음제도 하나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기술력과 의지밖에 없는 창업자에게 담보가 있어야 대출을 해주겠다는 금융 아래에서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들의 설자리는 없다. 금융이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개발해야 가능한 일이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 해결도 거기서 비롯된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지지부진한 금융개혁에 대해 하게 질책했다. 대통령의 질책은 대통령 스스로 금융권 인사에서 연고를 배제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그나마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은행마다 주총을 앞두고 이사진을 개편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표이사 또는 이사를 물색하면서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 '대통령의 고교 동문등의 연고를 찾기 바쁘고, 정부는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에 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질책은 금융권으로부터도 코웃음을 사기 십상이다. 겉으로는 뭔가 개혁 흉내를 내겠지만 내심으론 예전에도 많이 들었던 얘기잖아?’라고 한다면 금융개혁은 백년하청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인터넷신문 논객닷컴의 '임종건의 드라인펜'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일요신문 일요칼럼,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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