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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호타이어 매각, 아쉬움과 깨달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호타이어 매각, 아쉬움과 깨달음
  • 권의종
  • 승인 2018.04.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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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에 혈세 부담 없다’..이참에 강한 정책의지 시장에 확실히 전달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가닥이 잡혔다. 중국 국영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 매각이 확정되면서 법정관리와 청산의 벼랑에서 벗어났다. 해외매각 절대 불가를 주장했던 노조의 입장이 막판에 뒤집혔다. 조합원 투표 결과 찬성 60.56%로 해외자본 유치를 가결했다. 노사가 경영정상화 방안과 단체교섭 조인으로 서로 손을 잡았다. 금년과 내년 상여금 일부를 반납하고 생산성을 4.5% 향상시키는 데 합의했다.

채권단은 체불임금 지급 등을 위해 2천억 원 규모의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국내 공장설비에 2천억 원을 투입하고,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6,463억 원에 넘기는 투자계약을 더블스타와 체결, 올 상반기에 매각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앞으로 3년간 고용보장 부분, 또 향후 5년간은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하는 조건에도 의견을 모았다.

외국 기업에 매각되는데 거부감이 없지 않으나, 최악의 위기에서 회생의 전기가 마련된 건 천만다행이다. 원칙이 이겼다는 평가지만 과정에서의 회한과 아쉬움도 적지 않다. 그간의 경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복기(復碁)하고자 하는 중요 이유다. 그간의 처리과정을 되짚어봄으로써 금후 부실기업 정상화를 위한 명쾌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대통령의 눈치만 살핀 꼴이 되었다. 정치적 해결이 아닌 경제 논리로 풀겠다는 청와대 의중을 전달받고서야 태도가 돌변했다. 정부와 채권단의 끈질긴 대화와 설득에는 꿈쩍 않던 이전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도 없는 상황에서 세 차례나 파업을 강행했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원칙이 이겼지만, 아쉬움도 커.. ‘대통령까지 나설 일 아니었고, 처리 지체로 인한 손실도 커’

당초부터 노조는 장관이나 은행장과는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부도처리 되면 청와대도 못 막고 아무도 못 막는다”는 산업은행 회장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노조 대표자가 금호타이어 전 직원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는지 의문”이라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에는 대꾸조차 없었다. “노사 간 합의가 없으면 대규모 투자 유치가 물거품이 되고, 유동성 문제로 인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경제부총리의 호소 역시 들은 척도 안했다. 정부와 채권단의 소리는 마이동풍, 노조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노동계가 청와대의 정치적 해결에 거는 기대감이 더 없이 큰 현실을 반증한다. 해법이 되어야 할 경제 논리는 아예 늘 뒷전이다.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을 비난하면서도 항상 청와대를 통해 뭔가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려 한다. 모순된 행실, 잘못된 버릇이다. 금호타이어 사태 또한 장관이나 자치단체장, 채권은행장이 처리해도 충분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국가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야 해결되는 선례를 추가한 셈이 되었다.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처리 지체에 따른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매각이 1년여 지연되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의 몸값은 9,500억 원에서 6,000억 원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처음부터 정부가 확실한 입장을 견지했더라면 더 일찍, 더 적은 비용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처리 지연은 국가경제 전체에 불확실성을 키웠고 국민적 불안감마저 증폭시켰다. 졸지에 생긴 직간접의 헤아리기조차 힘든 거대 손실을 이제 와서 어디서 보상받을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은 또 누가질 것인가. 두 번 째 아쉬움이다.

구조조정 내용은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과는 실상 거리가 멀다. 노사 간 합의에는 독립경영 보장, 노동조합, 단체협약, 고용의 승계 보장, 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 최대한 가격을 높게 받고 팔아야 하는 주주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하나 같이 불리한 조건들이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갖는 태생적 한계로 보아 넘기기에는 부담하는 원가와 비용이 지나칠 수 있다. 세 번째 아쉬움이다.

성찰 없는 시행착오 언제든 재발.. 향후 부실기업에 ‘금호타이어 원칙’ 가감 없이 적용돼야

해외 매각은 일시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기업은 도태되고 만다. 부실기업을 인수한 기업으로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는 기업을 살려낼 수 없다. 구조조정은 단순히 인력 감축이나 자산 매각을 통해 몸집을 줄이는 작업이 아니다. 사업의 기본 틀을 바꿔 경쟁력을 키우는 시련의 과정이다.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인수한 회사는 브랜드나 기술만 확보하고 철수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먹튀’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어진다. 지난 날 쌍용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모든 게 아직까지는 ‘약속’일 뿐인데, 벌써부터 매각 결정을 문제의 완결로 여기며 들뜬 분위기다. 네 번째 아쉬움이다.

아쉬움이 아쉬움에서 그치면 의미가 없다. 깨달음으로 진화될 때 가치를 발한다. 금호타이어 사태가 기업 구조조정의 전환점이 되어야 하는 필연적 당위성이다. 경제 문제를 정치 논리로 다루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 표명이 더없이 중요한 시점이다. 노조의 무작정 농성, 정치권부터 찾는 행보, 대안 없는 반대, 실리 없는 명분 싸움 등이 통할 수 없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부실기업에 혈세를 쏟아 붓는 일은 더 이상 없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가 시장에 전달되어야 한다.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는 한국GM과 STX조선이 지향할 좌표가 되어야 한다. 향후 부실기업들에게도 ‘금호타이어 원칙’이 가감 없이 적용될 거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금호타이어 사태에 지불된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결코 헛되지 않는다. 기억 없는 역사가 반복되듯, 성찰 없는 시행착오는 언제든 재발하고 만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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