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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나비효과’...시스템 구축으로 비슷한 사태 재발 막아야
삼성증권 ‘나비효과’...시스템 구축으로 비슷한 사태 재발 막아야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4.0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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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표어 '신뢰에 가치로 답하다'..'작은 날갯짓’이 예상못한 '엄청난 결과' 낳을 수도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김영준 기자] 삼성증권의 표어는 '신뢰에 가치로 답하다'이다. 그런데 이른바 '유령주식배당'으로 불리는 삼성증권 사태가 삼성그룹과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지난 달 석방된 이 부회장의 그룹장악력 약화 및 쇠퇴에서 찾는 견해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평택공장 정전 사고에 이어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 등 과거 같으면 있을 수 없는 각종 악재들이 삼성그룹에 잇달아 터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 최고의 금융엘리트들이 근무하는 삼성증권에서 우리사주 배당금 지급 오류와 부당 매매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 부회장의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 현상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증권 사태가 비록 현재 ‘작은 날갯짓’일지 몰라도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에게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른바 ‘삼성그룹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이론이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 듯이 어떤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원래 과학 이론이었으나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광범위한 용어로 사용된다.

“도덕성 제로 삼성과 그 직원들.", "삼성증권 직원들, 얼씨구 하면서 잽싸게 팔아치웠지"

9일 관련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금 지급 오류와 부당 매매라는 희대의 유령주식매매 사태는 단순한 착오도 걸러내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허술한 내부 통제에다 일부 증권업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고스란히 노출했다. ‘관리의 삼성’으로서는 좀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총체적 부실이 아닐 수 없다.

“도덕성 제로 삼성과 그 직원들.", "삼성증권 직원들, 얼씨구 하면서 잽싸게 팔아치웠지. 기본적인 양심도, 도덕심도 없는 기업과 직원들. 상식적으로 주당 1000원이 아닌, 주당 1000주가 입금 됐으면 뭔가 잘못된건데, 그런 상황에서 일단 팔아 먹고 보자는 심리..."(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사고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삼성은 원래 조직관리의 명수이며 시스템 경영의 원조로 꼽힌다. 그래서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이 명성에 엄청난 흠이 가는 전대미문의 최악 참사다. 증권가가 모두 초비상 사태에 들어간 가운데 금융당국 등 모든 금융현안이 '블랙홀(black hole)'처럼 공매도규제 등 이 문제 처리를 놓고 빨려들어가는 양상이다.

문제는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주식’이 버젓이 거래돼 우리 주식거래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이다. 삼성증권의 발행 주식은 모두 8천930만 주다. 그런데 전산 실수로 발행 주식이 모두 28억 주가량으로 뻥튀기됐고 정상 거래까지 된 것이다. 게다가 잘못 배당된 주식 중 501만2천 주를 일부 직원(16명)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팔아 치웠다. 단순히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범죄 혐의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따져볼 문제다.

국내 굴지의 증권사인 삼성증권의 내부 통제력이 이토록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은 실망감을 넘어서 허탈감마저 던져준다. 담당 직원의 단순 실수가 부른 사태라고 쳐도 입력 오류를 미리 확인하고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스템 삼성’의 글로벌 이미지에 엄청난 먹칠을 하고 망신살이 뻗친 꼴이다.

'관리의 삼성', 있을 수 없는 명성과 자존심, 대외적 이미지에 치욕적인 훼손 불러 일으켜

그러나 이게 정녕 끝일까?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고로 일부 직원들의 부도덕성과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신뢰를 먹고사는 금융기관 종사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는 점은 삼성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명성과 자존심, 대외적 이미지에 치욕적인 훼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계와 금융권의 관심은 삼성의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증권 사태에 어떤 입장과 조치를 내릴 지에 쏠린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구속됐다가 지난 2월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선 지 16일 만인 지난 7일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아직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남아 있다. 만일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이 나면 다시금 수감생활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삼성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당장 경영 활동 전면에 두드러지게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러한 때에 상식을 초월하는 대형 금융사고가 삼성증권에서 터진 것은 허를 찔린 것이다. 수감생활 후 재기를 모색하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일격'을 당한 꼴이다.

지난 6일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인 15조 6000억원의 1분기 영업이익을 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으로서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같은날 바로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증권은 직원의 실수로 1주당 1000원의 배당을 해야 하는 것을 1000주씩 배당토록 해 112조원의 유령주식을 발행해 파문이 일었다. 대법원 재판과 새로운 경영구상을 해야 하는 이 부회장의 머리 속은 더욱 복잡했을 것이다.

발행주식(8930만주)의 30배가 넘는 유령주식이 어떻게 직원 계좌에 입고되고 일부는 시장에서 실제 매매까지 이뤄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일반 주주에 대한 배당은 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이뤄지지만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은 해당 회사에서 직접 처리한다. 업계에서는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은 업무처리 절차가 달라 대개 시스템이 분리돼 있다.그런데 이러한 착오가 일어난 것은 의문이다. 특히 주식배당 물량의 경우 자사주 보유주식 한도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판 '돈을 갖고 튀어라'..돈 대신 주식(유령주) 팔아치운 내부 직원 모두 16명 확인돼 

삼성증권 일부 직원의 유령주식 매도는 결과적으로 증시에서 금지된 형태의 공매도를 한 상황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진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이다. 예탁결제원 등 중개기관을 통해 주식을 빌려(대차거래)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된다. 반면 주식을 먼저 팔고 나중에 빌려 상환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먼저 팔고 뒤늦게 회사에서 메워넣기 위해 기관들한테서 주식을 빌렸다.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를 한 셈이다. 전산상으로 계좌에 숫자만 찍히면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의 충격은 컸다.

지난 6일 이른바 '유령주'를 팔아치워 삼성증권 주가 급락 사태를 야기한 내부 직원수는 모두 1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이들 직원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조만간 내부 문책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직원들은 IB, 리스크관리, 2년차 애널리스트, 팀장급 간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이들 직원 16명을 9일자로 대기발령하고 내부 문책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발생한 유령주 배당 사태 당시 삼성증권 내부 직원 16명이 잘못 입금된 주식을 급히 팔아치운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어떻게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금융사에서 그것도 ‘1등 금융사’ 삼성증권에서 이런 비윤리적, 비도덕적인 일이 발생했는지를 이 부회장은 매우 가슴아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당일 삼성증권 공매도는 59만주로 이들 직원이 매도한 501만주에는 훨씬 못 미쳤다. 실제 배당의 근거가 없는 가공의 주식이므로 공매도로 잡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이날 대차거래는 634만6476주로 사상 최대로 급증해 삼성증권이 급하게 결제에 필요한 주식을 빌렸음을 알 수 있다.

"7일 귀국 이재용 부회장, 삼성증권 사태 같은 일 자꾸 일어나면 의기소침할 수 밖에 없을 것"

주식배당은 물론 전환사채 등의 주식 전환, 유무상 증자 등으로 상장이 예정된 경우 상장일 이틀 전부터 공매도를 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에서 신주 추가 상장에 대한 공시가 뜬 다음날부터 공매도가 가능하다.

이사회 결의 등 신주 배당의 근거와 절차가 없었는데도 상장사의 실수나 조작만으로 유령 신주가 상장되고 바로 매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와 유령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잇따랐고 15만명 넘게 동의했다. 결국 잘못된 입력에 대한 전산 오류 메시지나 담당 부서의 중복 체크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의 미비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7일 오전 3시40분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전세기에 오른 뒤 오전 6시 6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립 80주년인 지난달 22일 유럽으로 향했다.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제네바, 캐나다 토론토·밴쿠버, 일본 도쿄 등을 거쳤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AI인 만큼 삼성전자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AI와 관련된 해외 기업·스타트업·대학 등에 투자나 M&A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의 보폭을 자연스럽게 넓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미래 먹거리가 절실하다"며 "이 부회장이 분명 신성장동력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을 텐데 삼성증권 사태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꾸 일어난다면 그로서도 의기소침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응을 전했다.

"삼성증권 사태는 이건희-이재용 리더십 교체 따른 과도기적 ‘체제 부적응’ 현상일 수도"

금감원 관계자는 "주문 및 전산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삼성증권의 ‘내부통제’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조직 관리에 정평이 난 삼성그룹의 계열사로서 삼성증권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산관리 명가'로 자부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재용부회장의 삼성체제에 대해 임직원들이 막연히 불안해 하면서 조직에 ’나사‘가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변 소식통은 “이건희 회장이 건강할 때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몇 달씩 출근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탈 없이 잘 굴러가는 조직이었다”면서 “삼성증권 사태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1년 동안의 수감생활과 대법원 최종심을 앞둔 이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에 뭔가 이상증세 또는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삼성증권 사태와 같은 그룹 안팎의 각종 악재발생을 꼭 꼬집어서 ‘레임덕 현상’이나 ‘권력누수’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건희-이재용 리더십 교체에 따른 과도기적인 ‘체제 부적응’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옛말을 항상 유념하면서 과거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빈틈없이 비서실장 등 보좌역들을 두고 조언을 받아 활용했듯이 이 부회장이 측근 진용을 잘 꾸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에 깊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래전략실을 지난해 3월 해체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로 관리의 대명사였던 삼성은 지금 콘트롤타워 없이 각자 책임경영 체제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지난해 2월 구속됐다가 약 1년 만인 지난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바 있다.

옥중에서 나온 지 한 달 여 밖에 되지 않은 이 부회장으로서는 지금 주변에 미래전략실과 같은 전략과 전술을 다루는 삼성의 보좌조직이 없다. '필마단기(匹馬單騎)'이자 '고립무원(孤立無援)'인 셈이다. 만일 삼성증권같은 사태가 또 터져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완벽하게 그에게 조언할 그룹과 진영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진보세력과 시민단체들로부터는 끊임없이 재수감 압력을 받고 있다. 마치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라고나 할까. 먹구름이 멀리서 날갯짓하는 '나비떼'의 뒤에서 시커멓게 몰려오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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