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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의 최근 사태는 직업윤리의 붕괴
삼성증권의 최근 사태는 직업윤리의 붕괴
  • 장태평
  • 승인 2018.04.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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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참으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얼마 전 삼성증권 배당담당 직원은 우리사주 배당금을 1주당 1천 원씩 입금시켜야 하는데 착오로 1천 주씩을 입금했다. 그 결과 우리사주 283만 여주의 배당으로 28억 주가 넘는 주식이 배당됐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113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런데 다음 날 증시가 개장되면서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엄청난 가공 주식을 받은 직원들 중 16명이 501만 여주를 팔았다. 6명은 매도주문을 하였으나 체결이 안 되었다. 매도금액 규모가 2천억 원에 가깝다. 이렇게 대량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한때 가격 제한폭까지 출렁이며 11% 넘게 떨어졌다. 특히 삼성증권이 자사 주식을 투매한다고 생각한 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삼성증권 회사와 금융당국은 사고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들끓고 있다. 모든 증권사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조사, 공매도 폐지 등을 주장하며, 증권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자기 소유가 아닌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에게 회사 징계는 물론이고, 점유이탈물 횡령죄 등으로 형사책임까지 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증권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관련 기관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이 시장에서 대량으로 거래되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현행 시스템은 다시 다른 증권사에서 똑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시스템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시스템은 당장 개선되어야 한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직업윤리의 문제이다. 설사 시스템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문제는 어디에서 돌출할지 모른다. 직무상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이번 입력착오는 사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중대한 실수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실수이다. 요즈음 금융은 모두 전산처리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무리 큰 사안이라 하더라도 클릭 한 번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담당자들은 클릭을 할 때 몇 번의 확인과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 그리고 처리 후 확인이 필요하다. 클릭을 잘못해서 다른 금액이 거래되거나, 다른 상대와 거래될 수도 있다. 그럴 때 단순한 클릭 실수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잘못이 발견된 후 30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초를 다투는 현대 금융거래에서 너무나 안이한 업무처리 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관리경영이 최고라는 삼성그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아마도 모든 금융회사들의 현 수준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자기 계좌에 큰 금액이나 많은 주식이 이유 없이 들어왔을 때 그 진위와 사유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그것을 확인도 하기전에 무조건 매각하여 자기 돈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금융회사의 직원으로서는 직업윤리가 빵점이라 할 수 있다. 직원 1명은 350억 원이 넘는 주식 100만 주 이상을 팔아치웠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분명히 자기 것이 아닌데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불법이다. 특히 금융회사 직원으로서 이런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다면 고객들이 어떻게 신뢰하고 금융자산을 맡길 수 있겠는가.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타인의 재산을 다루기 때문에 일반 회사 직원들보다 더 강한 윤리적 의무를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직원들은 회사의 매도 금지 지시에도 불구하고 잘못 입고된 주식을 매도했다. 특히 주식을 매도한 직원 중에는 평소에 평판이 좋던 애널리스트와 투자담당, 리스크 관리직원들이 포함되었다. 이들이 이 사태의 문제점을 몰랐을 리 없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더더욱 놀랍고 참담한 것은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그룹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인의 하소연을 들었다. 현지에 나가 있는 핵심 품목의 기술직원 두 명이 중국기업에 스카웃되어 동일한 상품을 만들어 파는 바람에 매출이 60%나 줄어서 기업이 존망의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한탄하면서 일본사람들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 덧붙혔다. 가끔 이와 같은 기술유출과 관련된 산업스파이 사례가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여 눈쌀을 찌뿌리게 한다. 일본사람들은 자기가 있던 기업과 동일한 업종을 창업하거나 경쟁기업으로 옮기지 않는다고 들었다. 황금만능에 찌들은 것 같은 우리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월호 사고 등 대형사건 때 고객의 안전을 돌보아야 할 직원들이 자신들이 먼저 살려고 탈출하여 피해를 확대한 사례가 많았다. 기본이 무너진 직업윤리의 문제이다.

우리는 큰 사건 때 마다 인재라고 비판하면서도 이런 직업윤리문제에 둔감하다. 직업윤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모든 산업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종사자들의 직업윤리가 확립되어야 한다. 특히 공무원들과 제4의 공권력인 언론 종사자의 윤리가 무너진다면 사회의 기둥이 무너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삼성증권 사태는 우리나라의 직업윤리가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사건이다. 이는 하늘의 지적이다. 이를 귀중하게 여겨 직업윤리에 대한 재무장운동이 크게 확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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