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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무늬’만 금융개혁? 갑자기 삼성생명 밀어붙이는 이유
최종구, ‘무늬’만 금융개혁? 갑자기 삼성생명 밀어붙이는 이유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4.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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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낙마 후 '금융위 존재감' 확인 차원..黨-靑 '강공 드라이브' 동참하며 후일 도모 관측도
                             최종구 금융위원장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평소 ‘어정쩡한’ 금융개혁 스탠스를 취하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주변에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최 위원장이 연일 ‘금융개혁’을 주창하며 대기업 계열사 주식 보유분 등에 대한 공개 경고에 나섰다. 김기식 원장 낙마 후 금융감독원이 장기간 수장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당국 수장으로서 금융개혁 추진동력 약화에 대한 위기감과 더불어 금융위의 존재감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 해석이 나온다.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의 '금융개혁' 강공 드라이브에 일단 동참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관측도 없지 않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생명 스스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근 간부회의에 이어 또다시 금융사 소유 계열사의 주식 매각 문제를 거론하며 자체 해결을 요구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한 자본규제 초안 공개 시기를 6월까지 앞당기고 통합감독법 역시 정기국회 이전까지 신속히 제출해 줄 것을 꼭 집어 당부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놓고 강경 목소리 내는 것은 다분히 청와대 의식한 듯

최 위원장은 “금융개혁 등과 관련한 각종 논의를 보며 금융당국이 좀 더 자세를 가다듬고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관련 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강경한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은 다분히 청와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장이 비어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보험업법 관련 문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심대한 문제와 관련된 만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며 중립적 태도를 보였던 데에서 강경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경에는 최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에 적극 발을 맞추지 않으면 안되는 무슨 일이 생겼거나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

삼성그룹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재벌 개혁수'로 꼽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금융감독원장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 기조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금감원장의 낙마로 어수선해진 금융위와 금감원의 분위기를 다잡고 재정비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보인 관료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3일 인사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은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장파들 “개혁의지 있는 지 모르겠다” “역시 모피아들은 개혁 걸림돌" 비난 많아

금융위원장보다 민간출신 금감원장이 금융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시사한 것인데 이런 발언을 의식해 최 위원장이 금융개혁의 주체로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적극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최 위원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지금까지 대체로 무난했지만 눈에 띄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는 그동안 집권당인 민주당 내 개혁파 소장의원들로부터 과연 “개혁의지가 있는 지 모르겠다” “역시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들은 개혁에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자주 들어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특히 김기식 금감원장 낙마 사태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른바 ‘금융개혁의 적임자’로 내세웠던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기식 전 원장까지 잇달아 낙마하면서 금융당국과 손발을 맞춰 추진해야 할 금융개혁의 동력이 본격적인 시작도 전에 힘이 빠지면서 당국 수장으로서의 정책적 부담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관료 출신 인사로는 금융혁신에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는 최고위층의 인식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김기식 원장 사퇴 논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면 무난한 선택이 될 것”이라면서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금융분야에 대한 과감한 개혁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결국 금융개혁을 향한 청와대의 기조와 더불어 예전만 못하는 금융당국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금융개혁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나타나는 시장과 기업의 변화에 따라 최 위원장이 정부의 금융개혁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선거후 개각 대상 포함 위기감..‘무늬’만 금융개혁 제창하며 ‘구명’활동 나섰을 지도"

그러나 다른 금융권 관측통들은 최 위원장이 향후 거취를 놓고 위기위식을 느꼈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현재처럼 미온적인 입장에서 금융개혁을 수행하다가는 지방선거 후 예상되는 일부 개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눈 밖에 날 경우 조기 퇴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최 위원장이 금감원과 금융위 간 업무분담이 사실상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 수장의 장기 공백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다보니 그에 대한 반사적 차원에서 자기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맘에 없이 목소리를 드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일단 ‘무늬’만 금융개혁을 제창하면서 조용히 ‘구명’활동에 나서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한 관변 소식통은 “원래 보수적인 재무관료 출신인 최종구 위원장으로서는 모피아들의 기득권세력 사이에서 금융개혁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의 개혁성향이 강한 상황에서 그동안 청와대와 가까운 금감원장들이 임명되면서 이른바 ‘금융위 패싱’ 우려를 지우기 위해서 ‘강공 드라이브’ 이미지를 부각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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