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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0건’? 금감원 '이현령비현령'식 조사
‘채용비리 0건’? 금감원 '이현령비현령'식 조사
  • 홍윤정 기자
  • 승인 2018.05.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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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훈 농협은행장

[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여러분들! 하나은행-국민은행에는 채용비리가 있고, 농협은행-수협은행은 없다는 것도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믿기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채용비리 여파로 4대 시중은행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NH농협금융을 비롯한 국책은행들이 ‘채용비리 무풍지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에 한 시민단체 당국자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농협금융은 지역 조합을 기반으로 한 데다 은행과 지역농협을 더해 5,500여개 영업망을 가진 국내 최대 금융기관이다. 그런데도 한건도 채용비리 혐의가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애초 채용비리가 5개 특정 은행만 있고, 나머지 12개 은행이나 금융공기업 등은 없다는 듯이 발표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신한금융의 채용비리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했다. 신한은행은 결국 지난 3월 김기식 전 금감원의 특별지시로 재조사 끝에 다수의 채용비리가 드러나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금감원 채용비리 조사는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거리(耳懸鈴鼻懸鈴)’식이란 말이나 다름이 없다.

농협은행이 채용비리가 없다고 하지만 지역농협에서는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 농협중앙회 '지역조합 임원 자녀 채용비리' 감사 결과 경남지역 3곳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의 임원 자녀 채용 비리를 자체 감사에서 적발하고도 채용 취소나 직무범죄 고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고도 농협금융에 채용비리가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사실상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치권에서 의심이 들거나 의혹을 사는 일에 대해서 특검을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비리의 온상이고, '적폐금융'의 산실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농협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기업에 대해서는 아예 검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금감원은 농협은행 등 금융공기업들을 자기 편으로 보고 검사를 안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태도로 임했다는 말이 된다. 금감원은 자신과 권력기관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회피하면서, 하나-국민은행 등 특정 금융사와 CEO만 겨냥한 편파 검사에 치중해 왔다는 지적이다. 농협은행 등 전 은행과 금융공기업을 하나은행 처럼 동일하게 전면적인 검사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채용비리는 눈감아 둔 채 시중은행 만을 상대로 이잡듯이 뒤지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주로 '모피아(MOFIA/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 그래서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금융이 '채용비리 무풍지대'로 남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 금융위와 금감원을 장악하는 재무-금융관료들이 자신들의 관료선배가 재직중인 농협금융을 건드리지 못하고 사실상 조사 '치외법권'으로 방치한다는 관측이다.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은 그 자신이 채용비리로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처리된 적이 있다.김 회장은 지난 2016년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으로부터 자신의 아들 김모씨를 금감원 신입 공채에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이었던 이문종 국장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됐고, 김 회장의 청탁을 받고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을 합격시킨 이 전 국장과 당시 담당 국장이던 이병삼 전 부원장보는 각각 구속 기소됐다.

주로 모피아들이 맡았던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들은 재임중 농협중앙회장과 각별한 관계다. 임기를 보장받고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친정인 기획재정부나 금융위를 통하며 농협금융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셈이다.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뜯어보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통제 하에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회장과 등기임원을 장악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간판이 회장일 뿐 사실상 농협중앙회장올 상전으로 모시는 하위 계열사 회장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도 세 후보가 모두 '모피아'출신이었다. 김광수 현 농협금융 회장도 옛 재무관료 출신 '모피아 사단'의 일원이다. 농협으로서는 누가 되든 모피아 출신의 농협금융회장을 앞세워 금융위-금감원과 소통하며 이익을 꾀하면 되는 일이다.

오히려 농협중앙회장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공생관계에 가깝다.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은 이번 채용비리 검사와 같은 추악한 금감원의 행태를 내부적으로 즉각 중단시키는게 옳을 듯 싶다. 그동안 이런 편파적 검사를 해온 것이 사실이라면 금감원이 오히려 금융적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농협은행을 포함해서 공공 금융권의 전면적인 재조사를 통해 채용비리를 검사하는 것이 1차 임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단체들이 요구한 정보공개와 지난 5년간 금감원 직원 자녀의 은행권 취업 실태를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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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2018-06-03 08:47:17
지나가다 소가 웃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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