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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가 가고 있다
한 시대가 가고 있다
  • 김정남
  • 승인 2018.07.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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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칼럼]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세기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정상의 표정은 밝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익한 회담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동성명의 제3항에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하여, 미북 정상회담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연장선 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 싱가포르 회담 이전과 이후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회담 자체로 큰 성과이며, 미북 간의 적대관계를 70년 만에 종식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데에는 세계의 여론이 일치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국민여론은 그 이후 북한의 어물쩍하고 미적미적하는 태도로 보아 북한이 과연 비핵화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에 회의적이며, 한국사회 일각에서는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가능성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의적 시각의 밑바탕에는 그동안 미국 측이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합의내용에 명기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VID 문구를 합의문에 왜 포함시키지 못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히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고려하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맞섰다.

한편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은 표현 하나가 있고 없음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합의문 전문(前文)에 나와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래와 같이 합의사항을 선언한다”고 한 그 ‘상호 신뢰구축’이라는 표현해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구체적인 조건 하나하나보다는 포괄적인 ‘상호 신뢰구축’이라는 표현이 더 함축적이고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의혹의 눈으로 보면 의혹은 더욱더 커 보이고 신뢰와 긍정의 눈으로 보면 신뢰와 긍정의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문면에 있고 없음이나 눈앞의 상황만을 놓고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다는 크고 깊은 시야와 사려로 사태를 볼 필요가 있다. 북한체제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최고지도자가 공공연하게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정책을 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감쪽같이 속이면서 한미연합훈련을 포기하게 하는 기만전술에 세계가 농락당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북한이 일단 비핵화와 변화의 길로 들어선 이상 그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변화의 힘이 앞과 뒤, 위와 아래, 좌와 우에서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오는데 그것을 과연 거스를 수 있을까. 한두 번, 또는 한두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온 세계와 온 인류를 감쪽같이 다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과 그로부터 1주일 뒤에 있은 6.19 북중 정상회담, 그리고 이후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일련의 행보로 보아 남북 사이에도 이미 협력 속의 체제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북한의 역사는 싱가포르회담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역사는 확산과 수렴, 우여와 곡절을 거치면서도 마침내 정(正)의 방향으로 흐른다고 나는 믿는다.

반공이 완장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러한 가운데, 6월 13일에 치러진 한국의 지방선거에서 한국의 보수야당은 패배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괴멸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참담하게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여당의 압승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시대정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도 한국의 보수에 대한 절망의 표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시대와 세계가 얼마나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80년대식 냉전시대 안보관과 대북관 수준에서 종북몰이에 집착하고 있단 말인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던 반공 이데올로기의 유효기간은 이미 끝난 지 오래다. 반공을 내세워 간첩을 조작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용공좌빨로 몰던 행태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반공 완장을 차고 남북 및 북미협상을 발목만 잡으면 반타작을 할 수 있었던 시대는 갔다. 시대에 뒤처진 과거세력은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낡아빠진 지역주의도 함께 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한 시대가 오고 있다. 시대의 징표를 읽고 깨어있는 자, 살아남을 것이요, 시대의 징표에 눈 감고 있는 자, 버림받고 낙오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글쓴이 /김정남
· 언론인
· 前 평화신문 편집국장
· 前 민주일보 논설위원
· 前 대통령비서실 교문사회수석비서관

· 저서
〈이 사람을 보라: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1,2〉(전 2권) 두레, 2016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창작과 비평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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