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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상의 회장의 두 얼굴..앞에선 '상생' 뒤에선 '기술 탈취'
박용만 상의 회장의 두 얼굴..앞에선 '상생' 뒤에선 '기술 탈취'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7.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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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악질적인 두산인프라코어 불공정행위...오너 朴 회장이 석고대죄, 용서 빌어야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잘못된 관행들은 솔선해 바로잡고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 등 우리 사회가 바라는 일은 앞장서 나갑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해 7월 서귀포시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제42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7만 상공인을 대표해 한자리에 모인 경제인들은 기업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자발적으로 이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사회적 역량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박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최근 우리 사회는 양극화, 과도한 근로시간, 직업의 불안정 등 개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며 "사회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특정 이익만 대변한다면 상공인들이 국가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 전체에 긍정적 메시지를 확산해 나가는 길이야말로 우리 기업인들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를 실천하는 길"이라며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기업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최선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현재 두산그룹 계열의 중공업 제품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오너 회장이기도 하다. 그런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번에 중소기업 기술 ‘도둑질’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앞서 '신입사원 희망퇴직’으로 ‘사람이 미래다’라는 그룹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들었던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번에는 말로만 상생을 외쳤다는 '대형사고'를 친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 협력업체 대하는 모습은 악질적인 ‘중소기업 약탈자’ 인상

두산인프라코어 홈페이지에는 <동반성장 철학> 이라는 코너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선순환적 파트너십’ 체제‘를 구축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세히 소개한다. 이어 “‘선순환적 파트너십’ 체제는...(중략)...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협력업체와 공유함으로써 더욱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가려는 것입니다"라고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 협력업체를 대하는 모습은 정반대다. 오히려 악질적인 ‘중소기업 약탈자’에 가깝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말 '에어 컴프레셔'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18%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이노코퍼레이션의 기술자료가 담긴 '승인도'에서 확보한 핵심 부품 제작도면을 제3업체에 넘겨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승인도'는 제품을 위탁한 대로 제조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하도급업체가 작성하는 도면으로, 제조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다. 이후 제3업체가 납품을 시작하자 이노코퍼레이션은 작년 8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에 따라 납품단가는 모델에 따라 최대 10%까지 낮아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다른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작년 7월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거절하고 대신 이 회사의 냉각수 저장탱크 도면 총 38장을 넉 달에 걸쳐 5개 다른 사업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코스모이엔지 측의 도면 전달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전달 행위 자체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처에 기술자료를 유용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한다, 사실상 중소기업 ‘기술도둑질’이나 다름이 없다는 얘기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대한상의 홈페이지>

두산인프라코어의 이번 중소기업 악행은 오너 박용만 회장의 기업윤리-도덕성과 직결

문제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내 이사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용만 회장이 이 회사를 사실상 경영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최근에도 총수일가 사익편취, 하도급 불공정행위 규제에 대해 ‘법과 제도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따르는 규범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용만 회장은 창업자인 박두병 선대 회장의 아들로서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한 이른바 ‘로열패밀리’이다. 그는 그룹회장직 퇴임 후 대한상의 회장에 올라 매해 가는 곳마다 "일자리 창출·상생 협력에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고 입처릇처럼 외쳐왔다.

대한상의가 어떤 곳인가. 상의는 법정 경제단체로 전국 18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경제단체이자, 전세계 130여개국 상공회의소와 네트워크가 구축된 범세계적인 기구이다. 그는 상의회장 자격으로 최근 문재인대통령의 인도순방에도 동행했다. 문 정부 출범후 청와대의 주요 경제단체와의 소통 창구는 10대 그룹이 회원사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아니라 대한상공회의소였다. 대한상의 회장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매번 대통령 경제사절단을 이끌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에도 참모들에게 “기업과 자주 소통하고 기업의 애로를 청취해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 방문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런데 두산인프라코어의 행보는 이같은 대통령의 주문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청와대에 ‘반기(叛起)’를 든 모양새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기업 소득 격차가 심각하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과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이번 악행은 오너인 박용만 회장의 기업윤리 및 도덕성과도 직결된다. 마치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칼로 찌르는 야누스적인 이중 경영행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다.

희대의 기술 도둑질 했는데도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고작 과징금 3억7900만원에 그쳐 

두산인프라코어는 그들 스스로 앞에서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위한 바람직한 계약체결’ 등 공정거래 4대 실천사항을 정해 운영중이면서도 뒷전에서는 납품단가 인하를 거부한 중소기업체의 기술을 훔친 ‘절도’혐의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야 말로 현대판 '양두구육(羊頭狗肉)'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사건으로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발표된 2017년도 동반성장지수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동반성장지수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두산인프라코어는 두 번 째로 높은 평가인 우수 등급을 받았다. 도둑질한 사람을 거꾸로 선행했다고 표창하는 것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주무관청인 공정위원회의 태도도 문제다, 희대의 중소기업 기술 도둑질을 한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고작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했을 뿐이다. 수조원대 매출에 비해서 정작 '매값'은 쥐꼬리 만도 못한 현실이다. 이번 사건에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대기업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거나 제대로 된 항변도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아주 슬픈 현실이 깔려있다.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통해 더욱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매우 악질적인 불공정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두산인프라코어는 앞으로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법이 얼마나 준엄한 지를 깨달아야 한다. 이에 앞서 오너인 박용만 회장이 국민 앞에 나서 석고대죄하고, '야누스' 경영행태에 용서를 구하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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