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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국가에도 전자투표 사업 보급해야 하나?
독재국가에도 전자투표 사업 보급해야 하나?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08.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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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DR콩고 전자투표 도입 사업 재검토해야"

이라크 총선 부정선거도 미루시스템즈의 전자개표기가 원인

‘독재국가에 전자투표 사업을 지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더구나 전자투표 사업은 정부 재정으로 지원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참여연대는 안된다고 했다.

참여연대 국제위원회는 20일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의 전자투표 지원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나아가 선관위의 전자투표가 부적합한 국가에서의 ‘한국선거제도 해외전파’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한국 기업의 전자투표 시스템 DR콩고 수출 중단을 요구했다.

DR콩고가 아직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적절치 않고 오히려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선관위는 ODA사업으로 DR콩고에 전자투표를 위한 중앙 서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미루시스템즈’가 단말기를 공급하도록 알선해줬다.

이와 관련, DR콩고의 시민단체 ‘프리덤 파이터’는 지난 9일 한국 중앙선관위를 방문, 오는 12월 23일 실시되는 DR콩고 대선에 미루시스템즈의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이 도입되는 걸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DR콩고는 1960년 독립 후 지금껏 독재와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로 조세프 카빌라 대통령이 17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으며 대통령 임기가 지난 2016년 끝났는데도 물러나지 않아 퇴진 요구 시위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1천여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서 올 12월로 연기된 대선과 관련, 시민들과 야당은 전자투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높은 문맹률, 인터넷·스마트폰 등 IT기기 경험 부족, 열악한 전기 인프라 및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전자투표 시스템이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해외 언론과 국제사회도 현 정치 상황과 DR콩고 선관위의 부정선거 논란과 횡령 전력 등을 지적하며 한국 기업의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이 부정선거에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선관위는 현재 ODA 사업의 일환으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을 통해 ‘한국선거제도 해외전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DR콩고, 우즈베키스탄, 피지, 엘살바도르 등에 전자투표를 위한 중앙서버를 무상으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업 수행 과정에서 A-WEB은 전자 투·개표 단말기 공급을 수의계약하여 한국 기업인 미루시스템즈가 독점하도록 알선했다.

그런데 ODA 사업의 주체인 한국 선관위는 DR콩고 시민단체인 ‘프리덤 파이터’와 면담 후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선관위는 DR콩고 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 기업 간의 계약이나 DR콩고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는데 이는 A-WEB의 관련 사업을 관리·감독할 책임을 외면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A-WEB은 전자 투·개표기 수출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전자투표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실시된 이라크 총선 전자개표 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라크 당국이 다시 수개표를 실시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 당락이 바뀐 국회의원 당선자가 25%에 달하는 등 전체 선거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이라크 정부는 부정선거의 원인으로 미루시스템즈가 공급한 전자개표기를 지목했다. 이라크 정계와 시민단체들은 총선 전부터 ‘전자개표기가 부정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전자개표 중단과 수개표 실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한국 선관위와 A-WEB은 이라크에 전자개표 도입 기반을 조성해 미루시스템즈가 해당 기기를 납품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선관위와 A-WEB은 전자투표 시스템이 부정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ODA 사업이 다른 나라의 선거와 정치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면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이라크 부정선거는 DR콩고에서 훨씬 더 광범위하게 재연될 수 있다. 선관위와 A-WEB이 전자투표 시스템을 받아들이기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국가에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고 참여적인 선거’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부정선거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에 선관위는 DR콩고에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하여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나아가 전자투표가 부적합한 나라에 전자투표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한국 선거제도 해외전파’ 사업도 타당성을 다시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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