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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어릴 적 꿈(?)’과 전문성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어릴 적 꿈(?)’과 전문성
  • 권의종
  • 승인 2018.09.2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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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존중의 풍토 조성이 정치발전, 경제성장, 사회진보 선순환 시스템 작동의 선행 요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교사가 어릴 적 꿈이었다.” 교육현장에서의 경험부족을 지적하는 질문에 대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뜬금없는 해명이다. 여기에 국회의원으로 교문위에서 활동했으면 전문성이 충분한 것 아니냐는 반문까지 보탠다. 궁색하다보니 엉겁결에 튀어나온 변명일 수 있으나, 전문성을 그토록 하잖게 여기는 모습에 적이 실망이다. 기분까지 상한다.

애당초 도덕적 성인군자를 기대한 건 아니었기에 딸의 위장전입이나 사무실의 임차특혜 정도는 넒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미 식상할 정도로 수도 없이 접해온 이슈들이라 정치권에서도 잠시 시끌벅적하다 적당히 끝낼 공산도 크다. 하지만 전문성 문제만큼은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유야무야 처리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교육부 수장은 다른 장관들 못지않게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는 자리다. 젊은 학생들을 잘 가르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 인재로 키워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감당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그간 교육부가 보인 행태 역시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입시제도 하나 제대로 성안치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았다.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아동수당 지급 등과 같은 설익은 정책의 남발로 현장의 불신과 혼란만 가중시켰다.

‘어릴 적 꿈’이 전문성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교문위에서 활동하면서 교육과 관련하여 무슨 일을 했기에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하는지. 심도 있게 따져 보아야 한다. 국회 교문위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약칭이다. 말 그대로 교육, 문화, 체육, 관광 등 제반 분야를 관장하는 위원회다. 범위가 광대한 위원회에서의 경력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 행세를 하려는 것은 누가 봐도 억지다.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이를 거드는 모습 또한 국민들보기에 언짢고 볼품이 없다.

전문가일수록 말 아껴... 많이 알수록 모르는 게 많고, 어려운 일만 보이게 마련

전임 교육부총리는 자신의 논문 표절을 당시의 관행으로 돌리면서 정상적인 학위 수여자들을 기만했다. 이번 후보자는 어릴 적 꿈 정도로 ‘전문성’을 적당히 포장하려는 모습이다. 오랜 기간 한 분야의 일에 매진, 전문가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경시하는 태도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비(非)전문가들이 활개 치며 전문가들을 도외시할 경우 초래될 사회적 손실과 국가적 비효율을 누가 어찌 감당할 것인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전문성에 대한 정의나 이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떤 영역에서 보통 사람이 흔히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능력을 보이는 정도를 뜻한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야 비로소 습득할 수 있는 인고의 결과물이다. 게다가 전문성에는 묘한 속성까지 숨어 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고, 남아있는 일은 죄다 어렵게 보이는 특성이다.

전문가일수록 겸손하며 말을 아끼는 까닭이다. 많이 알수록 모르는 것투성이고 어려운 일만 보이게 마련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자신을 앞 내세우는 사람치고 진정한 전문가는 별로 없다. 가짜일 확률이 높다. 묵묵히 깊이 있게 파고드는 사람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하고 또 그런 전문가를 발굴해 해당 분야의 적임자로 세우는 것만큼 소중한 인사관리 원칙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점에서 산업 현장은 벤치마킹 모델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환경은 국내외 기업들이 전문성을 겨루는 살벌한 전장(戰場)이다. 대충 아는 수준으로는 싸움판에 끼어들기조차 어렵다. 섣불리 들어가 봤자 결과는 뻔하다. 백전백패다. 고도화된 과학과 기술, 심지어 인문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사업화는 커녕 아이디어 창출도 힘들다. 깊이 알아야 하고 아는 폭도 넓어야 한다. 자기 분야 밖의 기술도 당연히 파악해야 한다. 서로 다른 기술과 기술을 접목시켜 융·복합적인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때이다.

인류 역사는 창의적 전문성 덕분에 진화...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변치 않을 듯

앞선 기업들은 공히 전문성 제고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연구개발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전문가 확보에 무던히 애를 쓴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국내외에서 널리 인재를 구한다. 사장보다 연봉을 더 많이 주겠다는 제의도 주저치 않는다. 제시하는 복리후생 수준도 파격을 보인다. 후한 물질적 대우를 넘어 존중과 존경까지 더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바르고 현명한 선택이다. 정부나 공공부문에서도 학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실 사회는 제반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 집단들 간 이해상충에 따른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수시로 돌발한다. 밝은 면만 생각했던 ‘어릴 적 꿈’이라는 전문성으로 무슨 일을 해보겠다는 의도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도 좋은 면만을 꿈꾸며 깊이 고민하고 연구해온 전문가들을 무시한 결과는 아니었는지. 괜한 노파심까지 발동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를 전문가로 귀히 여기고 걸맞게 대우하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가 되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또 그런 전문가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정치발전, 경제성장, 사회진보 등의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되고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민족이나 국가 단위의 흥망성쇠 요인을 논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그래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선명히 드러나는 원칙이 하나있다. 창의성과 전문성이 보장되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발전과 성장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는 창의적 전문성이라는 요인 덕분에 진화할 수 있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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